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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재의 약되는 이야기] 금과 사향, 그리고 봉독이야기

기사입력 2015-09-18 16:12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다이아몬드라고 답할지 모르겠다. 분명 다이아몬드는 금보다 더 귀하고 비싸긴 하지만, 장식용품에 쓰이면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뿐이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더 큰 가치를 가진 것은 금이라고 할 수 있다.

금은 지금도 국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사시에 그 가치가 드러난다. 금값과 주가는 연동되기 마련인데, 상반되는 주기를 갖는다. 즉, 금값이 오르면 주가가 떨어지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금값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면 맞다.

아주 대표적인 실례로, 1929~1932년 대공황 당시 다우지수는 90%나 폭락했지만, 금광회사인 홈스테이크의 주식은 금값이 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급상승을 했다. 주가총액이 무려 300배나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 사태를 보면서 전쟁이나 기타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폐는 종잇조각에 불과해도 금은 언제나 가치를 유지하는 물건이라는 공감이 모아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파산 때도 전 세계의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금고에 많은 재산을 금덩이로 묻어 놓는 바람에 세계적인 금괴와 금화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금을 한의학에서 한약원료로도 사용한다.

금이 주로 나타내는 효능은 마음이 불안정하고 놀랐을 때 안정을 시켜주는 신경안정작용, 몸 안의 유독한 물질을 흡수하여 배출시키는 해독작용, 종기나 화농증 등의 피부병에 효과가 있는 피부정화작용 및 면역력을 높여주고 관절염의 통증을 제거하는 등의 효능이 한의학적으로 알려져 있다. 금은 금박이라 하여 아주 얇은 편(片)의 형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황청심원이나 공진단의 표면에 감싸져 있기도 하다. 이 얇은 금박도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한약의 원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이다.

그런데, 이 금보다 비교도 안 되게 훨씬 더 비싼 한약이 있다. 바로 사향이다. 사향은 사향노루의 사향선(腺)을 건조시켜 얻는 분비물로서 사향노루 수컷의 배와 배꼽의 피하에 있는 향낭속에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사향을 갑작스럽게 환자가 쇼크에 빠지거나 뇌졸중으로 인사불성이 될 경우 의식을 깨우기 위해서 사용한다. 또, 대사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이 있어 호흡과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황제의 명약이라는 공진단과 정신이 불안정할 때 급히 사용할 수 있는 우황청심원의 대표적인 원료로 사용되어왔다.

사향의 대표적인 성분은 무색의 기름 같은 액체이며, 무스콘(muscone)이라 한다. 무스콘의 효능은 항염증작용, 강심작용, 혈압강하작용, 알레르기를 가라앉히는 항히스타민 작용 및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는 혈소판 응집억제 작용 등이 현대의학적인 연구에서 증명되었다. 이 사향은 금값의 몇 십배에 달할 정도로 고가의 한약이다. 그래서 위조품이 가장 많은 한약중의 하나가 바로 사향이다. 수년전에 공중파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이 사향의 국내 위조 실태에 대해서 방송된 적이 있다.

사향은 멸종위기에 놓인 사향노루에게서 얻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야생동물보호협약상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수입 절차가 아주 까다롭고 수입할 수 있는 양도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사용되는 사향이 공인된 수입량의 열배 이상으로 밝혀진 것이다. 우리나라 공정서 기준으로는 사향 안의 무스콘 함량이 2% 이상이어야 하는데, 무작위적인 실험결과, 무스콘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사향으로 만든 한약제제도 많은 것으로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일부 업자가 불개미 등을 섞어 만든 가짜 사향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1차 방송이 나간 후에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있었고, 압수수색 끝에 밝혀진 사실이다. 그 후, 수십명이 기소가 되었으나 결국 결과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법령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틈으로 모두 빠져나간 탓이다. 결국 사향은 법적 보완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아직도 구하기 힘든 한약으로 남았다. 최근 사향의 수입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그 가격이 그대로 국내 구입가에 반영되었다. 그런데 한약을 다루는 전문인들의 입장에서 더 답답한 것은 무려 60%가 넘게 오른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사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공진단이나 우황청심원의 사용량은 계속 늘어가고 있는데, 핵심원료인 사향을 구할 수 없어 대기순번이 수백번까지 이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이 사향보다 더 비싼 한약이 있을까? 물론 있다. 가장 비싼 것은 바로 벌의 독을 모아서 정제하여 만든 봉독분말이다. 봉독의 가격은 사향의 6~7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봉독은 한의학적으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력의 높고 낮음을 정상 수준으로 조절해주며, 통증 억제와 혈액 순환의 개선, 그리고 뇌하수체와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주는 등의 아주 다양한 작용이 있다. 특히 심한 근육통과 외상으로 피멍이 심하게 들었을 때 증상을 신속하게 가라앉혀 주거나, 만성 디스크 등의 치료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벌을 잡아서 환자에게 직접 살아 있는 벌의 침을 맞게 했다.

물론 1회용으로만 쓰는 것이었고, 벌침을 놓자마자 그 벌은 죽고 말았다. 그래서 벌침을 사용하는 한의사들은 항상 일정 수 이상의 벌을 직접 키우고 있어야 했다. 최근에는 벌에서 직접 독을 추출하여 정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독성분을 순수한 분말형태로 얻고 있다. 커다란 동물이나 사람도 전기충격을 받으면 정신을 잃고 분비물을 쏟아놓듯이, 벌도 고정시킨 채로, 특정파장의 전자파를 흘려 넣으면 독성분을 주로 분비한다. 이 독성분을 잘 정제하여 자연 건조시켜 얻은 분말이 바로 봉독분말이다. 물론 이 추출과정은 개발자의 특허로 보호되어 있다. 이것을 생리식염수에 적당한 비율로 녹인 다음, 멸균하여 주사액 형태로 만들어 환자의 피하나 관절낭에 아주 소량씩 주사하여 염증과 통증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벌을 키우는 농원에서 이렇게 얻어진 봉독분말의 대부분은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말 안의 상당 분량이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작용을 하는 성분들인데, 이것을 가지고 소염주사제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고서화가 되었든지, 공산품이 되었든지, 아니면 한약의 원료가 되었든지 결국 값을 정하는 것은 희소성의 가치이다. 금이나 사향, 봉독의 비싼 가격도 사실 이 희소성과 함께 그것을 얻는 과정의 특수성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세 가지 한약원료 모두 오랜 세월동안 임상에서 환자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었기 때문에 희소성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지, 구하기 어렵다고 무조건 비쌀 수만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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