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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은 인생 후반전의 엔도르핀”

입력 2026-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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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로해준 트로트] 임영웅 팬튜버 ‘젊은할배 59TV’ 류호진 씨를 만나다

▲대전에서 만난 류호진 씨. 영웅시대 팬이 운영하는 팬 아지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전에서 만난 류호진 씨. 영웅시대 팬이 운영하는 팬 아지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중무휴, 365일. 아침 9시가 되면 유튜브 채널 ‘젊은할배 59TV’에는 어김없이 ‘임영웅 뉴스’가 올라온다. 채널을 운영하는 이는 기자 출신 유튜버 류호진 씨다.

구독자 23만 명, 최고 조회수 80만 회를 기록한 이 채널은 오직 가수 임영웅의 소식만 전한다. 임영웅의 공식 팬클럽 ‘영웅시대’ 사이에서 ‘젊은할배 59TV’는 대표적인 ‘팬튜버’로 통한다.

대전중앙역 지하상가에는 대전 영웅시대 회원들이 자주 찾는 작은 팬 아지트가 있다. 임영웅의 팬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가수와 관련된 각종 굿즈와 사진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공간 전체가 영웅시대를 상징하는 하늘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곳에서 류호진 씨를 만났다. 영웅시대 팬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스타였다. 류 씨가 온다는 소식에 한참을 기다린 이들이 그를 반겼다. 류 씨를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인 팬들은 금세 임영웅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작은 공간은 거대한 팬덤의 열기로 가득 채워졌다.

(AI 기반 편집 이미지)
(AI 기반 편집 이미지)

기자 출신 경력을 살리다

어느덧 팬튜버 6년 차에 접어든 류호진 씨의 하루는 그야말로 ‘임영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는 매일 오전 5시 40분이면 눈을 뜬다. 씻고 나면 가장 먼저 밤부터 아침까지 올라온 임영웅 관련 뉴스를 확인한다. 이어 영웅시대 팬들이 보내온 메시지를 살펴본다. 그는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두었다.

“카카오톡에만 8000명 정도의 팬분들 연락처가 있어요. 전국은 물론 해외 각지에 있는 팬분들이 ‘어제 TV에 이런 장면이 나왔다’, ‘어디에 임영웅 사진이 걸려 있다’ 같은 정보를 보내주십니다. 각종 기사와 팬분들의 메시지를 확인한 후, 이를 바탕으로 ‘9시 뉴스’를 제작합니다. 꼭 알아야 할 정보에 제 생각과 해설도 덧붙이죠.”

류 씨는 원래 대전·충청 지역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채널 역시 지역 정치와 행정 이슈를 다루기 위해 개설했다. 그러다 2020년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영 당시 관련 콘텐츠를 다루면서 진(眞) 임영웅에게 자연스럽게 빠져들었고, 이후 아예 임영웅 팬튜버로 방향을 틀었다. 기자로 쌓아온 경험과 팬심이 결합된 결과다.

류 씨는 임영웅 덕분에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퇴직 이후 무료할 수 있었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해 경제적 보람도 얻고 있다. 기자로 일할 때보다 수입이 더 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매일 뉴스를 올리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과음도 줄고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 보고 점점 젊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임영웅 씨가 제 삶의 엔도르핀이죠.”

▲임영웅 콘서트 현장을 찾은 모습.(류호진)
▲임영웅 콘서트 현장을 찾은 모습.(류호진)

90대 팬도 많은 임영웅

류호진 씨는 임영웅에게 빠져드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웅며들었다(임영웅에게 스며들었다)”면서 “임영웅 씨는 뭔가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는 아니어서 가창력이나 스타일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지만, 노래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감정 전달이 뛰어나다는 것. 아이돌 못지않은 춤 실력과 퍼포먼스, 그리고 바른 인성 역시 팬들을 사로잡은 매력으로 꼽았다.

‘영웅시대’ 팬카페 회원 수는 지난해 8주년 당시 21만 명을 돌파했으며, 현재는 19만 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팬덤 랭킹 1위다. 팬층은 50대부터 70대, 이른바 꽃중년이 중심이다. 류 씨의 체감도 비슷하다고 했다. 다만 최근에는 연령대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그는 “콘서트 현장에 가면 10대, 20대는 물론 80대 이상의 고령 팬들도 쉽게 볼 수 있다”며 “100세에 가까운 분도 한두 분씩은 꼭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들에게 콘서트는 삶의 기쁨이자 희망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모시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저와 친분 있는 팬 분 중에 닉네임 ‘아리수창’ 님이 계세요. 올해 99세이신데, 아침마다 임영웅 관련 투표를 빠짐없이 하십니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건강이 좋지 않아 누워 지내셨지만, 지금은 전국 콘서트를 다니실 정도로 활력을 되찾으셨어요. 에너지가 넘치셔서 현장에서 만나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또한 류 씨가 주목한 임영웅 팬덤의 특징은 ‘기부와 봉사’다. 임영웅은 팬들의 선물을 받지 않고 기부로 마음을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팬들 역시 기부와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영웅시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 4년간 총 36억 9660만 원의 기부금을 모금해 사회 곳곳에 전달했다.

“저도 뉴스에서 봉사와 기부 소식은 꼭 전하려고 합니다. 제가 볼 때 영웅시대는 기부와 봉사가 몸에 밴 팬덤입니다. 아티스트를 따라 나눔을 이어가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콘서트장에 가보면 서로 먹을 것이나 굿즈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흐뭇함을 자아냅니다.”

(AI 기반 편집 이미지)
(AI 기반 편집 이미지)

▲방석을 잃어버린 팬을 위한 영웅시대의 나눔.(류호진)
▲방석을 잃어버린 팬을 위한 영웅시대의 나눔.(류호진)

팬과 팬을 잇는 연결자

류호진 씨는 단순한 팬튜버를 넘어, 영웅시대 팬들을 잇는 연결자 역할을 하고 있다. 팬들은 콘서트 티케팅 방법부터 버스 대절, 임영웅 맛집 정보까지 다양한 질문을 류 씨에게 보낸다. 류 씨는 사소한 문의에도 친절하게 답을 건네며 정보를 나눈다. 팬들 사이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정보 허브’로 자리 잡았다.

류 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이 연결되며, 때로는 뜻밖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팬들 사이에서 ‘기적의 방석’으로 불리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임영웅 콘서트에서 제공하는 기념 쿠션은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물건이다. 어느 날 미국 시애틀에서 온 팬이 이 방석을 잃어버렸다는 사연이 류 씨에게 전해졌다.

“방송에서 그 사연을 소개했더니 ‘내 방석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모인 방석이 259개나 됐어요. 그 방석들은 미국은 물론 하와이, 호주, 일본 등 원하는 분들에게 모두 전달됐습니다. 한 개의 방석이 더 큰 나눔으로 돌아온 기적 같은 일이죠.”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임영웅 콘서트가 해외에서도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처럼, 더 많은 해외 팬들이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류호진 씨는 매일 임영웅 뉴스를 전하고, 공연을 보기 위해, 또 그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다니며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왜 많은 꽃중년이 임영웅에 열광하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임영웅 씨에게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습니다. 덕분에 제 인생이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그래픽 이은숙 기자(류호진, 강진군청)
▲그래픽 이은숙 기자(류호진, 강진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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