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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처럼 사는 어르신, 나도 청어처럼 살수 있을까?

입력 2025-07-27 08:00

[‘나의 브라보! 순간’ 공모전 당선작] 기대수명은 더 길고 건강수명은 더 짧고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요즘 기대수명을 알아보는 앱이 있길래 궁금증이 생겨 작성해보았다. 나의 가족력과 여러 가지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을 하면 기대수명이 계산되어 나온다. 나의 기대수명은 115세로 나왔다. 일단 기분은 좋았다.

그날 저녁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여보 내가 몇 살까지 살 것 같아?”

“당신은 건강 체질이니까 9988이 가능할 거야.”

“사실은 오늘 기대수명을 체크해보았더니 그보다는 훨씬 더 사는 걸로 나오던데.”

“몇 살?”

내가 115세로 나왔다는 말을 하면서 둘 다 놀라고 말았다. “그렇게 오래 산다고?” 아내가 눈이 동그래져서 반문한다. “아니 내가 오래 사는 게 싫어?” “그게 아니라 오래 살면 뭐해,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오래 살아야지….”

아내가 말끝을 얼버무렸지만 나는 ‘진실의 순간’을 보고 말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115세까지 오래 사는 게 좋은 일일까? 아내마저 놀라는데 아들딸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결국 아들딸에게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평균수명이 계속 늘고 있다. 70대, 80대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기차게 사는 분들이 많아졌다.

2년 전 김형석 교수님을 연사로 모셨다. 강의 내용이 좋아서 큰 박수를 받으셨다. 강의가 끝나고 서울역으로 가신다기에 이유를 물어보았다.

“내일 아침 포항에서 조찬 강의가 있어요.”

100세가 넘으신 분이 서울에서 저녁 강의를 하시고 곧바로 서울역으로 가서 KTX를 타고 포항으로 간 후 다음 날 조찬 강의를 하신다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교수님, 힘들지 않으세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도 감탄할 일이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인데 힘들 게 없습니다.”

103세 되신 노 교수님이 아직은 괜찮다고 하시니 세상이 확실히 달라진 걸 실감하였다.

가천대 이길여 총장님을 만났을 때도 감동하였다.

2년 전 ‘길을 묻다’라는 자전적 책을 내셨는데 큰 화제가 되었다. 시골 소녀가 큰 뜻을 품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미국 유학 후 귀국하여 길병원을 열어 의술을 펼친 이야기부터 가천대를 명문대로 키우기까지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총장의 인생 철학은 ‘박애’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꾸준히 박애를 실천하려면 먼저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 총장은 남보다 수십 배 더 노력하며 역량과 성과를 쌓아온 분이다. 도전과 열정의 화신이다. 책을 읽고 소감을 써서 보냈더니 오랜만에 차 한잔 하자면서 부르신다.

특유의 밝고 시원시원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날 한 시간 넘게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놀라운 것은 비단 열정만이 아니었다. 대화 내용의 80% 이상이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새로운 인재 교육의 방향, 새롭게 펼쳐지는 우주 산업과 바이오 산업, 대학의 미래상 등을 말씀하시며 끝없이 질문하신다. 90세라는 나이가 실감나지 않는다.

나이가 80, 90, 100세가 되어도 청년처럼 사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이런 분들에게 ‘청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년처럼 사는 어르신’이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 넓고 푸른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는 등푸른 생선 청어(靑魚)가 저절로 떠오른다. 청년처럼 사시는 어르신 청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존경심이 우러나오고 힘이 솟는다.

우리 사회에 어떤 분이 청어일까 찾아보았다. 국민 건강을 위해 세로토닌 문화를 이끌고 계신 이시형 박사님, 한국의 탑건 소리를 듣는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인공 신영균 선생님, ‘가요무대’를 통해 온 국민과 해외동포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전해주시는 김동건 아나운서님, 만년 소녀 같은 모습으로 맑고 활기차게 노래하는 국민가수 김상희 님, 베스트셀러 만화 ‘식객’ 등을 내셨고 TV에서 ‘백반기행’으로 전국을 누비시는 허영만 화백 등이 떠오른다.

이분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혹시 청어 DNA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공통점을 찾아보았다. 네 가지가 떠오른다. 첫째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유쾌하다. 둘째는 남을 돕는 걸 즐기고 공익적이다. 셋째는 긍정적이고 잘 웃는다. 넷째는 후배들과 소통을 잘 하고 잘 어울린다.

술자리에서 건배 구호로 ‘청바지’를 외치는 분들이 있다.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를 줄인 말이다. 시니어들이 너도나도 청바지를 입는 게 유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청바지를 입는다고 청어가 되는 게 아니다. 젊은이 옷차림을 흉내 낸다고 청어가 되는 게 아니다. 젊어서부터 청어 DNA를 심고 꾸준히 가꿔온 분들이 청어가 되는 게 아닐까.

나도 어느새 70대가 되었다. 나이 먹는 일은 큰 노력을 안 해도 반드시 찾아온다.

나도 청어처럼 살 수 있을까? 인공지능도 공부하고 로봇에 관한 공부도 하고 신문명에 관한 서적도 읽어 본다. 세상의 변화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문득 깨달은 게 있다. 이것저것 새것을 배우러 다니다 생각해보니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모두 나보다 젊은 사람들뿐이다. 새것을 배우는 과정에 가보면 젊은 선생님과 나이 든 학생이 대세다. 첨단기술의 혁신 주기가 짧아지다 보니 나타난 역전 현상이다.

부모보다 자식이 똑똑하고, 선배보다 후배가 똑똑하고, 간부보다 병사가 똑똑한 세상이다. 당연히 세대 갈등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며 무시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한탄한다. 일부에서는 일정한 나이 이상이 되면 물러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대교체가 순리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30년쯤을 세대교체 주기로 여겼다. 생물학적 세대교체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수명이 크게 늘었다. 70대, 80대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기찬 분들이 많다.

슈퍼 에이저라는 말이 있다. 나이는 80대인데 뇌 나이는 50~60대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옥토제너레이션이라는 단어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80대를 일컫는 말인데, 이 나이에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오랜 경험과 지혜를 살려 전문직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는 인물이 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란 말은 이제 널리 퍼져 있다. 체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도 문화생활·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중년이나 노인을 말한다. 이제 나이가 드셨으니 물러가라고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부터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바로 ‘세대 협업’이다. 젊은이들은 첨단기술을 잘 다루고 글로벌 감각도 뛰어나다. 어르신들은 경험, 지혜, 인맥 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를 서로 인정하고 협업을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한때 유행했던 말이다.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경륜과 지혜를 소홀히 하니 안타까워서 나온 말이다. 신세대와 시니어 세대가 서로 강점을 존중하며 세대 협업을 하는 게 상생의 길이다.

정말 나는 115세까지 살 수 있을까? 김형석 교수님처럼 100세가 넘어도 활기차게 강의를 할 수 있을까? 내가 100세가 넘어도 아들딸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매력적인 시니어가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다.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세상을 위해 활기차게 활동하는 분이 많으면 그 자체가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나도 청어처럼 살고 싶다. 끝없이 다가오는 미래라는 바다를 향해 힘차게 헤엄치고 싶다. 요즘 내 마음속에는 청어 떼가 뛰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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