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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보는 것에서 돌봄이 시작됩니다”

입력 2025-07-14 08:00

[인터뷰] 김동선 PCC실천네트워크 대표

▲김동선 PCC실천네트워크 대표.(이준호 기자)
▲김동선 PCC실천네트워크 대표.(이준호 기자)

“좋은 돌봄이란 결국, 돌봄의 대상이 되는 그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김동선 PCC(사람중심케어) 실천네트워크 대표는 오랜 시간 돌봄 현장을 연구해 온 학자이자 실천가다. 그의 말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다. 장기요양 제도가 탄생하기도 전인 2001년, 일본 시골 마을에서 노인 돌봄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느낀 강렬한 인상은 지금도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처음엔 어르신들을 잘 대해주나 보다 정도로만 느꼈어요. 나중에서야 알았죠. 사람을 중심에 두는 돌봄이 실천되고 있는 곳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그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중심케어는 "좋은 돌봄, 존엄케어, 인권중심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실천의 뿌리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뿌리를 실천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의 모임이 바로 '사람중심케어 실천네트워크'다.

기자에서 돌봄 연구자로, 사람중심에 눈뜨다

김 대표의 첫 직업은 기자였다. 서울신문을 거쳐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던 그는 2001년, 일본 국제교류기금(저팬 파운데이션)의 지원으로 대한해협을 건너 ‘개호보험’을 연구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노인 친화적 마을은 그에게 ‘사회 전체가 노인을 환대하는 구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경험은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이라는 책으로 엮여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EBS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다. 이후 그는 기자직을 내려놓고 돌봄과 노후 준비, 장기요양 제도 등에 대한 연구와 저술에 매진했다.

2018년에는 PCC(Person Centered Care, 사람중심케어)의 발상지인 영국 브래포드대학교를 직접 찾아가, 창시자인 톰 킷우드의 철학과 그의 책 ‘디멘시아 리컨시더드’를 더 깊이 연구하게 된다.

김 대표는 “왜 어떤 요양시설은 사람 냄새가 나고, 어떤 곳은 병원 같기만 한가.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만난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김동선 PCC실천네트워크 대표.(이준호 기자)
▲김동선 PCC실천네트워크 대표.(이준호 기자)

‘좋은 의도를 가진 현장’이 철학을 만날 때

사람중심케어는 치매를 단순히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노인이라도 ‘사람’으로서 대우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들의 감정과 선택, 삶의 이야기를 존중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우리는 너무 의료 중심이에요. 진단과 약물에 갇혀 있죠. 하지만 사람중심케어는 그 사람의 잔존 역량을 존중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다운 삶’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톰 킷우드가 제시한 사람중심케어는 단순한 개념이 아닌, 5가지 핵심 가치로 구체화된다. 그것은 △애착, △편안함, △포함, △정체성, △주체성이다. 김 대표는 이 다섯 가지 요소를 "사람다움을 지키는 돌봄의 기준"이라 부른다.

사람중심케어 실천네트워크는 2020년 온라인 세미나를 시작으로 만들어졌다. 행정 중심의 요양제도 속에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물음을 품은 현장 실무자들을 모은 것이다. 세미나는 매월 열렸고, 점차 회원이 늘어나면서 교육과정이 만들어졌다.

그 핵심이 ‘노인돌봄생활코디네이터’ 민간자격 과정이다. 지난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5개월간 온라인 강의, 과제, 현장 견학, 워크숍, 역할극 등을 포함한 교육과정으로 진행된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철학을 실천하는 ‘몸에 밴 돌봄’으로 전환을 꾀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수강생 중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시설장까지 다양한 직종이 있습니다. 현장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교육의 힘을 금방 이해해요. 역할극을 통해 휠체어에 앉아보면 눈높이가 달라지고, 어르신의 감정이 체감되죠.”

규제와 서류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김 대표는 우리나라 장기요양 시스템의 문제점으로 ‘서류 중심 평가 체계’를 꼽는다. “현장에서는 돌봄보다 서류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어르신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행정 평가를 위한 시스템인 셈이죠.”

사람중심케어 실천네트워크는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문가 초청 세미나, 교육 콘텐츠 개발, 견학 네트워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 나아가 사람중심케어에 기반한 ‘인증 체계’ 도입도 구상 중이다.

“그 시설이 정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운영되는 곳인지, 객관적 기준을 만들 수 있다면 보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시설에 대한 또 다른 규제나 차별로 작용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려 합니다.”

김동선 대표는 현재도 연구와 실천을 병행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치매노인 커뮤니케이션 연구, 소셜 로봇 비교 연구, 돌봄기술과의 융합 등, 돌봄의 미래를 향한 고민도 깊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치매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사회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들에게도 감정이 있고, 욕구가 있고,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도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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