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응급실 운영 차질… 응급실 환자 중 60세 이상 36%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시작된 의료 공백으로 전국 의료기관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고령 인구의 응급의료 서비스 공백이 우려된다.
최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오는 추석 연휴에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에서도 고령층의 응급의료 서비스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강원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미 야간 응급실 운영을 멈췄고, 건국대 충주병원은 평일 야간 및 휴일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아주대병원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 운영을 제한한다. 서울에서는 서남권 권역 응급의료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이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응급실 야간진료를 제한 운영한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 중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일 성명에서 “9월 1일 현재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개,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개 대학병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응급실 이용 환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이라는 것.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응급실 월별 이용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고령층의 응급실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60세 이상 응급실 이용자 수를 확인해 보면, 2018년 전체 응급실 이용자의 28%였던 고령층 비중은 매년 확대되는 모양새다. 2019년에는 30%를 돌파하더니 2020년과 2021년에는 33%, 35%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36%까지 높아졌다.
신체적으로 응급 상황에 취약한 노인들에게는 지금의 이런 상황이 더욱 위중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 체류 시간 통계를 살펴봐도 고령층이 훨씬 길게 나타난다. 일부 응급실의 경우 운영 제한의 일환으로 성인 환자 치료 중지도 검토하고 있어, 고령 인구 입장에선 더욱 곤란한 상황이다.
2일 정부는 응급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총 15명의 군의관을 4일 배치하고, 9일부터 8차로 파견될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위험 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운영해 중증·응급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추석 연휴 동안 4000개소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지정하고, 60개의 코로나19 협력 병원과 108개소의 발열 클리닉을 지정해 경증 환자의 지역 병·의원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