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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74세, 고령 인력이 빛나는 현장…日 인력 파견 회사 ‘고령사’

입력 2025-08-19 07:00

[일본 시니어 라이프] 파견업무 100여 종

‘나이 때문에 일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기업이 있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 고령사(高齢社)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전문 인재 파견 회사다. 창립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의 사업 철학은 단순하다. ‘교이쿠(今日行く)’와 ‘교요우(今日用)’, 즉 ‘오늘 갈 곳이 있고, 오늘 할 일이 있다’는 일상 속 목적을 시니어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신미화 교수)
(신미화 교수)


‘교이쿠’와 ‘교요우’는 일본에서 은퇴 후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내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교이쿠는 외출할 목적이나 자신을 기다리는 장소가 있다는 의미다. 교요우는 맡은 역할이나 해야 할 일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두 단어가 시니어의 일상에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외출할 목적과 맡은 일이 생기면 하루가 의미 있게 흘러가고, 삶의 리듬이 살아난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차원을 넘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되살리며, 고립감이나 우울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고령자. (신미화 교수)
▲주유소에서 일하는 고령자. (신미화 교수)


고령사의 탄생과 철학

2000년 설립한 고령사는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과, 인력 부족을 겪는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고령자에게 교이쿠와 교요우를 제공함으로써 건강 유지와 자존감 회복, 사회참여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고령사의 설립 배경은 창업자 고(故) 우에다 겐지(上田研二) 씨의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도쿄가스 자회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가스 점검 업무 등에 인력난을 경험하면서 은퇴한 선배들의 경륜과 여유 시간이 사회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체감했다.

그가 “한가로운 퇴직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모든 일이 거짓말처럼 풀렸다”고 회고했듯, 경험 많은 고령 인력의 가능성은 분명했다.


▲맨션 컨시어지에서 근무하는 고령자.(신미화 교수)
▲맨션 컨시어지에서 근무하는 고령자.(신미화 교수)


이후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였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씨가 “노동력 부족 해소의 열쇠는 여성, 고령자, 외국인, 로봇”이라 언급한 강연은 우에다 씨가 고령사의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데 영감을 줬다. 이 두 경험은 ‘고령자의 경험과 건강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졌다.

2021년 창업자 우에다 씨가 별세한 이후, 현재는 도쿄대 법학부 출신의 무라제키 후미오(村関不三夫) 씨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도쿄가스 임원, 뉴욕 지사장, 자회사 회장 등 풍부한 경력을 가진 그는 2021년 정년을 맞은 직후 우에다 씨의 제안으로 고령사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잠시 돕는다는 마음으로 입사했다는 무라제키 대표. 알고 보니 일본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 대표직을 맡았다. 무라제키 대표는 “도쿄가스 시절보다 지금 일이 더 많지만, 출세나 경쟁이 아닌 사람을 돕는 일이라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무라제키 후미오 씨 고령사 대표.(신미화 교수)
▲무라제키 후미오 씨 고령사 대표.(신미화 교수)


평균 연령 74세, 고령 인력이 빛나는 현장

‘고령사’라는 회사명은 창업자 우에다 씨가 직접 고안해 상호 등록까지 마친 독창적인 이름이다. 단어 자체에 고령층 대상임이 명확히 드러나는 만큼,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2012년부터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가이아의 새벽’과 ‘캄브리아 궁전’ 등에 잇따라 소개되며 사회적 주목을 받았고, 그 여파로 파견 등록자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초창기에는 대부분 도쿄가스 관련 업무에 파견되었지만, 도쿄가스와 자본 관계는 전혀 없다. TV 출연 이후 일반 기업과의 매칭 확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 다양한 업종에서 시니어 채용이 확대됐다.

2024년 6월 기준 등록자는 근무자와 대기자를 포함해 총 1199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은 186명으로 약 15%를 차지한다.

평균 연령은 74세다. 최고령 근무자는 84세로, 그는 도쿄 세타가야구의 고급 맨션에서 컨시어지 업무를 맡고 있다.

고령사의 근무 형태는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체 근무자의 상당수는 주 3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며, 정년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과 파견처 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 일할 수 있다.

평균적인 고령자의 생활비는 월 30만 엔(약 280만 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연금으로 충당되는 금액은 약 20만 엔(187만 원). 고령사는 부족한 10만 엔(약 93만 원)을 무리 없이 벌 수 있는 일자리 구조를 구축해,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자존감 회복과 건강 유지까지 돕고 있다.

