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의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드 ㉑]

일본 시니어들은 여전히 집에서 직접 차린 건강한 식사를 일상의 중심에 두면서도 식비 절약과 조리의 간편함을 중시하는 실용적 식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지향 식품이나 요리 교실 등 명확한 목적성을 지닌 일부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관심이 모였을 뿐, 외식·배달 등 새로운 식서비스 전반에 대한 수요는 크지 않아, 시니어층이 이미 확립한 생활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고령자 대상 식품·서비스 산업이 단순한 신제품 공급을 넘어 기존 생활 방식에 얼마나 세심하게 스며드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임을 시사한다.
시니어·고령자 특화 마케팅 리서치 기관인 ‘코스모라보’는 지난 14일 일본 전국의 50세 이상 시니어 722명을 대상으로 생활 상황과 식사 스타일, 식비 변화, 건강 의식, 향후 이용 의향이 있는 식 관련 서비스를 조사한 ‘2025년판 시니어층의 식사를 즐기는 방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방식은 온라인 설문으로, 코스모라보의 자체 패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우선 응답자들의 생활 형태를 보면 ‘가족과 동거’가 42.7%로 가장 많았고, ‘부부 둘이서 지냄’이 34.9%로 뒤를 이었다. ‘혼자 산다’는 응답도 20.6%에 달해, 일본에서도 중·노년기의 단독가구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동거 가구에서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습관이 잡힌 반면, 혼자 사는 경우 식사의 간편화와 ‘혼밥’ 경향이 강해져 식생활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日 중장년 75% “직접 요리 고집”
식사 스타일을 물은 항목에서는 일본 시니어의 ‘집밥’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직접 요리(자취·자택 조리)’가 76.3%로 4명 중 3명꼴이었고, ‘가족이 준비해준다’는 응답도 17.5%로 나타났다. 반면 ‘외식’은 2.2%, ‘택배·통신판매·배달 서비스’는 1.5%에 그쳤다. 실제 자가 조리 빈도를 묻자 ‘거의 매일’ 직접 요리를 한다는 응답이 77.0%에 달했으며, ‘주 4~5일’ 7.5%, ‘주 2~3일’ 5.1%를 합쳐도 20% 남짓이었다.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0.4%에 불과했다.
외식 이용은 뚜렷한 양극화가 나타났다. ‘한 달에 몇 번 정도’ 외식을 한다는 응답이 47.5%로 가장 많았지만,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42.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 몇 번’(8.7%), ‘거의 매일’(1.7%)처럼 잦은 외식을 하는 층은 소수에 그쳤다. 보고서는 외식 빈도 차이에 경제 상황, 건강 관리 의식, 거주 지역의 편의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온라인 주문·배달 서비스에 대한 이용은 아직 제한적인 단계다.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가 72.3%로 10명 중 7명에 달했고, ‘1년에 몇 번’ 12.3%, ‘한 달에 몇 번’ 8.4%, ‘주 1회 이상’ 6.9% 수준이었다. 비용 부담과 주문 절차의 번거로움 등이 이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추정되지만, 건강 지향 상품이나 지역 특산품 등 목적형 서비스에 대해서는 잠재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해석했다.
식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영양 균형(채소·단백질·칼슘 등)’이 74.4%로 가장 높았다. ‘건강(저염·칼로리 조절)’을 신경 쓴다는 응답도 49.3%로 절반에 가깝게 나타나, 식사를 건강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맛·만족감’(45.4%)과 ‘간편함(조리의 쉬움, 시간 절약)’(45.3%)도 비슷한 수준으로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 ‘건강–즐거움–편리함’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식비’도 34.3%가 의식한다고 답해, 물가 상승이 식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1년간 어느 항목의 식비가 늘었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특히 없다’가 51.5%로 과반을 차지해, 절반 이상은 체감할 만한 식비 증가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식(도시락·반찬류)’ 지출이 늘었다는 응답이 25.8%, ‘기호품(술·과자)’ 17.5%, ‘외식(레스토랑·패스트푸드 등)’ 14.0%로 나타났고, ‘통신판매·배달 서비스(넷 쇼핑·밀키트 포함)’ 비용이 늘었다는 응답도 5.5% 있었다.

고령자 건강식에 관심, 외식·배달은 보조적 역할
앞으로 식사와 관련해 노력하고 싶은 부분을 묻는 질문에서는 ‘건강 유지를 위한 영양 관리’가 74.7%로 압도적 1위였다. ‘시간 절약·간편 조리’(45.3%), ‘식비 절약’(43.2%)이 그 뒤를 이었고, ‘새로운 맛과 요리에 도전’(25.9%), ‘손주·가족과 함께 즐기는 식사’(17.0%)도 일정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연동되는 ‘향후 이용해 보고 싶은 서비스’를 물은 항목에서는 ‘특히 없다’가 50.7%로 과반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건강 지향의 온라인 주문·택배’(20.2%), ‘요리 교실·식에 대한 학습’(18.1%), ‘영양사가 감독한 식단 배달’(16.6%), ‘건강 지향의 밀키트’(11.5%) 등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이용 경험이 없는 층에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잠재 수요를 끌어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일본 시니어의 식생활은 ‘집에서 직접 차린 식사’, ‘건강 중심’, ‘절약과 지출의 양극화’가 핵심 특징으로 나타났다. 식사는 여전히 자가 조리가 중심이고, 외식이나 배달 서비스는 보조적 역할에 그친다. 일본 시니어는 매일 직접 요리를 하며 건강과 생활 리듬을 관리하는 동시에, 필요할 때 도시락·반찬·외식·기호품으로 작은 만족을 더하는 방식으로 식생활을 꾸린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는 한국 시니어 산업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령층의 식생활 비즈니스는 기존 식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집밥의 부담을 덜어주고 질을 높이는 보완재’의 성격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 관리가 기본 전제가 된 만큼 영양·염분·열량 등 구체적 관리 요소가 담기지 않은 서비스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또한 새로운 음식 서비스 수요는 전체가 아니라 건강·학습·교류에 관심이 큰 일부 층에 집중되고 있어, 시장이 아직 대중화 단계라기 보다는 목적을 가진 수요층 중심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