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아주 거창하다. 며칠 전 나는 이 제목으로 책을 출판한 선배 김재은 교수님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많은 제자들과 감성을 함께 하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뜻있게 기념회를 가졌다.
선배교수님은 전공이 심리학이라 나와는 인접학문을 한 덕분에 가르침도 많이 받고 감성을 공유하여 즐거움도 함께 나눈 처지다. 선배 교수님은 80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남들에게는 왕성하게 보이고 본인에게는 조심스러운 절제된 활동을 통해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분이다.
내가 Smart Aging Program의 세 번째 알파벳 A를 Affect라고 정한 연유는 노인이 될수록 감성이 매 말라 간다는 뜻에서 찾아낸 알파벳이다. 이 Affect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분이 김 교수다. 그는 전공이 심리학이고 부전공이 예술이라고 할 만큼 예술 다방면에 조예가 깊다.
깊은 감성의 소유자라는 의미다.
감성을 연구한 국내외 많은 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한국인은 남다른 정(情)을 가지고 있단다. 이런 정서가 한국인의 집합무의식적인 바탕이라고 한다. 정이 맺히면 한(恨)이 되지만 긍정적인 공유를 하면 역동성으로 발휘된다.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는 셈이다. 나이 듦에 따라 신체적인 노쇠현상이 진행되지만 정서적인 퇴행도 함께 일어난다. 노인이 되면 어린이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노인은 두 번째 아이다, 라는 말도 있다. 헴릿에서 섹스피어는 “노인이란 아이들 둘을 합친 것과 같은 것이다”란 명대사도 남겼다.
이런 말들을 종합해 보면 노인의 감성이란 것이 퇴행하거나 줄어든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감각적 자극을 받아도 무덤덤해 진다는 것이다. 주변의 노인들을 보면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외부 자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지 못한다. 큰 자극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작거나 작은 자극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반응하는 등 균형을 잃고 있음도 볼 수 있다.
그래서 Affect를 Art와 연계하여 감성의 유지 내지는 힐링 매개로 삼아보자는 뜻으로 선택한 단어다. 눈으로는 그림도 보고 귀로는 음악도 듣고 입으로는 시도 읊고 몸으로는 춤도 춰 보자. 퇴행해 가는 감성을 자극해 보자는 의미다.
내가 비록 예술적 솜씨는 없다고 해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앞세운다면 공감으로 인해 피드백 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둘째로 내가 직접 해 보는 것이다. 소질이 있으면 더욱 좋다. 소질이 없다고 해도 시작해 보자. 누구로부터 평가 받거나 인정을 받아야할 처지도 아니라면 시작부터 즐거울 것이다.
혹자는 이런 말도 한다.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고,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고, 나쁜 소문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반드시 죽임을 당할 행동에서 저절로 멀어지니 목숨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을 다섯 가지 즐거움이라고 하리라." 노인이 되면 오감이 둔해져서 불편하다는 논리를 반박하면서 적은 역 논리다. 이것 또한 바른 말이다. 하지만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말은 그것은 정말 내 몸이 쇠퇴하여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사라졌을 때 해도 될 일이기 때문에 Affect의 힐링을 권유해 본 것이다.
김재은 교수는 그의 저서 예술이 어떻게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가의 서문에 이런 말을 적고 있다. “예술이 우리 생활에서 우리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라고.
나이 들어갈수록 감성의 끈을 놓지 말자. 무딘 감성도 갖고 놀아 보자. 섹스피어가 말했다는 두 얼굴의 아이라면 노인이 퇴행한 아이는 감성의 끈을 놓지 않은 노인일 것이다.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