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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복 코디는 아내에게 맡긴다

기사입력 2019-03-04 08:35

[동년기자 페이지] 동년기자들의 패션 단상

▲박종섭 동년기자의 스타일링(박종섭 동년기자)
▲박종섭 동년기자의 스타일링(박종섭 동년기자)

요즘은 교복 자율화 실시로 학생들의 복장이 제각각이지만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나팔바지에 생선 등처럼 주름을 세우거나, 목 칼라 주변에 호크 몇 개 더 달아 덜렁거리도록 해서 멋 좀 내는 게 전부였다. 대학생이 돼서야 비로소 교복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청바지, 티셔츠가 다였다. 심지어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오는 ‘윤동주 시인’의 복장처럼, 검은 교복 상의를 걸치고 다녔다. 그거 하나만 입으면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됐고 비싼 옷을 살 필요도 없었다. 4년 동안 그러고 다니다가 취업을 하니 그때부터 양복이 정복이었다. 수십 년간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다녀야 했다. 넥타이는 정말 싫었다. 휴일에 경조사가 생겨 넥타이를 매야 할 때는 마치 누가 내 목을 끌고 가는 것 같았다. 은퇴를 하면서 넥타이의 압박에서 겨우 풀려났지만 그마저도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제2의 인생 설계 후 강의를 하게 됐는데 의무적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됐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이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편하게 입고 다니니 자유롭고 젊어 보이기까지 해서 좋았다. 내가 선호하는 건 진한 색깔의 옷들이다. 나이 들수록 밝게 입는 게 좋다고 해서 티셔츠만큼은 다양한 색상을 골라 입는다. 날씨에 따라 가벼운 조끼를 속에 입고 노타이 차림에 재킷을 걸치면 그만이다. 바지는 청바지도 좋고, 상황에 따라 언밸런스한 정장 바지도 잘 어울린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싶다. 어떤 옷은 편한 맛은 있지만 체격에 안 어울리고, 어떤 옷은 디자인은 좋은데 얼굴색과 잘 맞지 않는다. 이럴 때는 아내가 옆에서 코디를 해준다. 아내의 패션 감각은 남다르다. 잘 맞춰서 골라주는 옷을 입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 내가 좋아하게 된 패션도 아내가 추천한 옷이다. 그 옷을 자주 입다 보니 이제는 내 전용 패션이 됐다. 패션 감각으로 따지면 나는 거의 문외한이다. 계절이 바뀔 때가 제일 부담스럽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옷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봄이 왔는지도 모르고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고, 가을이 다 지나고 초겨울이 왔는데도 반소매를 입고 외출해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사람이 결혼 후 아내의 달달한 잔소리를 들으면서 무딘 감각이 점점 살아났다. 요즘 내 옷차림은 많이 세련되어졌다. 모임에 나가 사람들에게 패션 감각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우쭐해진다. “어떻게 그렇게 젊어 보이냐? 비결이 뭐냐?”라고 묻는 친구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

나이 들수록 옷을 정갈하게 잘 입어야 한다. 여든이 넘은 장모님은 병원에 갈 때면 항상 장롱에서 깨끗하고 좋은 옷을 꺼내 입으며 “잘 입고 가야지, 차림이 추레하면 간호사들도 우습게 봐” 하신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옷 잘 입는 비법이 하나 있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된다. 그리고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역시 당신의 패션 감각은 최고야!” 그러면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가정도 화목해진다. 자신에게 패션 감각이 있어도 옷 구매와 외출복 코디는 아내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 아내에게는 남편 꾸며주는 시간이 큰 기쁨 중 하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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