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건강·돌봄 AI 심포지엄… “돌봄통합 앞두고 데이터·인권·예산 관리 관건”
방문 관리 8%만 수혜, AI IoT로 풀어야
돌봄로봇 가정 도입 1.4%, 급여화 숙제
공공돌봄 전화·웨어러블로 확산시켜야

초고령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역할로 ‘인간’다움 지목됐다. 고령자 돌봄의 핵심인 ‘주거지에서 나이 듦’(AIP·Aging in Place)’을 가능하게 할 인공지능(AI) 기반 건강·돌봄 생태계 구축 방안을 놓고 통찰을 공유하는 자리가 17일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AI연구원 건강돌봄 AI 센터는 ‘2025 서울대학교 건강·돌봄 AI 심포지엄’을 열고, 보건소 기반 비대면 건강관리부터 AI 안부전화, 웨어러블 공공 헬스케어, 돌봄로봇, 장기요양보험의 제도화까지 ‘현장에 들어가는 기술’의 조건을 점검했다. 건강관리와 요양·돌봄 현장에서 AI 활용에 대한 공공과 산업, 연구와 현장의 시각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재욱 서울대학교 AI연구원 원장은 축사에서 “제조 AI 중심의 정책 흐름 속에서 ‘인간’이 빠져 있다”며 “사람을 위한 돌봄, 피지컬 AI, 건강돌봄 AI 논의가 이제는 사회적 가치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수 건강·돌봄 AI 센터장은 “AI가 고령자의 일상 속에서 실질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계·산업계·정부·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생태계가 필수”라고 밝히고, “AI가 헬시 에이징과 인간 중심 돌봄을 뒷받침하는 ‘따뜻한 기술’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첫머리에서는 히로마사 오카야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국장은 한국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분석하고, 장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독립·사회적 연결·존엄’을 지키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가 돌봄의 ‘관계·신뢰·연민’을 대체하지 않고 강화해야 한다”며, “책임 있고 형평성 있는 ‘사람 중심 AI’가 생태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AI 통한 질병 악화 예측, 상담과 피드백 지원 요구
첫 발표에 나선 나세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고령화대응부 부장은 방문건강관리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숫자로 짚었다. 현장 인력과 인프라가 투입되지만 실제 서비스가 닿는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나세현 부장은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의 한계를 설명하며 “현재 기준으로 노인 인구 대비 약 8.3%만 서비스를 제공받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0년 시범사업을 거쳐 도입된 ‘AI 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가 비대면 모니터링과 상담, 미션 수행과 인센티브로 구성되며, ‘오늘 건강 앱’과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PHIS) 연동, 활동량계·혈압계·혈당계 같은 기기 활용과 함께, 독거노인 등 모바일 취약계층을 고려한 AI 스피커 제공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발표에서는 사업 만족도가 90점 이상으로 높고, 신체활동(60.7% 개선), 식생활(53.1% 개선) 등 지표 개선이 확인됐다는 점도 제시됐다. 나 부장은 향후 방문건강관리와 AIoT 사업을 통합한 ICT 융합 방문관리로 발전시키고, 보건과 복지를 이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AI가 질병 악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더 전문적인 상담과 피드백까지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박상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장기요양 현장의 인력 부족과 서비스 지속가능성 위기 속에서 AI·로봇의 역할을 ‘보험자 관점’에서 재정의했다. 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커졌지만, 실제 도입은 제도와 비용 장벽에 막혀 있다는 진단이다.
