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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시니어가 온다”, 日 산업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노인상’

입력 2025-07-18 10:08수정 2025-07-18 10:08

[이준호의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드 ⑧]

“고령자를 보는 시선을 바꾸면, 도시의 가능성도 달라진다.”

최근 일본서 발표된 하나의 백서가 산업계와 지역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4일, 시부야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계하는 민관산학 협력 조직, 시부야미래디자인은 ‘수퍼시니어 구상’이라는 제목의 공식 백서를 발표했다. 단순한 고령자 정책 보고서가 아니다. 이 백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온 ‘노인’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재정의하고, 고령 인구를 도시의 활력과 변화의 주체로 다시 그리는 시도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시부야는 일본의 최신 유행과 도시 혁신이 교차하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젊음의 거리로 불리던 이 도시에 고령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가 부상했고, 바로 그 지점에서 시부야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다른 곳이 아닌 시부야에서 이 고민이 시작됐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퍼시니어란 누구인가?

이 백서가 제시하는 ‘수퍼시니어(Super Senior)’는 단순히 건강한 노인이 아니다. 신체적 건강, 인지 기능, 생활습관은 물론이고, SNS 활용력, 문화활동 참여도, 세대 간 소통 능력, 삶에 대한 만족도까지 포함한 총체적 개념이다.

백서에서는 수퍼시니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활력을 유지하는 고령자 △스스로 움직이고 참여하며, 도시 안에서 관계를 만들어내는 주체 △일상 속에서 운동, 문화, 사회 활동을 지속하는 자율적 행위자이다. 이는 단지 ‘노쇠하지 않은 노인’이 아니라, 도시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고령자상이다. 기존의 '소비하는 시니어', '건강을 관리받는 대상'에서 벗어나, 도시 환경과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하는 시민’으로서의 고령자가 바로 수퍼시니어다.

단순 소비자 아닌, 도시를 움직이는 주체

주목할 점은 이 개념이 단순한 마케팅 타깃 설정을 넘어 있다는 것이다. 수퍼시니어 백서는 ‘노인 친화 도시’의 조건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항목을 수퍼시니어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들이 말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일주일에 2회 이상의 자발적 운동 △SNS나 디지털 기기 활용에 대한 자신감 △독서, 음악, 예술 등 정기적인 문화활동 참여 △세대 간 소통이나 지역 커뮤니티 참여 경험 △자율적인 건강 관리 습관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와 자기결정감

이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정책, 제품, 서비스 기획이 지나치게 의존성과 수동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수퍼시니어는 ‘가능성의 사용자’이자 ‘지역 변화의 파트너’로 간주된다.

이들이 말하는 ‘슈퍼 시니어’는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액티브 시니어’ 개념과는 다소 궤를 달리한다. 국내에서 ‘액티브 시니어’는 50대 초·중반, 즉 아직 노인의 기준에 이르지 않은 중장년층까지 포괄하지만, 일본에서 ‘시니어’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일컫는다. 따라서 일본의 ‘슈퍼 시니어’는 법적·사회적 의미에서 명백한 노인이면서도, 활발한 인지와 신체 기능,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들로 이해할 수 있다.

도시는 고령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번 백서는 시부야미래디자인을 비롯해 피트니스 기업 팁니스, 시부야 스포츠협회, 시부야구 등 민관 협업 체계에서 만들어졌다. 이들은 단순히 수퍼시니어를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개념을 실제 도시와 지역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형 스포츠 기획 △체육교육의 고령자 맞춤형 업데이트 △스포츠센터와 공공시설의 재설계 △‘보는 스포츠’에서 ‘함께 만드는 스포츠’로의 전환 등을 계획 중이다.

이러한 실험은 일본의 소셜·컬처 페스티벌인 SOCIAL INNOVATION WEEK(SIW)의 일환으로도 진행됐다. SIW는 산업, 정부, 학계, 시민이 함께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는 플랫폼으로, 고령화 사회의 대안을 실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시부야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단지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사례가 아니다. 도시가 ‘고령화’라는 인구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상상이다.

한국 역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그러나 우리는 노인을 돌봄의 대상이거나,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소비자로만 보려는 시선이 여전히 강하다.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고령자상을 정의하고, 도시 변화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은 희박하다. 정책이나 산업 전략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우리도 고민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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