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산업 전문가 토마스 힌리히센 대표, “한국 첨단 기술에 반해”

독일 시니어 산업 전문가인 토마스 힌리히센(Thomas Hinrichsen) TH International社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독일, 일본, 호주, 한국 등에서 전기·의료기기·헬스케어 제품의 국제 인증 및 유럽 시장 진입 전략을 자문해왔으며, 특히 ISO·CE 등 글로벌 기술 규격에 정통한 유럽 인증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 일본 실버 시장에서 고령친화 제품의 디자인·표준화 업무를 주도했는데, 13년 간 일본에서의 활동으로 일본 내 시니어 산업계에 대해서도 능통한 인물이다.
그는 2016년 아시아 기업들의 유럽 진출을 돕는 전문 컨설팅 법인 TH International社를 설립하고, 한국의 비접촉 생체신호 솔루션 기업인 제이씨에프테크놀로지(이하 JCF)와 협력하며 맥케어 시스템의 유럽 현지 테스트와 표준화 활동을 이끌고 있다. 맥케어 시스템의 센서를 방 안 천장이나 벽에 설치하면, 심박수, 호흡, 움직임, 낙상 여부 등을 24시간 자동으로 감지하고, AI 분석을 통해 이상징후를 조기에 경고해준다.
그는 최근 독일 DIN의 추천으로 ISO TC173 WG14(비접촉 경고·모니터링 시스템) 기술위원회에도 합류하여, 고령자 돌봄 기술의 글로벌 기준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과 한국은 현재 비슷한 문제를 앓고 있다. 두 국가 모두 초고령사회 진입과 저출산이라는 과정을 겪고 있고,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외국인 근로자 혹은 이민자 증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투데이 사옥에서 만난 힌리히센 대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돌봄 인력’의 부족을 꼽았다. 고령자를 돕는 에이지테크는 이러한 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Q. 독일과 한국 모두 저출산과 고령화를 걱정하고 있다.
A. 독일, 한국, 일본은 모두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 인구는 많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기술, 맥케어(McKare)를 통해 간호사를 지원하고자 한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간호사들을 지원하고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독일의 가장 큰 문제다.
Q. 독일에서는 이런 기술에 대한 수용이 어떤가.
A. 대만이나 일본의 돌봄 인력과 기관은 디지털 기기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독일은 매우 보수적이며 로봇이나 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지원을 채택하는 데 망설인다. 정부의 규제, 기밀성, 개인정보 보호법 등 너무 많은 규칙이 있어 엔지니어들이 좋은 도구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Q. 독일 사회가 초고령사회 진입과 저출산, 이민자 증가를 통해 돌봄 분야의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독일에는 교육 수준이 낮은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보통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자녀 수가 많다. 독일은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런 이민자들을 통해 인구는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어 문제, 교육 문제 등이 발생한다. 이들 이민자들은 돌봄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존재들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특히 돌봄 현장에서 이민자가 노인과 대화하려 할 때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큰 문제다.
Q. 인력 문제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이민자 간호 인력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고령자와의 소통이 어렵다. 결국 기술이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부담을 줄이고 고령자를 더 효율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인공지능(AI)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결국 해결책은 AI를 활용한 다국어 일상 지원이라고 본다. 서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실시간 번역이 이뤄질 수 있다. 시력이 약한 고령자에게는 음성 번역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이것이 산업이 제시하는 현실적 해결책이다.
Q. 초고령사회 진입 후 독일 내 고령자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A. 고령자의 80%는 요양원에 있지 않고,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은 돌봄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때문에 가족과 함께 지내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나머지 20%는 사회 요양시설이나 민간 요양시설에 거주하고 있는데, 민간 시설은 매우 비싸서 부유한 고령자만 이용할 수 있다. 고령층의 빈부격차가 심한 상황이다. 저소득 고령자는 병세가 심각해질 때까지 집에 머물다가 병원으로 실려 간다. 요양원으로 가는 일은 드물다.
Q. 독일 실버케어 환경의 현실은 어떤가.
A. 독일 요양시설은 여전히 병상에 케이블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아날로그 환경이다. 환자의 생체신호나, 낙상방지를 위한 다양한 모니터링 장치가 쓰이고 있지만, 재래식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간호사는 케이블 관리에 시간을 쓰고, 환자와의 상호작용은 줄어든다. 이런 구조는 돌봄의 본질을 해친다. 기술이 간호사의 시간을 빼앗아선 안 되고, 오히려 돌봄에 집중하게 도와야 한다.
Q. 그럼 이러한 상황에서 맥케어 비접촉 모니터링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A. 물론이다. 독일 엔지니어들은 항상 오류를 찾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에서 첨단기술 도입이 늦는 이유다. 기술적 검증을 이유로 도입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금 필요한 것은 돌봄 기관과 인력을 위한 ‘지원’이다. 비접촉이 되어야 진정한 돌봄 지원이 가능하다. 우리는 의료기기가 아니라 돌봄 기기가 필요하다. JCF의 기술은 정확도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Q. JCF를 알게 된 계기와 협력 배경이 궁금하다.
A. 나는 4년 넘게 시장을 조사해왔다. 이스라엘, 미국, 독일, 대만,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기술을 비교해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독일 전시회에서 처음 JCF를 만났고, 기술적인 대화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팀을 초대했고, 2만 개 이상의 센서가 실사용 중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것이 한국 기술이 앞서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Q. 스마트워치와 같은 착용형 기기와 비교할 때 맥케어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A.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은 고령자에게 착용이 불편하고, 샤워나 충전 시 벗게 되므로 데이터가 중단된다. 반면 맥케어는 방 안에 고정되어 있어 24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데이터가 끊기지 않고 연속적이며 완전하게 수집된다. 심박수, 호흡, 움직임, 낙상 여부 등 다양한 데이터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Q. 현재 독일 내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벽면 설치, 천장 설치 모두 테스트해보았고 큰 오차는 없었다. 사무실에도 설치돼 있고, 독일 보쉬社와 협업해 헬스케어 트럭에 장착해 전시회와 병원을 순회하며 시연하고 있다. 하르겐 같은 도시의 스마트홈 쇼룸에서도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고, 바이에른주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지역 전시회를 통해 요양기관 관리자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Q. 향후 ISO 표준화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계신가.
A. 현재 센서 기반 돌봄 기술에 대한 표준은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대부분 의료기기 기준에 의존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술 발전이 제한된다. ISO TC173 WG14에서 독일과 일본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국제 표준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적 기준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줄이고, 고령자 돌봄 중심의 실용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술이나 삽입이 아닌 비접촉 모니터링 기술은 보다 저렴하고 쉽게 보급되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우리는 3%의 정확도를 위한 싸움을 하는 게 아니다. 30%의 간호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술이다. 에이지테크 역시 돌봄 현장 인력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환자, 고령자 보살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