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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킹핑크 재킷 입고 만날 ‘봄’

기사입력 2019-02-28 10:14

[동년기자 페이지] 동년기자들의 패션 단상

▲박혜경 동년기자의 스타일링(박혜경 동년기자)
▲박혜경 동년기자의 스타일링(박혜경 동년기자)

한때 유행에 따라 옷을 갖춰 입고 멋쟁이 소리를 듣고 살았다. 미니스커트가 유행일 땐 단속에 걸려 명동파출소에 잡혀가기도 했고 미디와 맥시가 한창일 때는 치렁대는 긴 치마를 좋아했고, 거리를 다 쓸고 다닐 정도로 나팔바지의 유행을 따랐던 적도 있다.

옷을 고르는 내 기준은 단연 색상이다.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좋아하지 않는 누런 색 계통의 옷은 절대 사지 않았다. 젊을 때부터 튀는 옷차림이 좋았다. 요즘은 아찔한 탱크톱 옷차림도 아무렇지 않게 봐주는 시대이지만, 예전엔 끈 달린 원피스도 못 입고 다닐 정도로 사람들 시선이 보수적이었다. 그런데도 그 시절에 나는 양장점에 가서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맞춰 입었다. 그중에는 어깨를 과감히 드러내는 원피스도 있었다.

TV 드라마에서 여학생들이 집에서 멀쩡한 교복 차림으로 나와 밖에서 아찔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혀를 끌끌 차다가 내 생각에 웃고 만다. 나도 부모님 눈을 피해 좋아하는 옷을 입고 몰래 외출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깨를 훤히 드러낸 차림으로 외출하긴 어려워 레이스 볼레로 정도는 걸치고 나갔다. 물론 친구들과 어울릴 땐 용감하게 벗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용기는 참으로 대단했다.

지난가을 친구들과 옷을 사러 갔다. 내 맘에 딱 드는 의상을 집어 들자 친구들이 소화할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 나이 들수록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는다는 통계도 있지만, 나는 젊을 때부터 고운 색을 좋아했다. 쇼킹핑크라 불리는 재킷을 들고 거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상당히 튀는 옷을 입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옷차림에 대해 대놓고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어떻게 저런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냐면서 다들 수군댔다. 나도 처음엔 놀랐지만 자주 만나면서 친구의 패션 스타일을 이해하게 됐고 내 스타일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도 디자인이나 색상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옷들을 입고 다녔으니 뒤에서 그런 말들을 꽤 해대지 않았을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 스타일이 좋다.

그래도 그날의 화려한 핑크 재킷에 대한 친구들의 시선은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다. 젊을 땐 누가 뭐래도 자신 있게 좋아하는 옷을 입었지만, 나이가 드니 남의 눈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이 나이에는 그저 욕먹지 않을 정도의 무난한 옷차림이 좋은데 나는 왜 또 튀는 색상의 옷을 샀을까 슬쩍 후회도 했지만 금세 ‘지금 아니면 언제 입어봐?’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침 같은 색상의 핸드백까지 있어 금상첨화라 여기며 벌써부터 하의 코디할 생각에 즐겁다. 발목까지 오는 흰 바지에 작년에 장만한 멋진 부츠를 신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꽃피는 봄이 오면 누가 뭐라 하든 잘 차려입고 외출하려 한다. 그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날들이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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