박상희 부연구위원은 장기요양 현장에서 돌봄로봇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실제 도입’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진단하며 “인지도는 높지만 실제 도입은 시설 30.9%, 재가 1.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복지용구 예비급여 시범사업 등 제도적 통로를 넓혀 검증된 기술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고, 종사자의 업무 부담 완화와 효율성 향상을 현장에서 실증하는 시범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돌봄로봇이나 AI 기술이 장기요양보험 급여로 보전되지 않아 기관과 이용자가 비용을 떠안는 구조”라며 “기술을 서비스나 복지용구로 어떻게 제도화할지, 급여와 수가를 어떻게 설계할지 기준이 정리되지 않은 점이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로봇 고령자 인터페이스로 진화 중”
산업계 발표에서는 ‘디지털 포용’과 ‘운영체계’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옥상훈 네이버클라우드 사업리더는 AI 안부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의 운영 모델과 확장 전략을 소개했다. 지자체·기관이 수신인을 등록하면 AI가 1차 통화를 하고, 운영센터가 2차 확인 뒤 기관에 리포트를 제공하는 전달체계로 행정 부담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그는 “처음에는 100명 안팎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약 4만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고령자에게 가장 익숙한 수단인 ‘전화’로 들어가 디지털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옥 사업리더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단순 시나리오를 넘어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이전 대화의 맥락을 반영하는 방식이 정서 안정과 건강 징후 파악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오파스넷 본부장은 서울시 ‘손목닥터 9988’ 사례를 통해 웨어러블 기반 공공 헬스케어가 대규모로 확산될 때 발생하는 기술·운영 이슈와 연계 생태계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입자는 약 250만 명”이라고 말하며, 단순 걷기 중심 포인트를 넘어 홈트레이닝, 금연클리닉 연계, 챌린지 등으로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플랫폼이 보건소 대사증후군 관리, 체력측정 서비스, 민간 보험 등과 연계되는 구조가 축적될수록 ‘정밀하고 개인화된 목표·코칭’으로 고도화될 여지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인의 건강기록과 생체데이터를 통합해 맞춤형 목표와 코칭을 제공하는 통합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김지희 효돌 대표는 돌봄로봇이 ‘정보 제공 장치’가 아니라 고령자의 일상 리듬과 안전을 함께 설계하는 ‘인간중심 인터페이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돌은 24시간 생활 속에서 식사·복약·환기 등 생활 관리를 돕고, 대화를 통해 수면·기분·패턴 등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AI 돌봄로봇 ‘효돌’이 어르신의 일상 속에서 생활관리와 안전망을 동시에 맡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어르신이 ‘효돌아 살려줘’라고 외치면 AI와 사람이 함께 확인하고, 필요하면 119 출동까지 연결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돌봄 현장에서 기술의 역할을 정리하며 “돌봄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기술은 어르신의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먼저 돕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돌봄, 기술 도입 아닌 생태계 조성 관점으로 봐야”
3부 종합토론에서는 하정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AI 돌봄이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으려면 산업·인권·데이터 관점에서 생태계 조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쟁점을 정리했다.
김우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에이징사업팀 팀장은 정부 주도 사업이 평가 이후 종료되거나 유료화되며 보급률이 10% 미만에 머문다고 지적하고,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기술’, 민간 시장을 열어주는 보험자 역할, 효과 평가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예산과 실행력의 간극을 짚으며 개인별 지원계획에 AI가 개입할 때 자동화된 의사결정과 이용자 권리 보호가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영 중앙사회서비스원 혁신기획본부 부장은 통합돌봄의 핵심을 ‘분절된 서비스의 연결’로 규정하면서도, 지자체 중심 구매 결정 구조상 ‘직관적으로 보이는 서비스’가 선호되는 현실을 언급하고 내년 스마트홈·스마트시설, 스마트 사회사업 시범 추진 계획을 밝혔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노인 당사자를 권리 주체로 세우는 인권 기반 거버넌스와 민감정보 보호 장치(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프라이버시 바이 디폴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문식 서울대 AI연구원 산학협력센터 교수는 중국의 ‘스마트 양로’ 사례를 들며 한국은 기술을 운영·정책으로 확장할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고, 정승원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보건의료데이터진흥본부 과장은 AI의 핵심을 데이터 인프라로 규정하며 공공의 코어 데이터셋 정의, 기관 간 거버넌스, 현장 데이터 생산자 교육·인센티브를 과제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