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여행 베테랑] ④ 민창현 씨 “두 바퀴로 2239㎞, 일흔의 도전”

(민창현)

‘버킷 리스트’라는 말은 죽음을 앞두고 이루고 싶은 일 목록을 적은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소망을 꼭 죽기 전에만 이뤄야 할까?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소망을 이루는 적기가 아닐지. 이에 꿈꿔온 여행을 더는 미루지 않고 떠난 사람들을 지면에 초대했다. 각자의 사연과 철학으로 독특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자.

(민창현)

대기업에서 정년까지 지내고 나와 중소기업에서 몇 년 더 일했습니다. 그 후 일손을 놓고 도서관과 문화 강좌를 무대 삼아 호기심을 채우다 보니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허리가 고장 나버렸지요. 무려 열 달간 병원과 치료소를 순례하듯 살았는데, 하나같이 운동을 권하더군요.

그러자 지인이 자전거 이야기를 꺼내는 겁니다. 허리뿐 아니라 건강 전반을 관리하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고요. 다리가 힘에 부쳐 쉽지 않겠다고 하니 전기자전거를 타라는 거예요. 누구는 칠순을 앞두고 무슨 자전거냐고 핀잔했지만, 힘을 덜 들이고도 가고 싶은 곳에 재빠르게 데려다주는 전기자전거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습니다. 집 근처에서만 타던 자전거 라이딩 영역이 넓어지며 ‘일흔에 자전거 국토 완주!’라는 버킷 리스트가 생겼어요.

앞서 언급한 지인을 동행 삼아 자전거 여행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가 발행한 자전거 국토완주 스탬프 수첩,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에 나온 모든 곳을 가보고 ‘국토 완주(그랜드슬램)’를 하기로 마음먹었죠. 동해안 종주, 국토 종주, 영산강·섬진강 종주, 오천·금강 종주, 안동댐 종주, 제주도 환상 종주·1100고지 종주, 북한산 종주 등입니다. 첫 일정만 전기자전거를 탔고, 도로 사정에 따라 로드자전거와 산악자전거를 이용했어요. 북으로는 고성통일전망대, 서로는 정서진과 금강 하굿둑, 남으로는 섬진강과 영산강, 낙동강 하구, 동으로는 동해 바닷길. 거기에다 4대 강과 제주도 해안을 따라 달렸습니다.

여행은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5박 6일도 걸렸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체력적인 고통과 정신적 압박을 감수하면서도 페달을 멈추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을 피부로 느끼고, 사람들의 향내를 맡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사람들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용기에서 나오는 향기죠. 색다른 문화와 음식도 맛보았습니다.

인생 2막을 어떻게 살지 고민할 때 건강도 고려해야 합니다. 안장이 상체의 무게를 받아주는 자전거는 걷기나 달리기보다 관절에 부담이 적어요. 의지를 가지고 시작만 하면 방법은 생기기 마련이죠.

(민창현)

Tips! 사전 준비와 동행은 필수!

민 씨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강조했다. 체력은 물론, 코스에 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7월 말에서 8월 초, 인천에서 부산까지 달렸는데 찌는 듯한 복더위와 갈증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 기간은 피했을 것이라며, 날씨와 계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장거리 자전거 여행은 가능하면 마음 맞는 이와 동행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안전을 확보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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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민창현 씨와 장윤정 씨가 선물을 보내왔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의견을 남긴 독자 가운데 3명을 선정해, 민 씨의 저서 ‘일흔, 나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와 장 씨의 저서 ‘뭐 어때,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 해보는 거야’ 중 한 권을 보내드린다. 신청은 8월 2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