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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사람의 10가지 특징

입력 2025-07-22 08:00

[강원국의 어른 소통법] 낄끼 빠빠

요즘 내 주위에 말을 잘하고 싶다는 분이 많다. 그 한 부류는 그동안 말을 참으며 살아왔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백 년 이상 말을 듣기만 하고 살아온 회한이 크다고 한다. 또 다른 부류는 강의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다. 평생 일을 하며 배운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우리는 종종 “저 사람, 말 참 잘하네” 감탄한다. 대화 중에 누군가가 마음에 쏙 드는 표현을 하거나,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다. 단순히 입담이 좋고 말이 유창해서가 아니다. 듣고 나면 기분이 좋고, 다음 말을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말 잘하는 사람은 어떤 자리에서도 돋보이고, 말보다 ‘사람’이 기억된다. 이들이 가진 10가지 특징이다.

첫째, 할 수 있는 말의 용량이 크다. ‘어른답게 말합니다’란 책을 내고 많은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다. ‘어른답게 말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이 바로 이것이다. 말의 용량이 큰 사람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충분한 말이 준비돼 있다.

그들은 할 말을 장만하고 비축하기 위해 공부한다. 그야말로 공부 중독자다. 말이 많지도 않다. 할 말이 많지만, 절제한다.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만 보여준다. 말의 농도가 진하다. 사람들은 안다. 저 사람이 얼마나 많은 말을 품고 있는지. 머금고 있는 말 가운데 얼마나 내뱉고 있는지.

둘째, 하고 싶은 말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의 균형을 맞춘다.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지 않는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에 무게중심을 둔다. 나아가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상대의 말문을 열어 대화에 끌어들인다.

누구나 듣고 싶은 말에 귀를 쫑긋 세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 욕구를 잠깐 가라앉히고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먼저 한 후, 그 위에 살짝 얹어서 말해야 한다. 어차피 말은 쌍방 게임이다. 함께 만족하는 게임을 해야 한다. 상대가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역지사지를 해봐야 한다. 그러면 되로 주고 말로 받을 수 있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한다는 건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람은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늘 의식한다. 상대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하고, 불쾌하지 않도록 표현을 조율한다. 공격적이거나 과시적인 언어는 최대한 피한다.

말의 주인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사람이다. 아무리 말해본들 듣지 않으면 소용없다. 말의 중심을 ‘나’에서 ‘너’로 옮겨야 한다. 들을지 말지 결정권은 듣는 사람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듣고 싶어 하는 말이라는 메인 메뉴 위에 고명처럼 내 말을 살포시 얹는다. 그래야 먹힌다.

셋째,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 무엇을 말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언제 말하느냐다. 말 잘하는 사람은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감정의 흐름을 읽으며 타이밍을 잡는다. 지금 내가 말해야 하는 타이밍인지, 참아야 하는지 분간을 잘한다. 말의 타이밍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감각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공감받기 어렵다. 말 잘하는 사람은 때를 알고, 때로는 침묵이 최고의 말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이런 사람은 남이 말할 때 끼어들거나 남의 말을 자르지 않는다. 쓸데없이 참견하지도 않는다.

얼마만큼 말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어느 자리나 자신에게 주어진 말의 분량이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 분량만큼 말한다. 말의 내용도 시의적절하다. 그 자리에 필요한 말만 한다.

나는 긴가민가하면 빠진다. 반드시 끼어야 할 때만 낀다. 낄 때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끼어든다. 나는 주도하고 주장하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대신 밀어주고 받혀주는 말은 제법 한다. 말에도 포지션이 있다. 자신이 공격수로서 적합한지, 수비수 역할을 잘할 수 있는지, 아니면 미드필더로서 제 몫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넷째, 말에 빠진 것도 뺄 것도 없다. 장황하지 않되, 꼭 필요한 정보는 빼먹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뚜렷하다. 말이 산으로 가지 않는다. 말에 중복이나 군더더기가 없다. 누락이나 비약도 없다. 미국 매켄지컨설팅의 바바라 민토가 개발한 MECE, 즉 상호 중복과 누락 없이 전체를 포괄한다는 개념을 충족하는 말을 한다.

할 말을 미리 글로 써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하기 전에 말할 내용을 글로 써본다. 그래서 말을 받아 적으면 그대로 글이 된다. 말이 글 같다. 뺄 것도 빠진 것도 없다. 그분처럼 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다섯째, 해야 하는 말과 해선 안 되는 말을 분별한다. 말은 세 종류가 있다. 해야 하는 말, 안 해도 되는 말, 해선 안 되는 말. 이 가운데 꼭 해야 하는 말만 한다. 안 해도 되는 말을 하면 잔소리란 말을 듣는다. 해선 안 되는 말은 말실수나 망언이 된다.

