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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의 시대 “생활 속 관리로 치매 막는다”

입력 2025-09-11 07:00

[Monthly Issue]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12월까지 치매 관련 기사를 연재합니다.




치매는 발병 이후 완치가 어렵고, 치료 비용과 사회적 부담이 크다.

하지만 조기 개입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발병 자체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 이찬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나이 들면 당연히 오는 병이 아니다.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생활 습관을 조정하며, 조기 발견을 병행하면 발병 가능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이 견해를 뒷받침했다.

이찬녕 교수는 치매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뇌의 질병으로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치매 환자가 이미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지만, 치매는 초기 단계부터 발견해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할 때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치매 발생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의료적 개입이 가장 효과적인 시점으로 이 시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치매로의 진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증상이 의심될 경우 신경과 전문의를 조기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매, 늦추는 것이 아니라 막는 시대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국내 치매 환자는 약 97만 명,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약 298만 명에 달한다. 치매 환자 수는 2026년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대한민국 GDP의 6%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의료·복지·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의료적 부분이 개입하면 치매로 진행되는 비율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과도한 음주, 수면 부족, 청력 손실, 사회적 고립 등이 있다. 2020년 영국 의학 저널 ‘란셋’은 보고서 발표를 통해 위험 요인을 관리하면 전체 치매의 40%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은 은퇴 후 사회활동 단절이 빠르게 찾아온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인지 자극인데, 이것이 단절돼 뇌 기능 저하를 가속화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자체 치매안심센터, 노인복지관, 평생교육원 등에서 운영하는 집단운동, 인지훈련, 봉사활동 참여 등 사회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조기 발견이 최고의 예방책

국내에서도 치매 예방 코호트 연구와 지역사회 프로그램(Pointer) 등 다수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장기간 대규모 연구와 근거 기반 맞춤 전략 개발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는 “치매 예방 연구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드는 대규모 연구라 진행 자체가 쉽지 않다”며 대부분의 치매 임상 연구가 초기 환자군에 집중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 예방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해외 사례는 충분하다. 북유럽에서 시행한 핑거스터디(FINGER Study, Finnish Geriatric Intervention Study to Prevent Cognitive Impairment and Disability)는 세계 최초로 생활 습관, 인지훈련, 혈관 위험관리의 종합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연구는 60~77세 1260명을 대상으로 지중해식 식단, 주 35회 유산소와 근력운동, 정기 인지훈련, 혈압·혈당 관리 프로그램을 2년간 적용했다. 그 결과 인지기능 저하 속도 25% 감소, 일부 인지 영역(집행기능, 처리 속도) 최대 150% 향상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미국·유럽 등에서 진행된 최신 임상(POINTER, MAPT, PreDIVA 등)도 집단운동, 식습관 개선, 사회적 활동, 혈관 위험관리의 조합이 치매 위험군에서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데 효과적임을 밝혀냈다.

치매 예방에서 조기 발견은 또 하나의 핵심 축이다. 이찬녕 교수는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찾으면 이미 뇌의 변성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지역사회나 가정에서 조기 경고신호를 잡아내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조기 선별 도구가 KDSQ(Korean Dementia Screening Questionnaire)다. 이는 1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억력·집행기능·언어·지남력 등 다양한 인지 영역의 변화를 가족이나 보호자가 평가한다.

KDSQ는 간단하고 비용 부담이 적어 보건소·경로당·복지관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점수가 기준을 초과하면 정밀검사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조기 개입이 가능하다.(p49 검사지 수록)

선별검사에서 위험신호가 포착되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신경심리 검사, 혈액검사, 뇌영상 검사, 추가 생체표지자 검사 등의 단계를 통해 정밀검사가 진행된다. 이러한 다단계 진단 과정을 거치면서 치매뿐 아니라 다른 원인의 인지 저하도 구별할 수 있고, 전문가의 빠른 개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인지기능 개선 영양제는 건강기능식품

최근 국내외에서 다양한 뇌 영양제와 인지기능 개선을 표방한 건강보조식품이 활발히 개발·판매되고 있다. 특히 오메가3, 글루타티온, 포스파티딜세린 등 뇌 건강과 관련된 제품이 각종 매체와 약국, 온라인을 통해 어르신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치매 예방에서 영양제의 역할은 근거 중심의 의학적 검증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는 “영양제가 정말 임상적으로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면, 이미 의약품 지위를 받고 전 세계에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현재 시판되는 대부분의 뇌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은 의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아, 일종의 비타민이나 식이 보충제로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메가3 등 일부 성분이 국제 연구(Lancet FINGER Study 등)에서 인지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일부 보고되긴 했으나, ‘치매 예방’이라는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 영양제만으로 치매 예방을 기대하기보다는 국내외 임상과 의학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와 운동, 균형 잡힌 식단, 두뇌·신체·사회적 활동을 하길 권한다.


AI와 웨어러블, 그리고 미래 예방 전략

기술의 발전은 치매 예방 도구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의 진화가 치매 예방의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인지 저하의 조기 신호를 포착하고, 맞춤형 예방 전략을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걸음 속도, 심박수, 수면 패턴 등 일상 속 생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측정한다. 평소보다 걸음 속도가 느려지고 보폭이 좁아지는 변화가 관찰되면 이를 인지 저하의 초기 징후로 분석하고, 사용자가 병원을 방문하도록 알림을 보내는 식이다.

AI 음성 분석 기술도 주목받는다. 사용자의 대화나 전화 통화 내용을 분석해 문장 길이, 어휘 다양성, 발화 간격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언어능력 저하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는 병원 진료 이전 단계에서 치매 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유용하다.

여기에 전 국민 치매 위험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관리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개인별 위험 요인에 따라 최적화된 생활 습관 가이드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찬녕 교수는 “기술은 조기 진단과 추적 관찰에 매우 유용하지만, 생활 습관 교정과 병행해야 진정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매 예방은 평생 관리이며, 그 시작은 바로 오늘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이찬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에서 치매·인지장애·파킨슨병 등 신경질환의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치매 환자의 삶의 질 향상, 지역사회 치매 관리 시스템 개선, 예술과 건강 융합 분야 교육 및 사회적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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