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는 길 아파트 정문 한옆에 붕어빵 굽는 리어카가 생겼다. 붕어빵은 따끈한 게 겨울이 제철이라서 여태껏 없던 노점상이 자리 잡았나 보다. 사람들도 제법 몰려서 순서를 기다리는 걸 보니 아마 장사도 짭짤하게 잘 되는 모양이다. 나 또한 어쩌다 보니 천원 몇 장 들고 집을 오가면서 붕어빵을 사먹고 있다. 누가 보면 예전부터 붕어빵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보겠지만 사실 그 반대다. 언젠가 한 번 사 먹었는데 미리 만들어 놓은 빵을 주어서 이미 바삭함은 없고 축축하게 퍼진 맛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붕어빵 굽는 사람도 언제 사람이 몰릴지 모르니 미리 많이 구워 가지런히 진열해 놓고 있는데 내 입맛으로 갓 구워서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아닌 식은 붕어빵은 참 맛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릴 땐 붕어빵이 아닌 국화빵이 있었다. 국화빵 역시 미리 만들어 놓으면 금방 식어서 눅눅해졌다. 그래서 국화빵을 풀빵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래도 어릴 땐 국화빵을 좋아했다. 낮은 의자에 앉은 아저씨가 연탄을 피우고 쇠로 만든 국화빵 기구에 밀가루 반죽을 붓고 단팥을 넣고 그 위에 반죽을 조금 더 부어 문을 철컥 닫고는 옆으로 돌리고 그 옆 국화빵 틀에 똑같은 동작으로 빵을 굽는 연속행동이 재미있어 또래 동무들과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국화빵 구워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곤 했었다. 여러 대인 국화빵 틀에 반죽을 넣고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빵이 잘 구워지는 게 신기하기도 했던 시절이다. 어릴 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건 내 입맛이 좀 고급이어일까? 아마도 간식거리가 예전보다 많이 다양해져서일게다.
일본 여행에서 만난 붕어빵
그렇게 별다를 것 없는 붕어빵을 일본여행에서 만나니 새로웠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붕어빵 가게를 봤는데 제법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포장도 많이 해 갔다. 우리 일행도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 붕어빵을 한 마리씩 맛보았다. 물론 갓 구워서 바삭하고 달콤한 게 아주 맛있었다. 우리나라는 세 마리에 천 원인데 크기는 우리 붕어빵보다 조금 커서 한 마리에 1500원이었다.
마침 집 앞에 붕어빵 장사가 생겼으니 한 번 사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가서 기다려도 괜찮으니 새로 구운 붕어빵을 달라고 부탁했다. 사람이 많을 땐 순서가 있어 금방 나온 빵이 아닌 만들어 놓은 것도 섞어 준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만들어 놓은 붕어빵이 있는데 나만 새로 구워달라고 하긴 미안하니 진열대에 빵이 없을 때를 노리기도 했다. 머리를 쓴 만큼 바삭하니 갓 구운 붕어빵을 살 수 있었다. 지금은 세금 내는 것처럼 정문 옆 붕어빵 노점에 돈을 내고 따끈한 붕어빵 봉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오며 작은 행복을 느낀다. 적은 돈으로 이렇게 바삭하고 구수한 맛있는 붕어빵 먹기가 이 겨울의 취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