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지역 공동체보다 개인 생활 중시… ‘노인’ 인식 연령은 75.9세로 높아져

일본 시니어의 노후 인식이 ‘가족과 함께’에서 ‘나답게 혼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혼자 외출하고 식사하는 데 거리낌이 줄어드는 한편, 부부관계에서도 평생 함께한다는 인식보다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려는 태도가 커지고 있다. 가족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결속감은 약해졌고, 스스로를 ‘노인’으로 인식하는 나이도 70대 중반 이후로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지난 1일 발표한 ‘시니어 40년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6년 기준 60~74세 일본 시니어 가운데 ‘친구나 지인과 함께 행동하기보다 혼자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한 비율은 66.4%였다. 10년 전인 2016년 62.1%보다 4.3%포인트 높아졌다. ‘혼자 찻집, 레스토랑, 바 등에 가고 싶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7.4%에서 48.6%로 11.2%포인트 늘었다. 60~74세 2명 중 1명에 가까운 시니어가 혼자 외식하는 생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것이 아닌, ‘혼자 즐기는 생활’을 선호한다고 봐야한다고 연구소는 설명한다. 조사에서 ‘변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기쁘다’는 응답은 2016년 30.0%에서 2026년 33.4%로 늘었고, ‘모험을 추구하는 편’이라는 응답도 15.3%에서 17.4%로 높아졌다. 가족이나 집단에 속해 안정감을 얻는 방식보다, 자신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드러내려는 태도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부부관계에서도 ‘계속 함께’라는 인식은 약해졌다. ‘배우자와 같은 묘에 들어가고 싶다’는 응답은 2016년 79.0%에서 2026년 70.2%로 낮아졌다. ‘부부가 공통의 취미를 갖고 싶다’는 응답도 49.7%에서 44.2%로 줄었다. 반면 이상적인 부부상으로 ‘친구 같은 부부’를 꼽은 비율은 2016년 63.0%에서 2026년 77.3%로 크게 증가했다. 위계나 역할보다 대등한 관계를 중시하는 부부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졸혼(결혼 졸업)’에 대한 의견이다. 보고서는 졸혼을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부부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사는 것”으로 정의했다. 2026년 조사에서 이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지만, 졸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9.5%에 달했다. 남성은 30.4%, 여성은 48.3%로, 여성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졸혼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법적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생활 방식은 각자 존중받고 싶다는 요구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가족 개념의 약화도 함께 나타났다. ‘대가족으로 살고 싶다’는 응답은 2016년 44.9%에서 2026년 31.9%로 13.0%포인트 떨어졌다. ‘가족과 있을 때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응답도 64.6%에서 60.9%로 낮아졌다. 지역 공동체와 취미 모임 참여도 줄었다. ‘취미나 지역 모임 등 그룹에 참가하고 있다’는 응답은 2016년 55.4%에서 2026년 45.9%로 감소했다. 가족과 지역, 모임이 노후 생활의 중심축이던 과거와 달리 개인 단위의 생활이 더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노인’의 기준도 늦춰졌다. ‘노인이라고 하면 몇 살부터인가’라는 질문의 평균값은 2016년 75.4세에서 2026년 75.9세로 높아졌다. ‘어르신이라고 하면 몇 살부터인가’라는 인식도 74.9세에서 75.8세로 올라갔다. 보고서는 60대가 더 이상 전통적인 노년의 입구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중년 이상, 노인 미만’의 애매한 생애 단계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일본 광고회사 하쿠호도가 운영하는 연구기관이다. 1986년부터 10년마다 60~74세 남녀를 대상으로 ‘시니어 조사’를 실시해 왔다. 이번 2026년 조사는 수도권 인근에 거주하는 60~74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1월부터 진행됐다.
이번 조사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와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국내에서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편입되면서 기존 노년층과는 다른 생활 양식과 소비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보다, 소비 주체로서의 ‘나’와 ‘나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경향은 일본의 이번 조사와도 맞닿아 있다. 고령층을 복지와 부양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개인 단위의 생활·문화·돌봄 수요를 세분화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