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맞은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동반자 될 것”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1965년생인 이기일 차관은 본인을 ‘41세’로 소개한다. 만 나이에 0.7을 곱한 값이 사회적 나이라고 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따른 것이다. 이 숫자에서 한창 일할 때라는 다부진 각오가 엿보인다. “할 수만 있다면 주말에도 일하고 싶다”는 그의 앞에는 저출산·고령화사회 대응과 국민연금 개혁, 노인 연령 상향 등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시급한 현안에 분초를 다투어 해결책을 모색해가는 이기일 차관을 만났다.
살필 곳 많아 명함만 12종
명함은 일하는 사람의 간판과도 같다. 어떤 일을 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기일 차관의 명함은 대동소이한 여느 명함에 비해 남다른 데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정책과 업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도표를 넣어 작은 리플릿처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내용을 더 자세하게 살필 수 있도록 QR코드를 삽입하거나 점자를 사용한 명함이 특히 인상 깊다.
“명함만 총 12종 있습니다. 어르신, 난임 부부, 장애인 등 만나는 분에 따라 다른 명함을 드리죠.”
그가 가는 곳에는 커다란 패널도 함께한다. 명함의 도표를 크게 확대한 것으로, 어느 자리에서나 적극적으로 정책을 설명할 준비 태세를 갖춘 것이다. 3월 18일 기자와 만난 이기일 차관은 인터뷰에 앞서 ‘제3차 노인 연령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참이었다. 노인 연령, 저출산·고령화사회, 국민연금 등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지 들었다. 품에서 지시봉을 꺼내 패널을 짚어가며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 노련미가 그득하다.

노인 1000만 시대, 3고(苦) 해결해야
“어르신에게는 질병·소득·고독이라는 세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합니다. 이 세 가지를 보건복지부가 해결해드리고 있습니다. 일본에 ‘집으로 돌아가자’라는 이름의 병원이 있는데, 어르신 환자들을 최대한 빨리 회복시켜 집으로 돌려보내는 병원입니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와 집에서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받으며 노후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는,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기 요양 재가 서비스와 통합 돌봄 정책입니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빠른 회복과 안정적인 생활 유지에 도움을 준다.
“어르신에게 일자리는 생활에 활력과 소득뿐 아니라 정서적 만족감을 줍니다. 2025년 기준 109만 개의 노인 일자리 가운데 69만 개가 공익형 일자리에 해당하는데, 참여자들은 우리 사회와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끼세요. 그런데 고학력자나 고소득자는 이런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은퇴 후 무직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시니어와 청년이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로 가는 건 안 되겠죠. 일본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680만 명을 이르는 말)가 퇴직하며 인력 시장에 큰 공백이 생기자, 시니어와 경력 보유 여성을 찾았어요.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시니어와 경력 보유 여성을 귀하게 모셔가는 상황이 생길 겁니다.”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소득이 부족한 어르신들에게는 다층 연금 체계가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연금 삼총사라고 부릅니다. 이를 통해 노후 소득을 보장받죠. 형편이 어려운 분은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급여도 받을 수 있고요. 국민연금 개혁으로 보험료가 오르는 게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에게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사랑방인 경로당 운영도 적극적으로 돕는다.
“전국에 경로당이 2만 9000여 곳 있습니다. 그중 식사할 수 있는 경로당에는 양곡비와 부식비, 냉·난방비, 인력 등을 지원하고 있어요. 점심식사 지원 횟수를 주 3.4일에서 5일로 늘렸고, 7일까지 늘려갈 예정입니다.”
저출산 문제 역시 차관으로서 공을 들이는 정책 분야다.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다면 노후에 얼마나 고독하고 쓸쓸하겠습니까. 제 또래 대부분은 손주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습니다. 아이가 정말 간절한데도 갖지 못하는 난임 부부들의 애틋한 마음을 정부가 살뜰하게 챙기겠습니다.”
‘나이’는 주관적, 나이보다 젊게 사는 법
“경로사상이 있는 우리와 달리, 다른 나라에는 노인이라고 칭하는 나이나 기준이 따로 없어요.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라는 기준점은 있지만요. 우리나라 1960년대의 평균 수명이 58.4세였고, 노인복지법을 제정한 1981년에는 66.7세였습니다. 65세면 노인이라고 인식하는 게 자연스러웠죠. 그런데 요즘 어르신들은 71.6를 MZ세대 81.5%는 만 70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젊은이부터 어르신까지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거죠. 5월까지 격주로 노인 연령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적절한 기준 연령에 뜻을 모아 정부에 노인 연령 상향 조정 건의문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건강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니어가 많아진 사회라는 반증이 아닐까.
“이처럼 나이는 주관적인 면이 있어요. 신체적으로는 마흔이 넘으면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죠. 저는 주말마다 관악산에 오르는데, 1년에 45번 정도 갑니다. (1년이 52주니) 출장 가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만 빠지는 셈이죠. 마라톤을 좋아해 울트라 마라톤에도 참여한 적 있어요. 100km에 21시간 넘게 걸리더군요. 따로 연습할 시간을 못 내는데 어떻게 완주하느냐고 하는데, 그저 끝까지 가면 됩니다.”
일이 고되면 운동으로 그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이유로 운동에 매진하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돌아가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께서 ‘누가 해야 할 일이면 내가, 언젠가 해야 할 일이면 지금,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즐겁게 하자’고 하셨던 말씀을 마음에 오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한 번도 스트레스받은 적이 없고 즐거워요. 일할 수 있다는 것, 나라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울트라 마라톤 완주 후 발톱이 빠진 자리를 밴드로 동여매고 업무 일정을 소화했다는 그의 남다른 열정이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보인다.

고품격 매거진 ‘브라보’의 동반자 될 것
지난해 연말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0세 이후의 삶은 더욱 길어졌다. 퇴직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마냥 설렌다는 이기일 차관. 그는 국민 누구나 걱정 없이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도록 국민연금 개혁의 중요성과 시급함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3월 20일,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제 공직 인생의 ‘마지막 미션’입니다. 매일 885억 원의 적자가 쌓이는 것을 고려하면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고요. 코로나19를 겪으며 ‘가장 좋은 백신은 지금 당장 맞을 수 있는 백신’이라고 한 적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가장 좋은 연금 개혁안은 가장 빠른 개혁안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와 미래 세대를 위한 과업이죠.”
한편 시니어로서 50+세대 고품격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역할을 당부했다.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이하고 ‘우수콘텐츠 잡지’로도 선정된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정말 잘 만든 잡지입니다. 지금까지 제호처럼 ‘브라보’를 외치며 시니어들의 삶을 응원해온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도 문화생활부터 소득, 일자리, 건강 등 시니어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고품격 매거진이 되길 바랍니다. 올해 연말에는 ‘한·일 시니어 포럼(가제)’을 연다고 들었습니다. 포럼 개최와 더불어 보건복지부와 저도 시니어들의 멋진 인생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