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시선] 희망 안겨주는 프리다 칼로의 삶

뮤지컬 ‘프리다’는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멕시코의 전설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그림처럼 펼쳐낸다. 단 네 명의 여배우만 등장하지만 무대는 그들의 에너지로 가득 찬다. 강렬한 걸스 파워가 한여름 무더위를 단숨에 밀어낸다.
공연 소개(EMK뮤지컬컴퍼니)일정 9월 7일까지
장소 NOL 유니플렉스
연출 추정화
출연 •프리다 : 김소향, 김지우, 김히어라, 정유지/ •레플레하 : 전수미, 장은아, 아이키/ •데스티노 : 이아름솔, 이지연, 박선영/ •메모리아 : 박시인, 유연정 러닝타임 110분(인터미션 없음)
관람료 R석 8만 8000원, S석 6만 6000원, A석 5만 5000원
관람 포인트•무대 위에 되살아난 프리다 칼로의 삶.
•무더위를 날리는 강렬한 걸스 파워.
•신구 배우 총 13인의 완벽한 앙상블.


◇REVIEW
뮤지컬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구성한 쇼 뮤지컬이다. 파워풀한 음악과 군무, 화려한 무대와 의상이 어우러져 프리다의 예술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작품은 프리다가 생의 마지막 밤, 가상의 토크쇼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출연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설정으로 전개된다.
프리다의 짧은 인생은 고통 그 자체였다. 6세에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해졌고, 18세에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철근이 허리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평생 30차례 넘는 수술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예술적 동지이자 스물한 살 연상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 역시 평탄치 않았다. 유산의 아픔과 남편의 외도, 그 상대가 친여동생이었다는 사실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프리다는 무너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오른손으로 붓을 들고 하얀 캔버스를 삶의 기록으로 채워나갔다. 그의 작품은 곧 자신만의 세계이자 저항의 언어였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무대 위로 붉은 장미꽃이 쏟아지고, 프리다가 홀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쇠약한 육신에도 불구하고 터져 나오는 생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순간, 관객은 숨을 멈춘다.
이어 프리다는 “인생이여 만세(Viva La Vida)!”를 외치며 웃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삶이 고통뿐일지라도 그것은 여전히 축제였다”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프리다’는 형식 면에서도 독특한 실험을 감행한다. 앙상블 없이 단 4명의 여성 배우가 전 역할을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프리다와 함께, 쇼의 MC이자 디에고 리베라를 연기하는 레플레하가 등장한다. 또한 프리다의 곁을 맴도는 죽음의 그림자 데스티노, 프리다의 어린 시절과 평행우주 속 또 다른 프리다를 연기하는 메모리아가 있다.
프리다 역은 김소향, 김히어라, 김지우, 정유지가 맡았다. 김소향은 초연부터 프리다를 연기해온 산증인이다. 김히어라는 지난 시즌부터 출연했고, 김지우와 정유지는 이번에 합류했다. 각기 다른 개성과 에너지를 지닌 네 명의 배우는 프리다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한편 댄서 아이키가 레플레하 역으로 연기에 도전해 주목받았다. 특유의 리듬감과 존재감으로 캐릭터를 소화해 호평받고 있다.

◇프리다 칼로 돋보기
짙은 눈썹, 전통 의상, 강렬한 색채. 프리다 칼로(1907~1954).
초현실주의 작가로 분류되지만, 생전 그는 “나는 꿈이 아니라 현실을 그릴 뿐”이라며 이를 부정했다.
프리다는 육체적 고통, 사랑, 분노를 자화상에 담았고, 남긴 200여 점의 작품 중 절반이 자화상이다.
프리다가 남긴 마지막 작품은 ‘ViVA LA ViDA’라는 문구가 새겨진 수박 그림이다. 평생 피를 흘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 살았지만, 삶은 여전히 축제였다고 믿었던 그의 마지막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