해야 할 말과 해선 안 되는 말을 분별할 줄 안다. 해야 할 말은 하고, 해선 안 되는 말은 안 한다. 해야 할 말은 손해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용기 있게 한다. 남의 눈치를 보거나 남이 하겠지 하며 회피하지 않는다. 반대로 해선 안 되는 말은 섣불리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설수에 오르거나 말실수하는 일이 드물다. 설사 해선 안 되는 말을 한 경우에도 그걸 인지한 즉시 사과한다.

어찌 보면 해선 안 되는 말을 안 하는 것보다 해야 하는 말을 하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다. 약자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안 하는 것보다 강자에게 해야 할 말을 하는 게 더 어렵다.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여섯째, 질문을 잘한다. 말 잘하는 사람은 질문을 자주 한다. 그것도 생각을 확장하게 하는 질문이다. 좋은 질문은 좋은 말보다 더 강력하다. 좋은 질문은 대화를 살리고 깊게 만든다. 질문은 곧 관심이고, 관심은 연결의 시작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질문을 던져 대화의 흐름을 만든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묻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느끼고 공감하는 시작점이 된다. 반대로 말을 못하는 사람은 질문 없이 자기 얘기만 계속하고, 결국 대화는 벽에 부딪힌다.

일곱째, 말에 설득력이 있다.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나 비유를 들어 말한다. 적절한 예시는 말의 설득력을 높이고, 복잡한 개념도 쉽게 전달한다. 상대의 이해를 돕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비유는 말의 날개다. 좋은 비유 하나는 설명 열 마디를 대신한다.

설득력 있게 말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눈다. 이론이나 지식만 나열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경험에서 우러난 말에는 힘이 있다. 책에서 본 지식이나 남의 말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이 겪은 일, 느낀 감정, 생각의 변화를 이야기하면 강한 공감을 부르고 깊은 울림을 준다.

여덟째, 책임감 있게 말한다.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의 무게를 안다. 한번 한 말은 지키려 하고,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 말은 잊지 않고 반드시 챙긴다. 또한 여기서 한 말과 저기서 한 말, 어제 한 말과 오늘 하는 말이 다르지 않다. 말은 약속이자 그 사람 자체다. 책임감 있는 말이야말로 신뢰를 쌓는 방법이다.

아홉째, 희망의 말을 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의욕이 샘솟고, 또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있다. 말 잘하는 사람의 말은 밝고 긍정적이다.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나면 힘이 솟고 용기가 난다. 비관적이고 부정적이고 암울한 말은 사기를 꺾는다.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기분을 처지게 만든다. 그런 사람은 만나기 싫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은 자신의 낙관을 현실화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 다른 사람의 사기를 북돋고 동기 부여를 한다. 이런 사람은 만나면 즐겁고 재밌다. 낙관적인 말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말도 밝고 긍정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유머를 곁들여 웃게 만들면 더할 나위 없다.

말 잘하는 사람은 상황에 맞는 유머로 무거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긴장을 푼다. 하지만 누구를 깎아내리거나 희화화하지 않는다. 가벼운 농담이라도 타인의 경계를 넘지 않게 조절할 줄 안다. 말 잘하는 사람은 또한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이끈다. 편을 가르고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상부상조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말을 한다.

열째, 말의 태도가 반듯하다. 말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말솜씨? 어휘력? 목소리 톤? 물론 그런 요소들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태도’에 있다. 말을 잘한다는 건 결국 말을 대하는 태도, 상대를 대하는 자세, 그리고 관계를 다루는 감각이 남다르다는 뜻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비꼬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상대가 말할 용기를 갖게끔 도와준다. 이해시키려 하기보다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듣는 사람의 배경, 감정, 입장을 헤아리며 말한다.

더불어 부드러운 표정과 안정된 목소리로 신뢰를 준다. 표정은 말보다 먼저 상대에게 도달한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무표정하거나 날카로운 말투라면 말의 효과는 떨어진다. 말투, 눈빛, 목소리의 조화가 인상을 만든다.

말 잘하는 사람은 단어 하나도 가볍게 쓰지 않는다. 같은 의미라도 듣는 사람이 덜 상처받도록 따뜻한 표현을 고른다. 말은 감정의 전달 수단이기도 하다. 화가 나거나 흥분한 상태에서 내뱉은 말은 대개 후회로 돌아온다. 말 잘하는 사람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말의 방향을 조절하고 단어를 고른다. 단어를 바꾸면 분위기도 바뀐다.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고 정중하게 바꾸어 말하는 힘, 그것이 말의 품격이다.

말은 곧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 그리고 좋은 말은 좋은 관계를 만든다. 말을 잘한다는 건 관계를 잘 맺는다는 것과 같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사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말을 통해 우리는 이해받고, 위로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기억하자. 좋은 말은 관계를 맺고, 마음을 살리고, 인생을 바꾼다.

말을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말에 실어보자. 그 순간부터 당신은 이미 ‘말 잘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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