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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이 만난 공간

입력 2025-11-04 06:00

[미술관 탐방]

강원도 원주에 자리한 ‘뮤지엄 산(SAN)’은 자연과 예술, 인간의 사유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물은 노출콘크리트의 절제된 미학 위에 물과 빛, 바람이 교차하며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문다.


▲안토니 곰리관 ‘그라운드(Ground)’ 전경.
▲안토니 곰리관 ‘그라운드(Ground)’ 전경.


종합제지회사 한솔의 문화재단이 설립한 뮤지엄 산(SAN)은 ‘스페이스, 아트, 네이처(Space, Art, Nature)’의 약자다. ‘종이’라는 아날로그 매체를 통해 예술과 삶의 관계를 탐구하며, 자연 속에서 예술적 경험을 통해 마음의 휴식을 제공한다.

뮤지엄 산(SAN)의 첫 여정은 ‘종이박물관(페이퍼갤러리)’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고대 이집트에서 기록 매체로 쓰인 ‘파피루스’부터 우리 전통의 ‘한지’까지, 종이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종이가 단순한 기록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정신을 담는 예술의 근원임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에서는 영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안토니 곰리(75)의 개인전 ‘Drawing on Space’가 열리고 있다. 자신의 몸을 석고로 주조(캐스팅 기법)해 제작한 그의 40여 년 예술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안도 다다오와 안토니 곰리의 협업으로 탄생한 ‘그라운드(Ground)’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를 지속적으로 성찰해온 두 거장이 하나의 비전을 공유한 의미 깊은 작업이다. 이 공간에서는 7점의 조각과 천장을 통해 스며드는 빛, 입구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주변의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관람객은 작품과 건축의 일부가 되어 교감한다.

인기 전시관 ‘제임스 터렐관’에서는 빛이 주인공이 된다.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82)은 인공광과 자연광을 활용해 ‘빛을 보는 경험’ 자체를 작품으로 확장시킨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농도와 색채는 하늘과 우주를 잇는 통로처럼 느껴지며, 관람객은 조용한 몰입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된다.

뮤지엄 산(SAN)은 머무르는 동안 관람객의 감각을 일깨우고, 떠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고요한 울림을 남긴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인간의 사유가 빚어낸 이 공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나’를 만나는 쉼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우고 론디노네, ‘초록 노랑 수녀’

뮤지엄 산 입구에 설치된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대형 조각은 시기에 따라 교체 전시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미술을 처음 가르쳐준 사람이 수녀였다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수녀의 상징적 형상을 원색으로 재구성해 삶과 죽음, 신성과 인간성, 자연과 문명이 서로 대립하면서도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안도 다다오, ‘청춘(靑春)’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사과. ‘청춘’은 단순히 나이를 의미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사유하는 생의 태도를 상징한다.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


안토니 곰리, ‘경계의 영역(Liminal Field) ’

철제 인체 형상이 공간 곳곳에 놓여 있으며,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걸으며 작품의 일부가 된다. 안토니 곰리는 인간의 존재를 물질적 형태로 드러내면서도, 공간과의 관계를 통해 ‘나’의 위치를 질문한다.


제임스 터렐,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

하늘을 바라보는 개방 천창을 통해,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터렐은 ‘빛을 보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작품으로 구현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시선은 어느 순간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된다.


©James Turrell Photo : Florian Holzherr. 출처 뮤지엄 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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