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와 환갑 사이, 정책·시장·문화에 따라 나이도 제각각

‘영크크’를 아는가.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의 노래 제목 ‘YOUNGCREATORCREW’를 줄인 말이다. 젊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 표현은 최근 유행을 아느냐 모르느냐를 가르는 말로 퍼졌다. 반대편에는 ‘늙크크’와 ‘올크크’가 생겼다. 최신 밈을 따라가지 못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그쪽에 줄을 서야 한다.
40대를 향한 말은 조금 더 날이 서 있다. ‘영포티’는 한때 소비와 자기관리에 적극적인 젊은 40대를 일컫는 마케팅 용어였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하는 중년을 놀리는 말로 자주 등장한다. 한국리서치가 2026년 실시한 조사에서도 영포티를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 가운데 70%가 ‘젊은 척하는 40대’를 떠올렸다. ‘권위를 내세우는 40대’라는 응답도 55%였다. 이처럼 온라인의 시간은 빠르다. 40대는 어느새 젊음을 해명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행정에서 계산하는 나이는 사뭇 다르다. 지역에 따라서는 49세도 청년이다.

밈은 벌써 늙었다는데, 행정은 아직 청년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정한다. 다만 다른 법령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 연령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5년 전국 조례를 살펴본 결과, 강원 태백·평창·화천, 전북 무주·순창·장수, 전남 고흥·해남·신안 등 40개 기초자치단체는 청년 연령의 상한을 49세 이상으로 두고 있었다.
도시에서 40대는 청년문화를 따라 하는 중년으로 조롱받지만, 몇 시간 떨어진 농촌에서는 마을을 이어갈 귀한 청년으로 대접받는다. 같은 나이를 두고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진다. 지역이 청년의 범위를 넓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학교와 직장을 찾아 젊은 주민이 빠져나간 곳에서는 30대까지로 대상을 한정하면 정책에 참여할 사람부터 부족하다. 창업과 귀농·귀촌, 주거 지원을 이어가려면 지역에 남아 있는 40대도 청년정책 안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행정 연령보다 더 멀리 나아간 마을도 있다. 전남 해남군 옥천면 영춘2리는 2017년 청년회 회원 자격을 59세에서 65세로 늘렸다. 청년회 활동이 끝나는 60세부터 노인회에 들어가는 65세까지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민이 생긴 데 따른 결정이었다. 60~65세 주민 5명이 다시 청년회에 가입했다. 이들은 마을 행사와 봉사활동, 농사일을 맡았다.
경북 영덕군 석리의 청년회장은 2025년 당시 59세였다. 그는 청년회장 자리를 넘기고 싶어도 뒤를 이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환갑을 앞둔 청년회장은 산불이 났을 때 고령 주민의 대피와 마을 복구까지 떠맡았다. 이곳에서 청년은 출생연도로 나눈 세대라기보다, 마을에서 몸을 움직이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요즘 나이’로는 한창인데,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50대
시장에서는 나이를 다시 젊게 계산한다. 삼성생명은 2025년 ‘요즘 나이=실제 나이×0.8’이라는 광고를 선보였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생애주기가 달라졌으니 과거와 같은 잣대로 나이를 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였다. 광고 속 60세는 요즘 나이로 48세, 새 직업을 갖기 좋은 나이로 표현됐다. 의학이나 사회과학에서 쓰는 계산법은 아니지만, 자신을 주민등록상 나이보다 젊게 받아들이는 중장년의 생각을 영리하게 짚었다.
노동시장의 시계는 이 광고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64세 가운데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들의 평균 이탈 연령은 52.9세였다. 남성은 55.0세, 여성은 51.1세였다. 이들 중 15.2%가 40대에, 37.2%가 50대에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을 떠났다.
정년을 채운 사람은 13.3%였다.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 휴·폐업으로 직장을 나온 경우가 25%로 가장 많았고, 건강 문제 22.4%, 가족 돌봄 14.7%,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10.2%가 뒤를 이었다. 미리 정해둔 시점에 맞춰 일을 마쳤다기보다 경영 상황이나 건강, 돌봄 부담에 밀려 주된 일자리를 떠난 경우가 더 많았다.
이 통계는 완전한 은퇴 연령을 뜻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에는 이후 다른 직장에 취업한 사람과 미취업자가 함께 들어 있다. 다만 오랫동안 쌓은 경력과 소득을 유지하던 일자리가 40대 후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현실은 분명히 드러난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국민연금을 65세부터 받는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떠나는 평균 연령 52.9세와 비교하면 두 시점 사이에는 약 12년이 놓인다. 그동안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자영업에 나서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된 경력이 끊긴 뒤 연금이 시작되기까지의 시간이 길다는 사실까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 간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늘리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양대 노총과 일부 국회의원은 7월 임시국회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의 구체적인 입법안과 처리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검토되는 안 가운데는 2029년부터 정년을 61세로 늘린 뒤 2년마다 한 살씩 높여 2037년 65세에 도달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시행 시기와 퇴직 후 재고용,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
한편 대한노인회와 일부 전문가들은 노인 기준을 75세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아직 정부 방침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더욱이 국내 노인복지 사업은 기초연금, 돌봄, 경로우대 등 제도마다 적용 연령이 달라 ‘노인 기준’ 하나를 바꾼다고 모든 수급 연령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도 아니다. 다만 연령 상향이 개별 복지제도의 수급 기준 조정으로 이어진다면 정년 이후 지원을 받기까지 새로운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노인 연령을 높일 때 소득·복지 공백과 노인빈곤 심화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많다는 사실도 곧바로 근로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다. 2025년 55~79세 인구 가운데 69.4%는 앞으로도 일하기를 희망했고, 평균 희망 근로연령은 73.4세였다.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돼서’로, 응답자의 54.4%가 선택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떠난 평균 연령 52.9세와 희망 근로연령 73.4세 사이에는 수치상 20년이 넘는 차이가 난다. 그 긴 시간을 어떤 일자리와 소득으로 채울 것인지가 정년 연장 논의의 핵심에 놓여 있다.

5060에게 붙는 이름은 많지만…
복지제도는 대체로 65세부터 노년의 문을 연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경로우대 기준에도 65세가 쓰인다. 노인일자리 가운데 일부 사업은 60세부터 참여할 수 있지만, 주요 노후소득과 돌봄 지원은 여전히 65세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그 결과 5060은 어느 영역에 서 있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온라인에서는 영포티나 늙크크로 불리고,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청년이 된다. 기업을 떠난 뒤에는 퇴직자 또는 재취업자가 되고, 소비시장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이름을 얻는다. 복지 창구에 가면 아직 노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정책마다 연령 기준이 다른 것 자체를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청년 창업지원과 노인 돌봄이 같은 나이를 기준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제도 사이의 간격이 길어지면서 누가 그 시간을 떠받칠 것인지는 좀처럼 분명해지지 않는다. 청년정책이 끝난 뒤 주된 일자리를 떠나고, 노후소득 보장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어지는 10여 년을 개인의 재취업 노력만으로 건너게 하는 방식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49세인 누군가는 지역의 청년지원 사업에 신청하고, 같은 날 직장에서는 퇴직을 준비한다. 60세인 누군가는 ‘요즘 나이 48세’라는 광고를 보며 새 출발을 떠올리지만, 복지 창구에서는 다섯 해를 더 기다린다. 주민등록증에는 나이가 하나만 적혀 있다. 그 숫자를 읽는 사회의 방식은 한참 어긋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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