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탐방] ‘오랑주리–오르세 특별전’이 들려주는 세잔과 르누아르의 이야기

오랑주리 미술관 국내 최초 전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잘 알려진 파리 오르세 미술관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품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인상주의가 한창이던 시기에 활동한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두 화가는 같은 인상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독창적인 화풍을 이어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두 거장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르누아르는 따뜻한 색채와 부드러운 붓질로 빛의 떨림을 표현했고, 세잔은 형태를 단단하게 쌓아 올리며 구조적이고 기하학적인 구성을 추구했다. 이번 전시는 야외 풍경, 정물, 인물 등 두 화가가 탐구했던 주제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두 화가의 작품을 차례로 감상한 뒤에는 피카소의 작품 두 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피카소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았는지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다. 세잔의 분석적인 시선은 피카소의 입체주의로 이어졌고, 선과 색채에 대한 르누아르의 표현 방식은 피카소의 고전주의 회귀에 영향을 주었다.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 근대미술의 아버지 세잔
르누아르의 개인적인 삶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가난과 가족의 비극, 말년에 찾아온 관절염 등 고통 속에서도 화사하고 따뜻한 색채를 잃지 않았다. 그가 ‘행복의 화가’로 불리며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세잔의 정물화는 익숙하지만 왜 그의 작품이 현대미술의 출발점이라 하는지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세잔은 사물의 외형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대상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구조적 시선을 화면에 담았다. 피카소와 마티스 등이 그를 ‘근대미술의 아버지’라 부른 이유다. 세잔의 정물은 회화 자체의 원리를 탐구하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피카소가 사랑한 두 거장
세잔과 르누아르는 후대 여러 화가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고, 그들의 이야기는 피카소로 이어져 20세기 미술의 토대를 이루었다. 전시장에서는 명작뿐 아니라 컬렉터 폴 기욤의 거실, 오랑주리·오르세 빈티지 사진과 영상도 감상할 수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사진 촬영이 불가해 아쉬울 수 있으나, 오히려 찰칵대는 소리 없이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다.
주요 작품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1892년경)
일상의 한순간을 따뜻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두 소녀가 나란히 앉아 악보에 집중하는 모습은 부드러운 색채와 은은한 빛 속에서 고요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평범한 가정의 평온함과 친밀함을 아름답게 담아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폴 세잔의 '세잔 부인의 초상’(1885~1895년)
절제된 색채와 단단한 형태감으로 인물을 구조적으로 바라본 세잔의 시선이 담겨 있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담담한 표정은 세잔 특유의 분석적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겹겹이 쌓아 올린 붓질 속에서 인물과 화면 전체가 조용한 질서를 이루는 듯하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복숭아’(1881년)
부드러운 색채와 자연스러운 빛 표현으로 일상의 정물을 우아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과일 표면에 스며든 따뜻한 색감은 르누아르 특유의 감각적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단순한 정물임에도 화면 전체가 부드러운 공기와 빛으로 감싸여 조용한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폴 세잔의 ‘사과와 비스킷’(1880년경)
세잔 정물화의 대표적 구도 실험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사과의 둥근 형태와 접시의 기울기, 테이블 선의 미묘한 어긋남을 통해 그는 단순한 사물 배치를 넘어 ‘보는 방식’을 탐구했다. 안정감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화면 구성은 세잔이 왜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지 보여준다.

오랑주리 미술관 내부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개조해 1986년 개관한 국립 미술관으로, 인상주의와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방대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원래 오렌지나무를 보관하던 온실을 개조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특히 타원형 전시실에 설치된 끌로드 모네의 ‘수련’연작은 자연의 빛과 색의 변화를 파노라마처럼 담아내 공간 속 몰입을 유도한다.
전시 정보기간 2026년 1월 25일(일)까지, 10:00~19:00(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관람 요금 1만 2000~2만 2000원(만 65세 이상 1만 2000원)
도슨트 화~금요일 13시, 15시(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