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진단 및 약사 상담 곁들이면 금상첨화

전국적인 오프라인 매장 접근성과 가성비 좋은 제품을 갖춘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는 올해 초 국내 유명 제약사와 손잡고 영양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정 수입이 줄어드는 시기인 시니어들은 합리적인 가격의 영양제에 관심이 많다. 다이소 영양제를 중심으로, 시니어들이 알아두면 좋을 영양제 정보와 선택 팁을 소개한다.
시장 규모 6조, 건강기능식품의 성장
“나이 들수록 무슨 영양제가 좋다고 하면 솔깃하기야 한데, 막상 사려고 하면 이름도 헷갈리고…. 그렇다고 약국 가서 상담하는 건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단 말이죠. 또 약사가 추천하는 대로 사봐야 자식들한테 ‘너무 비싸다, 차라리 해외 직구가 더 싸다’는 잔소리나 듣고요. 그렇다고 매번 자식들한테 알아봐 달라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다이소에서 삽니다. 그게 차라리 마음 편하더라고요. 몸에 나쁜 걸 영양제라고 팔진 않을 거 아니에요?”
다이소에서 영양제를 구입한 적 있다는 60대 중반의 남성 이야기다. 기자가 다이소의 영양제 판매대 앞에 머무르는 동안 다양한 세대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해 갔다. 30대 후반 남성은 사진을 찍어 인공지능 ‘챗GPT’에게 선택한 영양제가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물었고, 30대 초반의 젊은 커플은 약사가 유튜브에서 추천한 제품을 찾는 모습이었다. 직원은 연신 제품을 채워 넣으며, 영양제가 “가장 판매 잘 되는 품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려는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트렌드는 다이소 영양제가 주목받는 배경 중 하나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조 44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6조 4498억 원에 비하면 2년 연속 역성장을 보이는 수치이긴 하지만, 10년간의 추이를 보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은 4배 가까이 성장했다. 2030년에는 25조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축 뒤흔든 다이소와 제약사의 만남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국민 가게를 자처하는 유통업체 다이소는 2월 24일, 전국 200여 개 지정 매장에서 영양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5000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으로 영양제를 구입하려는 소비자와 새로운 판매망을 확보하려는 제약사, 생활밀착형 유통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다이소의 니즈가 한데 모인 결과로 보인다.
이에 영양제의 오프라인 판매처로 가장 주요했던 약국은 그 입지를 위협받는 모양새가 됐다. 다이소 영양제 판매가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한약사회가 나서 “약국에 납품하지 않던 저가 제품을 판매하면서 약국이 폭리를 취한 것처럼 오인하게 홍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초기 입점사였던 일양약품은 5일 만에 판매를 철회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약사회의 갑질 여부를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어떤 품목이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제품과 유통망이 다양해지는 게 당연하다. 약국에서 파는 영양제와 다이소의 영양제는 원료·성분·함량·배합·제조사 등이 다르다. 시장이 성장하며 영양제를 식별하는 안목을 갖춘 소비자도 생겼다. 본인의 필요에 맞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라고 전했다.
건기식을 제조 및 판매한다는 관계자 또한 익명으로 “온라인에서 공동 구매하는 제품을 따져보면, 가격에 비해 성분이나 제조 방식이 아쉬운 제품이 많다. 오히려 다이소 영양제가 저품질 영양제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소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5월 20일 기준, 5개 제약사가 다이소에 제품을 유통 중이다. ‘Dr. Bear+’라는 브랜드로 대웅제약 26종, ‘Ofmom’ 브랜드로 Dx&Vx 6종, 안국약품 3종, 종근당건강 3종, 동국제약 1종이다. 이 가운데 캔디류와 당류 및 기타 가공품을 제외한 건기식은 대웅제약 20종, Dx&Vx 6종, 안국약품 2종, 종근당건강 2종으로 총 30종이다.
헷갈리는 영양제, 무엇을 골라야 할까?
우리 몸을 이롭게 하기 위해 먹는 식품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의약품과 건기식은 목적과 관련 법이 다르다. 약사법 제2조에 따라 ‘의약품’은 ‘질병을 진단, 치료, 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중 기구, 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을 말한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 포함)한 식품’이라고 정하고 있다.
치료용 약물이면 일반 또는 전문의약품으로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건기식은 기능성 원료와 제품 인증을 받아야 한다. 기능성 원료나 성분을 사용한 제품 가운데 식품위생법으로 관리하는 캔디류, 당류 및 기타 가공품도 있다. 즉 같은 원료를 사용해도 목적에 따라 의약품과 건기식, 캔디류 등으로 나뉜다. 이밖에 원료의 특성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일반 식품을 섭취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흔히 ‘영양제’라 부르는 것은 일반의약품 또는 건기식에 해당한다. 두 제품군은 질병 치료 효과를 직접 표기할 수 있는지, 아니면 특정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간접 표기해야 하는지 차이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식품 섭취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영양제가 필요하다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거나, 건기식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캔디류나 가공품은 기호식품으로 즐기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행한 ‘건강기능식품 2023 가공식품 세부시장 현황’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한 용어의 차이점을 아는 소비자는 31%이며, 이 가운데 각 용어의 정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답변은 3.6%에 그쳤다.

