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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바라본 노인의 상징적 모습은 ‘소주·기저귀·낙엽’

입력 2025-08-21 09:54수정 2025-08-21 10:06

제5차 아셈 노인인권 포럼서 김주현 교수 발표… “한국 연령차별 복합적 양상 보여”

▲김주현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포토보이스 연구에서 청년 참여자들이 촬영한 노인 이미지가 공개됐다. 청년들은 ‘소주와 새우깡’, 성인용 기저귀, 떨어지는 낙엽 등으로 노인을 상징화했고, 키오스크 등 첨단기기와 식당의 구석 자리 배치를 통해 사회적 소외를 드러냈다. 한편 ‘내리 사랑’과 부지런함 등 노인이 지닌 긍정적 가치도 포착됐다.(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김주현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포토보이스 연구에서 청년 참여자들이 촬영한 노인 이미지가 공개됐다. 청년들은 ‘소주와 새우깡’, 성인용 기저귀, 떨어지는 낙엽 등으로 노인을 상징화했고, 키오스크 등 첨단기기와 식당의 구석 자리 배치를 통해 사회적 소외를 드러냈다. 한편 ‘내리 사랑’과 부지런함 등 노인이 지닌 긍정적 가치도 포착됐다.(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청년들이 바라본 노인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 사회 대학생들은 노인을 삶이 무너져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진행된 ‘제5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김주현 교수는 ‘연령주의의 이해: 역사적, 규범적, 인권적 관점’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생산성·능력 우선주의 속에서 연령 차별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특히 포토보이스(사진을 활용한 참여 연구) 기법을 통해 청년층의 노인 이미지가 활동 과정에서 변화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표의 핵심으로 소개된 포토보이스 연구에서는 대학생 참여자들이 한 달간 ‘노인 이미지’를 주제로 사진을 촬영·서술했다. 초기에는 ‘아재 조합’과 같은 세대 소비 취향의 구분을 통해 노인을 타자화하고, ‘다시 찾는 기저귀’ ‘낙엽’ 등에서 치매·의존을 ‘인격이 무너지는 느낌’으로 묘사하는 등 노화와 죽음을 소멸의 부정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소비자 맞춤형 이꼴 젊은이 맞춤형’(키오스크 등 편의 기술의 배제), ‘복지로부터 배제’(공공 와이파이 등 기술 기반 서비스의 소외), ‘구석탱이’(식당 좌석 배치의 차별) 등은 일상 전반의 차별·배제를 포착했다. 그러나 두 달여의 활동을 거치면서 ‘내리 사랑’(자식에게 반찬을 전하는 장면), ‘흰 소나무’(노인의 고유 가치 상징), ‘일찍 일어나는 새’(새벽 운동하는 노인) 등으로 시각이 전환되며, 노인을 의존적 대상이 아닌 지속적 사랑과 배움의 주체로 재인식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김 교수는 청년층의 부정적 경험은 구체적 사건과 결부되는 반면 긍정 이미지는 상징·추상에 기대는 경향이 있어, 세대 간 실질적·구체적 교류가 긍정적 인식 확산에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발표 도입부에서 우리 사회의 ‘성공적 노화(활동적·생산적 노화)’ 담론에 대해, “노인의 적극적 사회 참여를 제안하는 긍정성이 있으나 노동가치의 확장이 노화·의존·죽음에 대한 성찰을 가리게 한다”며, “과도한 개인 독립성의 강조가 노년의 의존을 개인 책임으로 환원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공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노인을 배제하거나 부정적 시각을 강화함으로써 또 다른 연령 차별의 기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계도 덧붙였다.

연령 차별의 객관적 진단을 위해 김 교수는 ‘매크로 연령주의 지수(MAI)’를 개발·적용했다. 지수는 경제적 지위, 건강 상태, 고용 상태, 환경적 지위, 사회적 참여 지위(투표·정치 참여·자선 활동·PC 사용·예술 활동 등)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OECD 15개국 비교에서 한국은 전체 MAI가 터키·폴란드·에스토니아에 이어 4위로 연령주의 수준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경제적 지위 영역 점수가 가장 높아 노년층의 경제적 차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김 교수는 “한국의 고용 영역 점수는 낮아 겉보기에 고용 차별이 적어 보이지만, 높은 취업률에도 노인 빈곤이 심각한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단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9개 범주 46개 항목으로 구성된 ‘연령 민감성 지표’를 통해 연령집단 간 격차를 분석했다. 사이버 괴롭힘 피해, 사회 참여 어려움 등에서 집단 간 차이가 크게 나타났고 아동층의 취약성이 확인됐다. 청년층은 주거 불안·경제적 어려움·권리 배제에서 불리했다. 노년층은 주거 안정성, 건강, 교육 접근성, 차별 경험, 사회적 고립 등 다방면에서 취약성이 두드러졌으며, 다른 연령대와의 격차도 컸다. 김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정책은 연령집단별 세부 격차와 특성을 면밀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고등학생 대상 비교 연구에서도 결과가 제시됐다. 한국 학생은 일본 학생보다 고령자 차별을 더 심하다고 인식했고, 양국 학생 모두 노인과의 대화 회피 등 행동 차원의 연령주의를 보였다. 일본 학생의 고령기 불안은 더 높았으나, ‘인생 100년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고령기 학습 경험은 일본이 더 컸다. 김 교수는 일본 사회의 장기적 고령사회 경험과 교육·논의의 축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 20일 진행된 ‘제5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 발표 중인 김주현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준호 기자)
▲지난 20일 진행된 ‘제5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 발표 중인 김주현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준호 기자)

김 교수는 연령주의 극복을 위한 방향으로 △연령 통합(연령집단 간 불균등 완화와 구분 지양) △생애 단계적 접근(노년 문제의 생애 축적성 인식과 선제·통합 정책) △연령 주류화(age mainstreaming)의 전략화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연령집단 간 평등만으로 연령주의가 해소되거나 사회 통합이 강화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한국 사회의 고령 차별은 보다 복합적 양상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령학과 세대 연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강한 사회적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국제 노인인권 전문기구인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ASEM Global Ageing Center(AGAC), 원장 이혜경)와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윈회(위원장 안창호), 주한유럽연합대표부(대사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이 공동으로 ‘연령주의를 조명하다: 문화적 현실, 구조적 장벽, 그리고 변화의 길’을 주제로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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