일하는 목적 또한 다양하다. 국제 탁구대회 출전을 준비하며 코치 비용을 마련하거나, 사교댄스를 즐기기 위해 의상비를 벌고자 하는 시니어도 있다.


▲재해 대비 비상용품. 시계 방향으로 염분 보충용 정제, 휴대용 전등, 손수건, 메모지, 얼굴과 몸을 닦는 쿨 시트. 기초 연수를 받는 모든 고령자에게 배부.(신미화 교수)
▲재해 대비 비상용품. 시계 방향으로 염분 보충용 정제, 휴대용 전등, 손수건, 메모지, 얼굴과 몸을 닦는 쿨 시트. 기초 연수를 받는 모든 고령자에게 배부.(신미화 교수)


AI 시대, 사람의 손길 필요

무인 계산기, 자동화 시스템의 확산으로 고령자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무라제키 대표는 단호하다.

“자동화로 대체되지 않는 일이 여전히 많습니다. 총무나 회계처럼 줄어들 수 있는 업무도 있지만, 현장 점검, 차량 운전, 간단한 관리 업무 등은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맞이하는 따뜻함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며 고령 인력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고령사의 파견 업무는 100여 종에 달한다. 가스공사 관련 업무를 비롯해 창고 및 맨션 관리, 렌터카 창구, 골프장 코스 정비, 차량 이송, 사무 보조, 행정 이벤트 지원, 영업 보조, 청소 등 업종은 매우 다양하다.

최근 대형 인재 파견 회사들도 시니어 고용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나, 고령사는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고수한다. 무라제키 대표는 “우리는 고령의 영업 담당자가 직접 파견자를 관리하고 현장 매칭까지 돕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라고 강조했다.

고령사 본사 직원 28명 중 13명이 영업을 맡고 있으며, 이 중에는 74세의 ‘슈퍼 영업맨’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파견처를 자주 방문해, 현장의 인력 수요를 직접 파악하고 맞춤형 일자리를 발굴한다.


▲회사 벽에 걸려 있는 건강 체크와 낙상 예방 포스터.(신미화 교수)
▲회사 벽에 걸려 있는 건강 체크와 낙상 예방 포스터.(신미화 교수)


일터의 기본, 태도에서 시작된다

고령사에서는 신규 근무 희망자를 대상으로 매달 하루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전에는 대표 인사와 건강 관련 안내, 오후에는 비즈니스 매너, 안전, 총무 실무교육 등이 진행된다.

이 연수에서 무라제키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점은 ‘겸손한 자세’다. 그는 ‘현역 시절의 자랑은 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며, 나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어떤 일이든 겸손하게 임할 것을 강조한다.

“정년 이전의 직책이나 자존심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젊은 직원이나 연하의 상사와 소통하려 하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무라제키 대표는 고령 여성의 사회 진출을 고령사에 주어진 ‘다음 과제’로 본다. 과거 전업주부로 지낸 여성들이 60세 이후 일을 시작하는 데 심리적 장벽이 큰 점을 지적하며 “무엇이든 시도하라. 중요한 건 도전이다. 그 시작이 삶을 확장시킨다”고 조언을 건넨다.

단순히 연금 부족을 보충하는 차원을 넘어, 세상과 다시 연결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터의 기본, 태도에서 시작된다

고령사에서는 신규 근무 희망자를 대상으로 매달 하루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전에는 대표 인사와 건강 관련 안내, 오후에는 비즈니스 매너, 안전, 총무 실무교육 등이 진행된다.

이 연수에서 무라제키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점은 ‘겸손한 자세’다. 그는 ‘현역 시절의 자랑은 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며, 나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어떤 일이든 겸손하게 임할 것을 강조한다.

“정년 이전의 직책이나 자존심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젊은 직원이나 연하의 상사와 소통하려 하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무라제키 대표는 고령 여성의 사회 진출을 고령사에 주어진 ‘다음 과제’로 본다. 과거 전업주부로 지낸 여성들이 60세 이후 일을 시작하는 데 심리적 장벽이 큰 점을 지적하며 “무엇이든 시도하라. 중요한 건 도전이다. 그 시작이 삶을 확장시킨다”고 조언을 건넨다.

단순히 연금 부족을 보충하는 차원을 넘어, 세상과 다시 연결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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