건강한 삶 위한 영양제 선택과 복용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젊을 때부터 건강을 챙기는 ‘얼리케어(Early Care)’가 유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층과 영유아를 위한 영양제 판매도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50대 이상 시니어는 영양제 및 건기식 시장에서 여전히 가장 핵심적인 소비층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건강관리에 관심이 있다’는 문항에 60대 이상의 73.5%가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며, 50대가 67.8%로 뒤를 이었다. 건기식을 섭취하고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50대는 62.5%, 60대 이상은 62.1%가 3가지 이상의 제품을 챙기는 것으로 나왔다.
자원과 음식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시대라고 하지만, 건강에 관한 염려나 영양제를 향한 수요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영양제 시장에서 제품과 가격대 또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나이 들수록 우리 몸에 특별히 더 필요한 영양소가 있다. 영양제를 선택하기 전, 시니어에게 필요한 기능성 원료는 무엇인지 표를 통해 살펴보자.

건강한 삶 위한 영양제 선택과 복용
각 제약사는 시니어들의 건강상태와 요구에 맞춘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하며, 사용 편리성과 효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5000원 이하라는 합리적인 가격과 직관적인 제품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무조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이소 영양제는 기존 제품의 성분이나 함량을 조절하거나, 소포장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춘 것도 있지만, 유통 단계 개선, 대량 제작 등을 통해 품질을 유지하며 가격을 낮춘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제조 과정과 성분을 꼼꼼히 살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① 대웅제약 (Dr.Bear+) 대웅제약은 ‘Dr.Bear+’라는 브랜드를 통해 26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그중 20종이 건기식이며, 아동용 2종을 제외한 성인 대상 영양제는 18종이다. 특히 패키지 디자인에서 직관적인 요소를 활용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녹차 카테킨’은 ‘체지방 감소’라는 문구와 함께 체중계 그림을 넣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② Dx&Vx(Ofmom) ‘오브맘’은 6종의 건기식을 출시한 Dx&Vx의 브랜드로, 다른 제약사와 차별화된 제품명을 내세웠다. 예를 들어 ‘피부 건강 면역 톡톡!’, ‘스트레스, 쉼’과 같은 제품명은 소비자들이 건강상태에 맞는 영양제를 쉽게 찾고 고르도록 한다. 이 제품들은 과일 맛이 가미된 스틱형 분말로 제작해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5종의 제품에 입에서 톡톡 터지는 사탕도 첨가했다. 영양제 먹는 일이 고역인 사람에게 추천한다.
③ 안국약품 (V-pack) 안국약품은 ‘브이팩’이라는 이름으로 성별에 따라 2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공통의 영양소 외에 여성용 제품은 피부 관리에 특화된 성분을, 남성용 제품은 간 기능에 초점을 맞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하루 한 팩으로 영양소를 보충하도록 설계했으며, 성별 맞춤형 관리가 가능한 제품이다. 다양한 제품을 챙기기 번거로운 사람에게 적합하다.
④ 종근당건강 (락토핏골드, 루테인지아잔틴) 종근당건강은 다른 유통망에서 대용량(코스트코 기준 200포)으로 판매되는 ‘락토핏골드’를 소형 포장(17포)으로 출시해 휴대성을 높였다. 휴대가 용이한 소형 포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섭취할 수 있어 시니어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또한 ‘루테인지아잔틴’ 제품은 황반 전반과 면역기능을 동시에 관리하는 설계로, 눈 건강과 면역력 증진이 필요한 시니어들에게 적합하다.

부지런히 정보 찾고 현명하게 구매해야
다이소에서 영양제를 구매할 때는 약국과 달리 전문 지식을 갖춘 약사의 상담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니어들은 어떻게 영양제 정보를 얻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건기식 정보탐색 방법으로 △가족, 친구 등 주변 지인들의 경험담과 추천 △소셜미디어와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 △건강 유튜버나 의학 전문가들의 영양제 관련 콘텐츠 △챗GPT 등 AI 활용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영양제 콘텐츠 등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온라인을 정보 습득 경로로 활발하게 이용하면서, 인플루언서 또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약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다이소 영양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인스타그램에서 ‘smart_yaksumer’로 활동하는 한종수 약사는 “다이소 영양제의 90%를 알고 있다. 제품들을 평균 내자면 5점 만점에 2.5점 주겠다. 비타민 D, 마그네슘, 바나바잎 제품은 가성비가 좋아 추천할 만하다. 남녀노소 필수 영양제인 비타민 D, 에너지 생성과 항산화, 혈압 감소에 도움을 주는 코큐텐, 관절염 등 각종 염증에 도움을 주는 MSM 등은 시니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고 전했다. 다만 다이소 영양제를 고를 때 주의 사항으로 “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본인의 건강상태나 기저질환, 복용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다이소에는 상주하는 전문가가 없으므로 약국에서 상담받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만성질환으로 복용약이 늘어나는 시니어라면 더욱 신중하게 제품을 골라야 한다”라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광고를 통해 익숙하게 접한 제품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제품에 광고비가 더해져 성분 함량 대비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것이다.
‘alpaca_yaksa’로 활동하는 윤유현 약사는 “전문가는 성분과 함량을 따져 가성비가 있는지 검토할 수 있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는 가격 대비 좋은 영양제인지 알기 어렵다.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영양제를 찾는다면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겠지만, 시장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대중적인 제품들이라 함량이 낮아 효과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종근당건강 ‘락토핏골드’나 안국약품 ‘브이팩’은 소포장되어 있어 입문자가 영양제를 체험해보는 목적이라면 메리트 있는 선택지다. 대웅제약 ‘비타민 D’는 가격 대비 함량이 적절하고 저렴한 편이지만, 같은 제약사의 제품 중에는 유효성분 함량이 너무 낮은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한 영양제 선택은 나이와 상관없이 늘 고민되는 문제다.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시대,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선택지를 고르는 지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