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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기자 칼럼] “5월의 마지막 날에 쓰는 편지”

기사입력 2016-05-31 18:13

▲어머니날에 보내온 꽃다발. (양복희 동녀기자)
▲어머니날에 보내온 꽃다발. (양복희 동녀기자)
지금도 살아 계신 것만 같은 어머니! 그곳 어머니 계신 곳은 참 좋은 나라이지요? 어머니는 늘 평온하시며 묵묵히 베풀며 살아오셨기에 저 하늘나라 어딘가에 편안하게 계시리라 생각해봅니다.

어머님 막내아들 저희 가족도 덕분에 이제 어느덧 60세 고개를 넘기고 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하시던 말씀 “너희들 막내 잘사는 것 보고 저 세상 가야 할 텐데”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데 결국은 걱정만 끼쳐 드린 채 어머님을 보내 드려야만 했던 지난날, 그때는 왜 그리 철이 없었던지 그 말씀을 뼈져리게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유난히도 어머님을 많이 닮은 막내아들, 저희 부부 지금까지 얼마나 멀고 긴 시간들을 열심히 달려왔는지 모릅니다. 지난날은 비록 찢기며 부딪히며 살아온 시간들이었지만 이제 엄마의 자리 아빠의 자리 그 소중함 만으로도 서로의 부족함 감싸 안으며 남아 있는 시간들에 최선을 다할 것 약속 드릴께요.

어머니! 그거 생각나세요? 갓 시집온 며느리가 어머니께 김치를 손으로 찢어 달라고 하던 날 말에요. 어머님은 어이가 없으셨는지 멍하니 저를 쳐다 보셨고 아버님은 “그래 새 아이는 선생님이니까 아이들 앞에서 김치냄새 풍기면 안돼. 당신이 해줘요.”

어머님은 아무 말씀이 없이 내 밥 수저 위에 얹어 주시던 그때, 그 김치 맛을 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답니다. 엄마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온 저이기에 시어머님을 친정엄마처럼 따르고 싶었으니까요. 이제 늦게 나마 그때 모든 일들 다 깊이 감사드릴께요.

무슨 때마다 찾아 뵐 때면 저희가 사 들고 간 것들을 너희들 먹으라며 도로 다 싸주시고 오히려 차 트렁크에 하나 가득 채워 주시던 어머니.

어머님 장독대에는 누구라도 퍼주시기 위해 늘 넘쳐나던 항아리의 행렬들. 이제는 어머니가 떠나시고 남겨진 것들은 모두가 그대로지만 어머님이 즐겨 찾으셨던 경기대 뒷산 형제 봉 산꼭대기 낙엽 덮인 그 자리를 저는 영원히 가슴에 담고 있습니다.

어머님이 아주 멀리 떠나시던 날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리 없이 눈감으며 아무 말이 없으시면 평온할 수 있음을, 한줌의 재가 되어 하얀 종이위에 쓸려나감은 자연으로 흩어질 수 있음을, 불러도 불러 도 대답 없는 외침의 고요함 뒤에는, 뒤늦게 울부짖는 넋 나간 후손들의 흐느낌뿐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아무것도 이고 지지 않고 그저 빈손으로 눈감고 간다는 것을, 그리고 가신 뒤 남아있는 영혼들의 서로 갖겠다는 삶의 욕망으로 가득찬 하얀 상복차림들의 아귀다툼 까지도.

어머니! 저 막내며느리 한가지 간절한 바램이 있다면, 이제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버린 나이먹은 형제들. 어느덧 부모가 되어 어머니처럼 갈 길이 멀지 않은 사람들끼리 진정한 사랑우애로 서로를 느끼며 남은 삶을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형제애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어머니! 다시금 어머니를 불러보며 참회하고 그리워하며, 저 하늘 어딘가에서 마치 저희들을 바라보시고 계실 것만 같은 어머니, 이제는 이세상 걱정 다 털어버리시고 평안 하시기를 두 손 모아 깊이 기도 드릴께요. 안녕히 계세요.

5월의 마지막날에 어머니를 그리며.

▲손주들과 함께하던 우리 시어머니 모습. (양복희 동년기자)
▲손주들과 함께하던 우리 시어머니 모습. (양복희 동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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