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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의 완성, 향수를 입다

기사입력 2019-03-25 08:44

[커버스토리] PART 06 패션 핫 아이템 ‘향수’

화려한 액세서리, 깔끔한 외투, 잘 정돈된 소매와 옷깃. 센스 있는 옷차림은 눈길을 끈다. 하지만 향기로운 사람에겐 눈길이 머문다. 길을 걷다 우연히 코끝을 스친 향기는 절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패션의 완성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향수다.

보이지 않는 패션, 향수

어떤 향기를 맡고 자연스레 내가 만났던 사람,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올랐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를 맡고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한다. 이후 사람들은 향기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불렀다. 또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레이첼 헤르츠(Rachel Herz) 박사는 실험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가 더 자극적이고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향기는 상대방에게 나를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명함인 셈이다. 당신은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국내 향수 브랜드 ‘톰빌리’의 퍼퓸 디렉터 박재석(29) 씨는 먼저 내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한 후 각각의 향이 지닌 매력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이 활발한 이미지의 사람이라면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를 활용해 활발함을 더 강하게 표현할 수도 있고, 좀 더 무거운 계열의 향으로 활발한 이미지를 중화시켜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향수공방 ‘센토리움’을 운영 중인 오원택(33) 씨는 겨울에는 긴 소매, 여름에는 짧은 소매의 옷을 입듯 향수도 하나의 패션으로 계절에 맞춰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봄과 여름에는 가볍고, 경쾌하고, 싱그러운 느낌의 시트러스, 그린, 플로럴, 프루티 계열의 향수를 쓰고 가을과 겨울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애니멀, 우디, 바닐라, 구루망(쿠키 같은 디저트류) 계열의 향수가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어야 하며, 향수로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연출하려면 다양한 향을 직접 맡아보고 경험해봐야 한다.

▲시트러스, 아로마틱, 플로럴, 프루티, 우디(왼쪽부터 차례로)
▲시트러스, 아로마틱, 플로럴, 프루티, 우디(왼쪽부터 차례로)

①시트러스(Citrus) 레몬, 자몽, 라임 등 감귤류의 향으로 상쾌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②아로마틱 (Aromatic) 라벤더, 바질 등 허브류의 향으로 진중한 느낌을 준다.

③플로럴(Floral) 장미, 재스민 등의 꽃향기는 우아한 느낌을 준다.

④프루티(Fruity) 시트러스와는 다른 달콤하고 싱그러운 과일 향으로 발랄한 느낌을 준다.

⑤우디(Woody) 나무 향으로 향긋 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어 중후한 느낌을 준다.


향수, 제대로 맡는 법

향수의 향을 맡는 과정을 ‘시향(試香)’이라고 한다. 시향을 할 때는 향수와 시향지 사이에 7~15cm 간격을 두고 향수를 분사해야 한다. 시향지에 너무 가까이 대고 분사할 경우 본연의 향취가 느껴지지 않는다.

향수는 분사 후 시간 경과에 따라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3단계로 나뉘는데 톱 노트는 15분~2시간, 미들노트는 3~5시간, 베이스노트는 10~15시간 향이 지속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수를 뿌린 직후의 향, 즉 톱 노트만 맡는다. 향을 단계별로 제대로 느끼려면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맡아야 한다. 반나절 정도라면 베이스 노트의 향까지 경험할 수 있다. 만약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최소 15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시향할 것을 권한다. 또 한 번에 3개 이하의 향수만 시향하는 게 좋다. 너무 많은 종류의 향수를 연달아 시향하면 후각이 무뎌져 나중에는 향을 제대로 못 맡게 된다. 이럴 때는 ‘커피’를 활용해보자. 커피 원두 향이 피로한 후각을 진정시켜준다.

마지막으로 피부에 ‘착향(着香)’을 해봐야 한다. 사람마다 고유한 체취가 있고 피부 온도와 습도 차이에 따라 같은 향수라도 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잔향까지 마음에 들어도 꼭 착향을 해본 뒤 구매해야 후회가 없다.

향수, 제대로 입는 법

이렇게 고른 당신만의 향수, 어떻게 뿌리는 것이 좋을까? 향수는 기본적으로 맥박이 뛰는, 온기가 있는 부위에 뿌린다. 손목 안쪽, 목 뒤, 왼쪽 가슴 부근이 대표적이다. 손목에 향수를 뿌린 후엔 가볍게 톡톡 두드려주면 된다. 간혹 양 손목에 뿌려 비비는 사람이 있는데, 향수의 노트가 뭉개져 본연의 향을 잃어버린다. 팔꿈치 안쪽은 옷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아 향을 은은하게 오래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소매가 짧은 옷을 주로 입기 때문에 발향이 강한 편이다. 이외 외투 안쪽, 넥타이 뒷면, 바지, 치마 등 옷에 뿌려도 된다. 다만 실크와 가죽옷에 뿌리면 옷이 상하거나 향이 변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향의 지속력을 높이고 싶다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된다. 무(無)향 로션을 바르고 그 위에 향수를 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특별하다는 의미다. 당신만의 향기로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다면 집을 나서기 전, 가볍게 향수를 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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