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맞춤 新여행] 쉽지 않지만 성취감 최고

‘버킷 리스트’라는 말은 죽음을 앞두고 이루고 싶은 일 목록을 적은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소망을 꼭 죽기 전에만 이뤄야 할까?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소망을 이루는 적기가 아닐지. 이에 꿈꿔온 여행을 더는 미루지 않고 떠난 사람들을 지면에 초대했다. 각자의 사연과 철학으로 독특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자.

‘책 보고, 영화 보고, 음악 듣고, 그림 그리고, 혼자 노는 일들만 좋아하는 성격’의 전업주부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양가 부모님의 마지막을 살피고 지켜보면서, 사는 데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그 과정에서 지치기도 했고요.
60대 후반이 되니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거나 걷지 못하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친구도 생겼어요. 아직 건강한 데다 주변을 돌보는 큰 숙제를 마쳤으니, 나 자신을 위해 하고픈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남편에게 혼자 살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평생 바라던 일은 런던에서 1년 살며 영어를 공부해 자막 없이 영화 보고 원서를 읽는 것이었지만,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이 필요했죠. 어릴 적부터 유럽에 환상이 있었고 역사를 좋아해, 50세에 대학원에 들어가 ‘서양 중세사’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목적지는 유럽 어디든 상관없었어요. 보너스 마일리지로 런던에 가서 두 달 후 프랑크푸르트로 나오는 표를 구했습니다. 왜 두 달이었냐 하면, 손주들을 안 보고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이었어요.
목적지를 정하고는 인터넷 여행 카페와 구글 지도를 계속 들여다보면서 큰 범위에서 작은 범위로 지역을 좁혀가며 갈 곳, 숙소, 교통편을 찾아봤어요. 반년 이상 걸려 작은 노트에 계획을 정리했어요. 준비 과정도 여행의 일부분이라 이때부터 이미 마음은 떠나 있고 무척 즐거웠습니다.
여행의 모든 순간은 특별하고 신기했습니다. 낯선 나라의 공항이나 기차역, 골목길을 거니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차던지요. 일흔 가까운 나이에 남의 도움 없이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기차 갈아타고, 호텔 찾아 무인 체크인하고, 공항 수속하고… 그리 쉽지 않았답니다. 그러니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대단하죠. 스스로 칭찬하는 일이 많아지고 무척 뿌듯하며,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어요. 다음에는 모르는 곳에 오래 살아보고 싶어요.
90년 이상 열심히 사셨던 부모님의 말년을 보면 회한이 무척 많으셨습니다. 평생 원했던 일이 무엇인지 찾아 늦기 전에 한두 가지라도 이룬다면 떠날 때 한결 홀가분하지 않을까요?

Tips! 계획 즐기고, 안전 최우선으로!장 씨는 “사는 게 지루하고 뭔가 해보고 싶지만 막상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있다면, 딱 한 번만 용기를 내보자”고 말했다. 망설이느라 허송세월하느니, 계획을 짜보라는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그때 얼마든지 그만두어도 된다.
그처럼 홀로 여행을 계획한다면, 가장 신경 쓸 부분이 안전 문제다. 나의 안전을 지키고 가족의 걱정을 더는 것은 성공적인 여행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책 증정 이벤트 신청하기)당신의 도전과 용기를 응원합니다!
독자들이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민창현 씨와 장윤정 씨가 선물을 보내왔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의견을 남긴 독자 가운데 3명을 선정해, 민 씨의 저서 ‘일흔, 나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와 장 씨의 저서 ‘뭐 어때,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 해보는 거야’ 중 한 권을 보내드린다. 신청은 8월 2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