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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육아 체력전, 피할 수 없다면

입력 2026-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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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황혼육아] 심신을 지키는 건강 솔루션 STEP 3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손주를 안고 업는 일부터 밥 먹이기, 청소와 빨래 등 반복되는 집안일까지. 일상적인 육아 노동은 중년 이상에게 허리·무릎·손목 등 관절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통증이 누적되면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신체적 피로에 그치지 않는다. ‘잘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육아에 대한 부담,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는 심리적 소진으로 이어지기 쉽다. 육아가 기쁨이 아니라 부담으로 느껴지는 순간, 마음의 균형 역시 흔들린다.

신체 건강 측면에서는 장동균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교수, 정신적·정서적 관리 측면에서는 황인철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토대로 황혼육아에 따르는 건강 위험과 관리 방향을 살펴본다.

STEP1. 진단 |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신체적 건강과 관련, 장동균 교수는 “황혼육아를 담당하는 시니어 계층은 이미 노화로 인해 근골격계가 약해져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태인데 손주를 돌보는 과정에서 척추와 관절에 과부하가 걸려, 이른바 ‘손주병’으로 불리는 각종 질환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표적인 것이 척추관협착증 악화와 척추 압박 골절이다. 아이 체중은 10㎏ 내외지만, 허리를 굽혀 들어 올릴 때 척추가 받는 하중은 그보다 훨씬 크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여성의 경우 순간적인 힘에도 압박 골절 위험이 높다.

손목건초염(드퀘르벵 증후군), 회전근개 손상, 퇴행성 관절염 역시 황혼육아 과정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장시간 반복되는 안기 동작과 좌식 생활은 손목·어깨·무릎 관절에 부담을 준다.

그렇다면 약해진 마음은 어떤 신호를 보낼까. 황인철 교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장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체적 질환은 시니어의 나이, 손주의 나이, 육아 방식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스트레스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황 교수는 “황혼육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악영향을 미치고,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개인에게 맞는 기준을 세워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픽 이은숙 기자ㆍAI 생성
▲그래픽 이은숙 기자ㆍAI 생성

STEP2. 관리 | 건강 챙기는 실천법

장동균 교수는 황혼육아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자세 교정, 강도 조절, 근력·균형 유지’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아이를 안아 올릴 때는 허리를 굽히기보다 무릎과 고관절을 굽혀 아이를 몸통에 밀착시킨 뒤 허벅지 힘으로 일어나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가 몸에서 멀어질수록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은 커진다. 한쪽 팔로 장시간 안거나 허리를 비트는 동작은 통증을 유발하기 쉬운 만큼, 유모차나 허리 지지형 아기띠 등 보조 도구를 활용해 ‘팔로 버티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업 강도 조절도 중요하다. 장 교수는 30~ 40분 단위로 활동과 휴식을 나누는 방식을 권했다. 통증이 시작된 상태에서 참고 계속하는 것은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좌식 생활보다는 입식 생활을 택하고, 기저귀 교환이나 목욕 시에는 허리 높이의 받침대를 활용하는 것이 척추와 무릎 부담을 줄인다. 기존에 골다공증이나 관절·척추 질환이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장 교수는 틈틈이 굳어 있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도 권했다. 통증이 없거나 가벼운 불편감 범위에서 하루 5~10분이라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장동균 교수는 신체 건강이 정신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짚었다. 그는 “만성적인 근골격계 통증은 우울감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며 “몸이 아프니 만사가 귀찮고 아이가 미워 보인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통증을 노화의 일부로 여기고 방치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철 교수는 황혼육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신 건강 문제를 ‘조기에 알아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비교적 뚜렷해 본인이나 배우자가 인지하기 쉬운 반면, 우울증은 서서히 진행돼 방치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손주가 주는 기쁨과 자녀를 돕고 있다는 뿌듯함이 피로와 부담을 덮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일상 속 실천법으로 황 교수는 “정기적으로 실외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손주와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스트레칭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관절과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육아를 시작한 뒤 흥미나 즐거움이 눈에 띄게 줄고, 불면이나 식욕 변화, 이유 없는 피로감, 말이나 행동 속도의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혼자 참기보다 자녀와 상황을 공유하고 돌봄 강도를 조절하거나 전문가 상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이은숙 기자ㆍAI 생성
▲그래픽 이은숙 기자ㆍAI 생성

STEP3. 최종 솔루션 | 나에게 맞는 답

황혼육아가 반드시 건강에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일정 수준의 손주 돌봄이 노년기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황인철 교수는 박유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안홍엽 동국대학교 통계학과 교수와 함께 ‘손주 돌봄과 노년기 노쇠(Frailty)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논문을 지난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6년 한국고령화연구패널(KLoSA)에 참여한 노인 8744명을 최대 14년간 추적 관찰해, 손주 돌봄이 노인의 새로운 노쇠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손주 돌보는 여성 노인의 노쇠 발생 위험은 돌봄에 참여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약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노쇠는 신체 기능 저하뿐 아니라 정신적 소진과 사회적 고립을 포함하는 통합적 개념”이라며 “손주 돌봄 과정에서 신체 활동이 유지되고, 가족 내 역할이 정신적 소진을 일정 부분 상쇄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주 돌봄이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팀은 손주 돌봄이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돌봄의 강도가 과도하거나 선택권 없이 의무적으로 이어질 경우,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장동균 교수는 “손주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몸을 먼저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황혼육아는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상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증과 피로를 참고 견디기보다 정기적인 척추·관절 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자녀와 돌봄 방식을 조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황인철 교수 역시 황혼육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솔직한 의사소통’을 꼽았다. 그는 “조부모 스스로 육체적·정신적으로 무리가 없는지 수시로 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참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며 “황혼육아를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받아들이면 장기적으로 조부모 본인뿐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이 양육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으며, 조부모의 돌봄은 감사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황혼육아의 해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개인에게 맞는 기준을 정해 몸과 마음을 점검할 때, 황혼육아는 부담이 아닌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도움말 장동균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교수 상계백병원 척추센터 교수로, 노년기 척추질환과 척추 변형을 진료·연구해왔다. 척추관 협착증·척추측만증 분야가 전문이다.

도움말 황인철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한가정의학회 완화의학연구회 회장. 환자와 가족의 돌봄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정신적 소진과 삶의 질 문제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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