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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즐기는 새로운 체험, 스킵젠 여행

기사입력 2025-02-11 08:46

저출산·고령화 맞아 조손 여행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라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인스타그램 ‘조이 할머니의 로드트립(Grandma Joy’s Road Trip)’ 계정에는 95세의 조이 라이언 할머니와 40대 손자 브래드 라이언의 세계여행 기록이 게재되고 있다. 10만 명이 넘는 팔로어는 두 사람의 여행을 응원한다. 그들처럼 조부모와 손주가 여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손 여행이라고 부르거나 부모 세대(Generation)를 건너뛰었다고 해서 스킵젠(Skip-Gen) 여행이라고 한다.

스킵젠 여행은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주목받는 여행 트렌드다. 바쁜 부모 대신 조부모가 손주와 여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맞벌이로 직장에 다니느라 바쁜 부모는 육아 부담을 덜고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조부모와 손주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단단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즉 스킵젠 여행은 3대 가족 모두에게 윈·윈·윈이 되는 셈이다.

급증하는 스킵젠 여행

스킵젠 여행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맞이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며, 인구는 17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은퇴 후 20년 이상 노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60세 기준으로 남자의 기대여명은 23.4년, 여자는 28.2년이었다. 길어진 여가 시간을 베이비붐 세대는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보내길 원한다.

그러한 가운데 저출산 현상의 심화로 손주 수가 감소했고,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 조부모가 한 손주에게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경제적 부를 축적한 터라 베이비붐 조부모는 손주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조부모와 손주가 여행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도 스킵젠 여행이 ‘세대 건너뛰기 여행’으로 언급됐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스킵젠 여행으로 추정되는 여행객의 1~2월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액티브 시니어인 조부모가 손주와 함께 여행하거나, 3대가 함께 여행하는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교원투어 여행이지 역시 단거리 여행지를 중심으로 조부모와 손주로 구성된 3~4명의 가족 단위 여행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경제력을 갖춘 조부모 세대가 양육과 돌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여행 업종에서도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고객에게 적합한 여행지를 제안하고, 맞춤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철저한 계획이 중요

미국의 가족여행협회(FTA)가 2019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부모 중 37%는 ‘향후 3년 안에 손주와 여행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대부분의 조부모는 손주가 5세 넘을 때까지 여행을 미루며, 8~12세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선호하는 손주의 나이는 13~17세로 나타났다.

스킵젠 여행을 통해 조부모와 손주는 양질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둘만의 특별한 추억을 쌓고자 한다. 여행지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테마파크, 휴양지, 크루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손주와 여행하는 시니어는 국내 여행은 물론 유명 해외 관광지, 대도시보다는 한적한 휴양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행의 목적이 휴식이나 경험을 넘어 액티비티, 교육 등이라고 한다면, 그에 맞게 계획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의 노인을 대상으로 교육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로드 스콜라(Road Scholar)는 스킵젠 여행의 선두주자로 꼽히며, 80여 종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수학 등 학습 중심의 여행부터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등을 테마로 한 여행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여행을 함께하면 조부모와 손주의 사이가 좋아지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이러한 사실이 입증됐다. 세라 무어맨 보스턴컬리지 사회학과 교수는 “조부모와 손주가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할수록 서로의 정신 건강이 더 좋아진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조부모와의 교류는 손주가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부모와 손주가 오랜 시간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여행 스타일이 달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여행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좋다. 또한 여행 전에 서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상비약을 챙겨야 하며, 해외여행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요구하는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손자와 미국 여행 다녀온 나숙자 씨

“할머니랑 여행해줘서 고마워!”

▲나숙자·신극상 부부와 손자 배려한 군의 미국 여행 당시 모습.
▲나숙자·신극상 부부와 손자 배려한 군의 미국 여행 당시 모습.

60대의 나숙자 씨는 지난해 11월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 신극상 씨, 손자 배려한 군과 함께 16박 17일의 미국 여행을 한 것. 언젠가 조부모와 손자가 등산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아 손자와 등산을 시작했는데, 그게 해외 여행으로 이어졌다.

“저희 부부는 등산을 좋아해서 여행을 자주 다녔어요. 그러다가 오대산 선재길에서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한 모습을 본 거죠. 부러움을 느껴 손자 려한이한테 ‘우리와 같이 등산할래?’라고 물어봤죠. 흔쾌히 좋다면서 한라산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전남 장성군으로 귀촌해서 집 앞에 산이 있는데, 려한이가 시간 될 때마다 내려와서 함께 산에 올랐어요.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 한라산과 설악산을 2박 3일간 다녀왔죠. 정말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당시 려한이가 한창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제가 미국에 한 번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했죠.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약속을 지키고자 려한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 전에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장기간 해외여행의 경우 3대가 함께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세대 건너뛰기 여행은 흔치 않아 신선하게 느껴진다. 물론 조부모와 손자가 약속한 여행이지만, 부모 역시 걱정되는 마음 또는 서운한 마음에 여행에 동참하길 원했을 수도 있을 터. 나숙자 씨는 “딸과 사위는 일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여행 스타일이 원체 맞지 않는다. 등산, 액티비티 등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신기하게 손주는 저희와 성향이 맞아서 저희를 잘 따랐다”고 설명했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여행을 기다린 나숙자 씨는 출국을 앞두고 ‘혹시 먼 타지에서 무슨 일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걱정은 기우에 그쳤으며, 오히려 손자가 으쌰으쌰 하며 조부모를 이끌었다. 나 씨는 “패키지여행이었는데 다른 분들이 놀랄 정도로 손자의 영어 실력이 뛰어났다. 입국심사, 음식 주문 등을 모두 손자가 맡아 했고, 오히려 저희를 챙겨줬다”고 말했다.

“손자와 여행하면서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어요. 손자가 고생을 많이 했죠. 부모가 아니라 조부모라서 그런지 어리광을 전혀 안 부리더라고요. 또 건강하고 체력이 좋으니까 늘 앞장섰고, 그런 손자 덕분에 웃고 힘낼 수 있었어요. 사실 제가 미국에서 귀국을 생각할 정도로 많이 아팠거든요. 려한이는 ‘전 괜찮으니까 할머니 힘드시면 돌아가도 돼요’라고 했지만, 손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꾹 참았죠. 어쨌든 여행을 잘 마무리해서 정말 기뻐요.”

나숙자 씨는 “저희 세대는 자녀 세대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 사랑하는 손주에게 돈을 쓰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함께 여행하면서 추억도 쌓을 수 있다. 또한 평소 일하느라, 아이들 돌보느라 바쁜 자녀에게는 휴식 시간을 선물하게 된다”고 스킵젠 여행의 장점을 언급하며, 동년배에게 어디든 함께 떠날볼 것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손자 려한 군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려한아.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함께 여행해줘서 고마워. 할머니는 우리 려한이가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여행 등 체험을 많이 해서 생각의 폭이 넓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 우리 올해는 지리산에 가기로 약속했잖아.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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