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슬리 이슈] 치매 상담 신청하세요~
치매로 인한 변화를 깨닫는다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 합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에 답합니다.

Q 어머니가 올해 75세입니다. 아버지가 일찍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저희 남매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 하셨습니다. 저희가 자리 잡은 뒤에는 장사를 접고 손주들을 돌보셨고, 손주들이 자라자 교회에서 권사로 봉사하며 지내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정기검진에서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저는 아직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치매 진단은 가족에게 번개처럼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이 “눈앞이 캄캄했다”, “하늘이 무너졌다”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치매를 10년 이상 간병한 가족들이 회상하는 치매 초기의 느낌은 조금 다릅니다.
“19년 동안 남편을 돌봤는데, 돌이켜보면 초기가 제일 소중하고 행복했어요. 그런데 그땐 몰랐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 흘려보냈습니다”라거나 “초기에는 ‘남편 치매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빠져 작은 지병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백내장 수술을 한 쪽만 한 상태에서 몇 년이 흘러갔어요. 치매가 더 진행된 다음에는 반대쪽 눈 백내장 수술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좀 더 세심하게 챙겼어야 했는데…”라며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또는 “아버지를 오랫동안 간병해봤기 때문에 간병 자체는 뭐든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치매 증상을 몰라서 공연히 어머니와 싸우고 화냈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후회됩니다. 좀 더 빨리 교육을 받고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라고 후회하기도 하죠.
그 길을 먼저 걸어온 치매 가족들은 막연한 불안에 휩쓸리기보다 추억을 쌓고, 문제를 줄이고, 공부하는 시간으로 삼으라고 말합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가족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슬기로운 간병 생활을 위해 다음 3가지를 꼭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➊ 함께 여행을 가고, 가족사진을 남기세요.
치매 초기에는 가족여행이나 외식 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치매로 아픈 사람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방, 화장실, 현관의 위치나 형태만 바뀌어도 길을 잃고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여행, 이사 같은 획기적인 환경 변화는 가급적 초기에 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가족 모습을 담은 가족사진을 찍어보세요. 가족이 모여 단장을 하고 웃으며 사진 찍는 일련의 과정은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어머니의 독사진도 어여쁘게 남겨두세요. 그 사진을 지갑에, 휴대폰에, 방 한쪽에 두고 함께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다 보면 가족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➋ 미뤄둔 치료를 끝내세요.
치매는 대부분 노년기에 찾아옵니다.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분들은 크고 작은 질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내장, 탈장, 틀니·임플란트, 인공와우, 무좀 등의 치료를 미루고, 잘 들리지 않는데도 보청기 사용을 주저합니다. ‘급하지 않다’고 미뤄둔 것들이 있다면 지금 해결해야 합니다. 치매가 진행된 뒤에는 치료가 몇 배 더 어렵고,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수술받았다는 사실을 잊고 수술 부위를 보호하지 않거나, 시술 후 지켜야 할 주의 사항을 그대로 따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불편과 가족의 간병 부담을 걱정한다면 지금 서둘러야 합니다.

➌ 치매 간병을 공부하고, ‘예쁜 치매’를 만드세요.
가족이 치매를 막을 수는 없지만 ‘예쁜 치매’, ‘착한 치매’로 방향을 돌릴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치매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부족한 정보와 지식은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제공하는 가족 교육을 받으면서 채워나가세요. 100% 무료입니다. 혼자보다는 가족이 함께 듣는 게 좋습니다. 여기에 더해 책을 찾아 읽고, 치매 가족 자조모임에 참여해 단련해나가면 간병이 한결 편해집니다. 가성비나 가심비에 맞는 맞춤형 간병 계획도 직접 세울 수 있습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 가족 간 역할 분담, 요양시설로 모실 시기까지 미리 논의하면서 가족 간병 시스템을 구축해놓으세요. 이렇게 가족이 노력하면 예쁜 치매가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미국의 치매 전문가 티파 스노는 치매 초기 단계를 ‘다이아몬드’라고 불렀습니다. 빛나는 순간이지만 날카롭고 반사적인 시기라는 뜻입니다. 과거의 어머니와 현재의 어머니를 비교하며 낙담하지 마세요. 오히려 과거의 어머니를 마음속에 아름답게 간직할수록, 지금의 어머니를 더 따뜻하게 품을 수 있습니다. 아직 반짝이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