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파크’ 김일준 스핀택 대표가 말하는 액티브 시니어 시장

김일준 스핀택 대표는 오랜 시간 금융 IT 분야에서 일했던 전문가 출신이다. 은행 애플리케이션과 비대면 계좌 개설 시스템을 만들던 개발자였던 그는, 어느 날 시니어 금융 서비스를 기획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시장 조사를 시작하며 느낀 첫 인상은 다소 당혹스러웠다. “방카슈랑스, 신탁, 연금 정도 말고는 시니어를 위한 상품이 별 게 없더라고요.” 그가 본 시니어 금융 서비스는 ‘건강하지 않은 노인’만을 가정한 채 만들어진 상품들이었다.
그러나 그가 본 시장은 달랐다. 그는 ‘시니어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발견했다. “과거에는 50가지 정도였던 시니어의 니즈가, 지금은 1200~1800개까지 확장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요. 단순히 불편한 몸을 누군가 돌봐주길 기다리는 분들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건강하고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들의 소비 욕구와 지출 수준이 젊은 세대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그에게 강한 확신을 심어줬다.
“시니어는 끌어당겨서 되는 게 아닙니다. 그분들이 스스로 ‘들어오실 수 있어야’ 합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들어온다’는 것은 억지로 교육시키거나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다.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경험. 그것이야말로 스핀택이 추구하는 시니어 서비스의 방향이다.

파크골프장에서 찾은 가능성
김 대표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파크골프’였다. 시니어들과의 인터뷰 현장에서 다섯 명 중 네 명이 파크골프 이야기를 꺼냈고, 새벽 6시에 줄을 서서 운동장을 예약한다는 말에 그는 직접 현장으로 향했다. “진짜였어요. 파크골프장 입구에 본인들 가방을 놓고 자리 맡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온라인에서도 흐름은 분명했다. 3년간 검색량이 13배 증가했고, 전체 검색자의 60%가 60대 이상이었다. 이 현장을 플랫폼으로 묶어내야겠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시니어 전용 파크골프 예약 앱 ‘고파크’를 개발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론적 UX’가 아닌, ‘실사용자 기반 설계’에 집중했다. 개발한 시제품을 들고 현장을 찾아 실제 사용자인 시니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키보드는 ‘천지인’, 예약은 ‘단 세 번의 클릭’, 회원가입은 ‘본인 인증 없이 이름 하나로’. 고파크의 UX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 앱은 단순한 예약 도구를 넘어서 커뮤니티 생태계를 형성했다. 현재 누적 7000명 이상이 가입했고, 600개 이상의 모임이 운영 중이다. 특히 60~75세 남성의 참여율이 높았다. 그는 “남성 시니어는 일에서 물러난 후 사회적 소속감을 잃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커뮤니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십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술로 연결하고, 모빌리티로 확장하다
스핀택은 고파크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여 시니어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AI 자세 분석 기능을 통해 클럽 선택이나 스윙 자세 교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GPT 기반의 AI 상담 챗봇”을 도입하여 시니어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답변하고,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시니어가 직접 검색해서 정보를 찾는 건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챗봇을 통해 ‘오늘 모임 장소가 어디인지’, ‘예약은 완료됐는지’, ‘우비는 챙겨야 할지’ 등을 자연어로 안내받는 시스템을 준비 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기술 혁신의 핵심은 ‘이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파크골프장까지의 이동은 고령층에게 물리적·심리적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모임은 예약했는데, 택시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어디서 몇 시에 출발할지 막막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비가 오면 그냥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핀택은 카카오모빌리티, 타다 등 국내 대표 모빌리티 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단순 호출이 아닌, 고파크 모임 일정과 연동되는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파크골프장까지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지금이 기회’
스핀택은 국내 시장을 넘어 일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의 파크골프 시장은 한국보다 20배 크고, 약 3000개 이상의 파크골프장과 15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은 파크골프의 발상지이자 전통적 수요가 강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예약이나 커뮤니티 시스템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이 전화 예약, 지역 게시판, 현장 접수에 의존하고 있어 오히려 디지털화에 대한 수요가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동향에도 주목했다. 김 대표는 “일본 고령자들도 디지털 적응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고, 교통카드를 모바일로 충전하거나, 키오스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온라인 플랫폼이 진입하기 가장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핀택은 일본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여 고파크 서비스의 일본어 버전을 개발했으며, 일본 내 파크골프 시설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구축하고, 이를 앱과 연동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더불어 현지의 문화적 특성과 이용자 행동 양식을 고려해, GPT 챗봇의 어투나 UX 설계도 일본식 표현과 조작 방식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에는 아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서비스가 많지 않다”며, 단순한 예약 앱을 넘어서 커뮤니티 기능을 중심으로 자율적 참여와 사회적 연결을 유도하는 플랫폼으로 고파크를 설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파크골프 용품 시장에 진입해, 현재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유통 구조를 역전시키는 국산 수출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단순한 진출이 아닌, 기술력과 콘텐츠, 사용자 중심 경험을 결합한 한국형 시니어 플랫폼 모델의 수출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애 주기를 보는 눈 필요”
김일준 대표는 ‘고령자’라는 단어 대신 ‘생애 주기’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돌봄이 필요한 시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발하게 살아가는 시기부터 준비하는 것이 진짜 ‘헬스케어’라는 생각 때문이다. “파크골프장에서의 움직임, 자세 등의 신체 데이터를 축적하면, 나중에 케어가 필요해질 때 굉장히 유용한 기초 자료가 됩니다.”
그가 구상하는 미래는 단순한 예약 앱이나 레저 플랫폼을 넘어선다. “파크골프를 통해 건강한 데이터를 쌓고, 이게 보험 상품, 의료 서비스, 생활지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여기에 AI기반의 시니어 건강, 질병정보를 활용하여 시니어 식단구성, 요양기간 용 개인화 푸드 서비스 제공하는 시니어 케어 푸드큐레이션 서비스 '웰스토랑' 서비스 경험도 함께 녹여낼 예정이다. 시니어의 여가와 라이프 스타일, 기술과 서비스가 어우러지는 구조. 김일준 대표가 고파크에 심고자 하는 의도는 거기에 있다.
김일준 대표는 시니어를 단지 ‘돌봄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시니어는 고객이자, 사용자이며, 함께 시장을 만들어갈 동반자”라고 말한다. 고파크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예약 앱이 아니다. 시니어들이 기술을 매개로 삶의 활력을 회복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라 그는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