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의 외로움, 약국에서 시작되는 서비스 변화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어르신 다섯 명 중 두 명이 홀로 살아간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며 100세시대를 맞이했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 발달로 신체적인 건강은 상당부분 개선되었지만 오히려 고립과 단절 속에서 길어진 노년은 또 하나의 질병, ‘외로움’이라는 심리적 질병을 악화시키고 있다.
주경미 고려대 약대 특임교수는 최근 약공시론의 칼럼을 통해 외로움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심리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하며, 약국이 이 침묵을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보건복지부는 외로움을 공중보건 위기로 선언했고, 영국과 일본은 외로움 대응을 위한 정부 조직을 신설하며 정책적 개입에 나섰다. 이는 외로움이 복지의 언어를 넘어 보건 정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경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약국은 지역사회에서 가장 자주, 가장 가까이 만나는 일차의료 공간이다. 매일 약을 사러 오는 어르신, 처방약이 남아 있음에도 다시 방문하는 시니어, 복약 지도가 끝난 후에도 머무는 노인들. 주 교수는 "이들의 방문 목적은 단지 약이 아니라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자신을 기억해주는 존재와 연결되고 싶은 ‘관계의 처방전’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이제 약사는 단순한 조제 전문가를 넘어,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신호를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는 실천가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말을 건네는 약사’, ‘기억하는 약사’, ‘기다려주는 약사’는 고령자의 건강을 지키는 새로운 돌봄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국이 약을 조제하는 곳을 넘어, 지역 내 노인을 연결하고 돌보는 지역포괄케어의 핵심 접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비단 약국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역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이 고령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국내 서비스 산업 역시 시니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