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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이탄광 수몰 유해 발굴 日시민단체 주도로 재개

기사입력 2024-08-07 13:14

日정부 외면 여전… 강제징용 조선인‧일본인 희생자 수습 위한 모금도

▲지난 7월 31일 이뤄진 조세이탄광 배수구 잠수 조사 현장 모습.(사진=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세기는 모임(새기는회) 홈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지난 7월 31일 이뤄진 조세이탄광 배수구 잠수 조사 현장 모습.(사진=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세기는 모임(새기는회) 홈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조세이탄광(長生炭鑛·장생탄광)에서 수몰당한 183명의 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될 예정이다.

바다속으로 연결된 조세이탄광은 1942년 2월 3일 갱도에서 누수가 발생해 갱도 내 작업을 하고 있던 183명의 작업자가 희생된 사건으로, 이 중 136명은 강제징용된 조선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82년이 지났지만 발굴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육지의 갱도는 관련 시설들이 철거되고 막혀있어 위치도 찾기 어려운 상태다. 현재 탄광의 흔적은 바다 위로 솟아있는 배수구 2개가 유일하다.

유해 발굴 기초 조사 시작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일본의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회)의 주도로 유해 발굴 기초조사를 위해 배수구 탐사를 진행했다.

새기는회에 따르면 사고 이후 1997년 진행됐던 발굴 조사에서는 배수구 입구로부터 10m까지밖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7m 지점까지 잠수할 수 있었다. 내부를 영상으로 담았으며, 배수구의 깊이가 28m이기 때문에 이번 잠수로 거의 아랫부분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바닥 부근에 돌기물, 파이프와 같은 것들이 엉켜있어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새기는회는 오는 10월 탄광 입구를 파내는 탐색도 진행하기 위해 지난 7월 15일 ‘갱구를 열자! 스타트 집회’를 열고 갱구 주변 청소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인 방문단, 한일 고교생 교류 참가자 등 170여 명이 함께했다.

다만, 해당 장소의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아 우베시에 귀속될 토지인 것으로 알려져 시에서 조사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새기는회는 바다 위로 솟아있는 배수구를 통해 유해 발굴이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 안으로는 유해를 발굴해 유족들에게 유골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의견이다.

▲2023년 11월 2일 열린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81주기 희생자 위령재에는 한국 관음종 신도 약 70여 명과 한국유족회의 양현 회장, 이기병 부회장, 손봉수 사무국장, 이노우에 요코 새기는회 공동 대표 등이 참여했다.(사진=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세기는 모임(새기는회) 홈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2023년 11월 2일 열린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81주기 희생자 위령재에는 한국 관음종 신도 약 70여 명과 한국유족회의 양현 회장, 이기병 부회장, 손봉수 사무국장, 이노우에 요코 새기는회 공동 대표 등이 참여했다.(사진=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세기는 모임(새기는회) 홈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日 정부 협력 부진, 자체 모금 시작해

양국 정부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자, 새기는회는 올해 유해 발굴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다.

새기는회는 한국 유족회와 함께 2019년 6월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해 행정안전부를 방문했다. 1개월 뒤 행안부 관계자들은 우베시 조세이탄광 추도광장을 방문해 헌화했다. 추도광장은 지난 2013년 새기는회에서 모금을 통해 만들었다.

두 개의 배수구를 본떠 강제연행 한국‧조선인 희생자, 일본인 희생자라고 적힌 두 개의 추도비를 세웠으며, 앞 현판에는 희생자 전원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목판으로 만들었던 현판이 오래돼 낡자 지난 2021년에는 돌 명판으로 바꾸었다. 추도비 뒤편에는 모임의 추도문과 한국유족회의 추도문이 있으며 한국의 젊은 예술가가 만든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일러스트를 전시하고 있다. 광장 왼쪽으로는 광장에 대한 설명,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 시민단체로부터 기증받은 회화 등 다양한 자료를 전시해 두었다.

▲새기는회에서 모금을 통해 마련한 추모광장의 모습. 두 개의 추모비석과 희생자 명단이 적힌 명판, 추도문과 전시 모습.(사진=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세기는 모임(새기는회) 홈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새기는회에서 모금을 통해 마련한 추모광장의 모습. 두 개의 추모비석과 희생자 명단이 적힌 명판, 추도문과 전시 모습.(사진=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세기는 모임(새기는회) 홈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이렇게 조세이탄광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는 작업을 하면서 양국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던 새기는회는 지난해 3월 30일 한국유족회와 함께 행안부 유해봉안과에 또 한 번 방문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8일 한국유족회와 함께 일본 정부에 의견교환회를 요청했다. 의견교환회에 앞서 일본 정부에 질문을 보냈던 새기는회는 정부의 답변서를 받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조세이탄광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을 일본 정부는 모호하게 했다”면서 ‘보이는 유골만 조사한다’는 것이 한일협의의 결정이라고 답변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기는회는 의견교환회에서 “후생노동성의 인도조사실은 ‘보이는 유골만이 조사 대상’이라며 조사를 고사했다”면서 “매년 1000만 엔 이상 조사 예상이 있음에도 수만 엔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 조세이탄광 유골 문제 해결을 일본 정부에 요청했지만 국회에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드론 조사 기술에 한계가 있다고 답한 후생노동성의 답변과 기술 문제를 해결해 앞으로 협의해 나가는 것에 대해 외무성에 물어본 결과 ‘국내 유골을 조기에 돌려준다는 것이 한국과의 약속’이라는 표명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새기는회는 직접 탐사에 나서기로 하고 지난 7월 15일부터 조사 비용 모금을 시작했다. 오늘 10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펀딩의 최종 목표액은 800만 엔이다. 이 소식을 듣고 대한불교관음종이 100만 엔을 기부했으며, 8월 7일 오전 기준 모금액은 406만 6000엔이 모였다.

▲2024년 2월 3일 열린 82주년 추도 집회에 참석해 바다 위로 솟은 두 개의 배수구를 바라보고 있는 참가자.(사진=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세기는 모임(새기는회) 홈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2024년 2월 3일 열린 82주년 추도 집회에 참석해 바다 위로 솟은 두 개의 배수구를 바라보고 있는 참가자.(사진=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세기는 모임(새기는회) 홈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새기는회는 “직계 유족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버지를 보지 못한 채 성장한 자녀들도 81세가 되어 유족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희생자의 이름, 나이, 주소, 가족 모든 것이 판명되어 있는데 이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일본 정부의 놓칠 수 없는 책무”라고 조사를 촉구했다.

새기는회의 활동은 1991년부터 시작됐지만, 사고 이후 82년째를 맞이하는 2024년에도 유골 발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인 가운데, 시민단체인 새기는회의 노력으로 조선인의 유골이 한국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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