하버드 ‘치매 치료 효과’ 연구 발표에, SNS선 가짜 정보까지 퍼져

美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뇌 속 리튬이 인지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국내외에서 리튬 섭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하버드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논문에서 “뇌 내 리튬 농도가 낮으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커지고, 오르트산리튬(lithium orotate) 보충이 인지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결과는 동물실험과 사후 뇌조직 분석에 기반한 것이며, 인체 대상 임상시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과 사후 임상 관찰에서 낮은 농도의 리튬이 신경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기억력 저하를 완화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리튬이 뇌 속 단백질 응집을 줄이고 신경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연구진도 “이는 기초 연구 단계의 결과일 뿐,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효과를 일반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즉, 치매 예방·치료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섭취를 권장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가 전해지자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리튬 섭취법, 관련 제품에 관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리튬 함량이 낮을 수 있는 채식주의자나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리튬 보충제 관심이 높아졌다. 아마존 등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오르트산리튬 5~20mg 함량을 표기한 보충제가 처방전 없이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유튜브 등 일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정용 배터리 등을 분해해 추출한 중금속 리튬을 식품과 결합시켜 오르트산리튬을 제조하는 위험한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는 중금속 중독, 심각한 신체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고순도 리튬의 경우 양극성 장애 치료 등 의약품으로 사용되는데, 치매 예방의 경우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를 보였으나 의약품으로 사용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고 설명하고, “혼합 리튬은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적 목적으로 사용되며 의약품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리튬은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지만 ‘치료-독성 간격(약물이 효과를 내는 최소량과 부작용이 생기는 최소량 사이의 안전 범위)’이 매우 좁아, 의사 등 의료진의 관리 없이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과다 복용 시 구토·설사·손떨림, 근육 경련, 혼돈 상태를 거쳐 심하면 혼수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신장 기능 저하와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박 교수는 “리튬의 치매 예방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리튬의 경우 과량 섭취하면 구토, 설사, 어지럼증, 진전(손발 등의 떨림), 실조증(균형감각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되레 인지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