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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 친구들과 찍은 사진

기사입력 2017-12-05 13:47

1970년 11월, 동네 친구 4명이 교복을 입고 동네 사진관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찍은 사진이다. 일반 카메라로는 미흡했는지 정식으로 사진관에 가서 찍었다. 네 명 모두 이 사진에 큰 의미를 뒀던 것 같다. 사진은 평생 친한 친구가 될 것임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47년 만에 네 명의 친구가 다시 모여 사진을 찍었다. 한 명은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고 있는데 잠시 한국에 나왔다. 한 명은 은퇴 후 멀리 용문에 살고 있는데 이날 미국 친구를 만나겠다고 서울로 왔다. 또 한 명은 평소에도 너무 바빠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역시 미국 친구가 왔다고 시간을 내었다. 어렵게 모인 친구들은 47년 전 사진을 찍었을 때처럼 같은 위치에서 다시 한 번 사진을 찍었다. 사진관 사진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전문가가 찍었다. 아직은 네 명 모두 건재하다. 47년 전 사진과 비교해봤다. 그때는 무표정이었는데 이번에는 미소 띤 얼굴들이다.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언제 또다시 이렇게 모여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세월이 지나면 하나둘씩 빈자리가 생길 것이다.

친구 중 한 명은 날짜를 정해 매년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어왔다고 했다. 성장 과정은 물론 세월에 따라 나이 든 모습이 오롯이 사진으로 보관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사진은 카메라 사진과는 비교가 안 된다. 부럽기도 해서 우리 가족도 그래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웠다.

요즘은 스마트 폰이 있어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 사진 찍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노출과 초점 맞추기인데 카메라가 자동으로 조정해주니 누가 찍어도 어느 정도는 나온다. 문제는 너무 많은 사진을 찍다 보니 정리와 보관이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진은 따로 보관해야 하는데 어디 박혀 있는지 찾기도 어렵다. 스마트 폰 사진은 대충 한 번 보고 저장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지워버리거나 저장을 해두기도 한다. 요즘은 따로 인화를 안 한다. 사진 인화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작업인데 친구들과 1970년에 찍은 사진이 그 과정을 거쳤다. 컴퓨터 안에 저장되어 있었다면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전통 사진관을 보기가 어렵다. 기념사진 촬영, 필름 판매, 인화와 현상 대행을 하던 곳인데 요즘은 사진기가 디지털화하면서 갈 일이 없어 현상유지가 어려운 것이다. 시니어가 어렸던 시절에는 액자에 가족사진을 넣어 벽에 걸어놓은 집이 많았다. 선대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부터 아이들의 학교 졸업사진은 거의 벽에 걸려 있었다. 요즘은 그런 풍경을 볼 수 없다. 심지어 사진 앨범도 없다. 인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47년 전 친구들 사진을 본다. 가족에게 사진관 가서 기념 촬영 하자고 하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행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세월이 그런 감성과 열정을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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