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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옷은 모든 문을 연다”

기사입력 2019-02-26 10:50

[동년기자 페이지] 동년기자들의 패션 단상

▲정용자 동년기자의 스타일링(정용자 동년기자)
▲정용자 동년기자의 스타일링(정용자 동년기자)

평소 편하고 캐주얼한 옷차림을 즐겨 입는다. 본래 스타일도 그렇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삐 움직이는 일이 다반사라 일하기 편한 옷을 선호하는 것 같다. 격식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하는 날이면 남의 옷을 걸친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

편한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한 ‘패션人스타’에도 지원할 정도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예전부터 예쁘고 잘생긴 사람보다 스타일이 멋진 사람을 좋아했다. 비싸고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멋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말이다. 남편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도 옷차림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남편은 짙은 와인색 바탕에 커다란 흑장미가 군데군데 그려진 올이 굵은 카디건 스웨터를 입고 나왔다. 그리고 멋스럽게 색이 빠진 리바이스 청바지에 검은색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흰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흑장미가 그려진 스웨터는 아무나 소화하기 힘들다. 그것으로 남편의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었고, 적당히 마른 체형에 귀밑까지 자란 생머리가 찰랑거리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남편을 두 번째 만난 날, 내 환상은 단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광화문의 작은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황토색 코르덴바지에 밤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알고 보니 첫 만남 때 입었던 와인색 카디건 스웨터는 시어머니 옷이었다. 사이즈가 커서 자주 안 입던 멋쟁이 시어머니 스웨터가 키 크고 마른 체형의 남편에게 잘 어울려 그날 입고 나온 것. 남편은 옷차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운명처럼 그날 내 눈에 콩깍지가 씌워졌던 것이다.

미국의 패션 전문기자 ‘토비 피셔 미르킨’은 자신의 저서 ‘패션 속으로’에서 “패션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차림을 이해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옷은 그 사람의 진지함과 유머 감각, 창의성과 성적 본능을 모두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단 내 경우가 아니어도 잘 차려입은 옷은 첫인상을 강력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말이다.

생김새를 떠나 멋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점이 있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예의를 갖춘 단정한 옷을 입고, 편한 친구들 혹은 지인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자유로운 차림을 한다. 일상에서 패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 말이 있다. “훌륭한 옷은 모든 문을 연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역사가, 작가인 ‘토머스 풀러’가 한 말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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