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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의 한문산책]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기사입력 2015-06-10 05:19

6월경 생각나는 시로 ‘송원이사안서’가 있다. 당(唐)나라 3대 시인 중 하나로 불리는 왕유(王維)가 친구인 원이(元二: 원(元)씨 가문 둘째아들, 이름은 전해지지 않음)를 떠나보내면서 지은 시다.

渭城朝雨?輕塵(위성조우읍경진) 위성(渭城)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는데 客舍靑靑柳色新(객사청청유색신) 객사 앞 푸릇푸릇 버들 빛이 새롭구나. 勸君更進一杯酒(권군경진일배주) 그대에게 다시 술 한 잔 권하노니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서쪽으로 양관(陽關)을 나서면 친구도 없으리.

중국의 수없이 많은 송별시 중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시는 당나라 때부터 노래로 만들어져 애창되었는데, 첫 구절의 ‘위성’이란 단어를 따서 ‘위성곡(渭城曲)’ 또는 마지막 구절의 ‘양관’이란 단어를 따서 ‘양관곡(陽關曲)’으로도 불린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버드나무[柳]’라는 상징성을 이해하여야 한다. 중국의 문학에서 버드나무가 이별의 의미로 나타나는 것은 시경(詩經)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시경 소아(小雅) 채미(采薇) 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昔我往矣 楊柳依依(석아왕의 양류의의) 그 옛날 떠나갈 땐 버들가지 한들한들 今我來思 雨雪??(금아래사 우설비비) 이제야 돌아오니 눈보라만 흩뿌리네.

전쟁터로 떠난 병사의 심정을 노래한 시인데, 이후 한(漢)나라 때 들어와서 언제부터인가 버드나무를 꺾어 길 떠나는 사람에게 주는 관습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한다. 버드나무는 꺾어다 아무 데서나 심어도 잘 자라므로 길 떠나는 사람이 새로운 곳에 잘 정착하길 바란다는 의미와, 심은 버드나무를 볼 때마다 자신을 잊지 말라는 의미, 그리고 그 발음이 ‘머무를 류(留)’와 비슷하여 떠나가지 말고 머물러 달라는 ‘만류(挽留)’의 심정을 모두 상징한다 하여 사람들이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기 시작하였다 한다.

이후로 버드나무[柳] 또는 ‘버드나무 가지를 꺾음[折柳]’이란 표현이 수많은 이별시에 등장한다. 당시 떠나는 객들을 전송하던 위성에는 서쪽으로 난 길 양편으로 ‘이별’의 상징인 ‘버드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 길은 항상 길 떠나고, 길 돌아오는 마차들이 일으키는 가벼운 먼지가 항상 날리고 있었을 것이다. 시인 또한 서역이란 머나먼 길을 떠나는 친구를 전송하러 여기까지 와, 하룻밤을 묵었다는 사실을 ‘위성의 아침 비’와 ‘객사’라는 표현으로 암시하고 있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 말없이 내미는 한 잔 술이 더 깊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경진(更進)’이란 표현이 이미 여러 차례 술을 주고받았음을 암시하고 있는데, 보내기가 아쉬워 마지막으로 한 잔 술을 더 권함으로써, 촌각의 시간이나마 떠남을 만류하고픈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더 이상 이처럼 술 권할 친구도 없으니까.’ 진한 여운이 느껴진다.

당나라 사공도(司空圖)가 저술한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중 네 번째 ‘침착(沈著)’ 편은 ‘如有佳語 大河前橫’(아름다운 표현 있다 하여도, 큰 강물이 앞에 가로놓였네)’이라고 하여, 아름다운 표현이 있더라도 다 쏟아내지 않는 절제의 미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한시는 이와 같은 여운(餘韻)을 중시한다. 한시에 매료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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