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 ‘피지컬 AI 시대, 의료 혁신 방안’ 보고서로 본 고령사회 의료의 한계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향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12월 발간한 연구보고서 ‘피지컬 AI 시대, 의료 혁신 방안’은 고령 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확산, 의료 인력 부족이 맞물리며 기존 의료 체계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고령자의 만성질환 유병률과 간병비 부담이 빠르게 늘면서, ‘병원 중심 의료’만으로는 초고령사회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해당한다. 고령자의 84%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만성질환 관련 진료비는 2023년기준 90조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의 84.5%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간병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간병 파산’이라는 표현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료 접근성 문제는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한 곳도 없는 지자체가 58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의료 자원의 불균형은 ‘원정 진료’로 이어져, 2023년 한 해 서울 지역 의료기관을 찾은 타 지역 환자가 633만 명을 넘었고 이는 서울에서 진료 받은 환자의 41.7%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고서는 ‘피지컬 AI(물리적 형태를 가진 로봇·센서·의료기기가 실제 물리적 행동까지 수행하는 인공지능)’를 언급한다. 이는 AI가 진단 보조에 그치지 않고 간호·재활·돌봄·관리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한 영역에서 역할을 나누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피지컬 AI를 ‘물리적 형태를 가진 시스템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AI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와 직접 맞닿는 대목은 ‘재택·지역 기반 의료 모델’이다. 보고서는 독거노인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홈 헬스 키트 △방문 간호 △응급 버튼과 낙상 센서 △자동 건강 모니터링등을 결합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살피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구조가 초고령사회 의료 부담을 완화하는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기술이 대단하다’가 아니라 ‘누가, 어디서, 어떤 부담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초고령사회에서 의료 기술은 병원 건물 안에만 있지 않다. 원정 병원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가족이 감당하는 간병의 공백이 생활을 흔든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과 지역’에서의 모니터링과 대응, 그리고 중앙 허브(대형병원 등)–지역 거점(보건소 등)–환자 가정을 잇는 3단계 구조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