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기업과 인재 위한 시니어 시장의 미래 되고파

입력 2025-07-07 08:00

정동호 시니어퓨처 대표

▲정동호 시니어퓨처 대표(이준호 기자)
▲정동호 시니어퓨처 대표(이준호 기자)

2023년 가을 어느 날. 서울대 캠퍼스 곳곳에 흥미로운 포스터가 붙었다. ‘시니어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학우들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급하게 작성해 A4 용지에 출력한 포스터가 학생들의 주목을 받을 리 만무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작성자는 기죽지 않았다. 온라인에선 ‘종교단체 포교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에서 젊은 인재들의 화수분이라는 평가를 받는 학술 모임, ‘시니어퓨처’의 정동호(29) 대표 이야기다.


“정말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도 했죠. 그러다 시각디자인과 학생 한 명이 지원했어요. 함께 공부해보고 싶다고. 그렇게 시작했죠. 둘만 만나면 어색하니까 친구 한 명 불러 세 명이서.(웃음)”

모임의 창립 동기는 단순하다. 말 그대로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정 대표의 목표는 꿈을 가진 여느 경영학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해서 노력의 결실을 맺는 것.

이미 졸업 전 그는 ‘명품인연’이라는 서비스로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 도전한 적이 있다. 데이팅 앱보다는 진지하고, 결혼정보회사보다는 가벼운 중장년 대상의 맞춤형 만남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사업이다 보니 모든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조직의 구성이나 운영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팀을 계속 개편했고, 전략 수립도 어려웠죠. 가입자 수는 어렵지 않게 늘릴 수 있었지만, 이를 매출과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더라고요. 남성 이용자가 적은 부분도 해결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명품인연은 잠시 멈춘 상태이지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분명히 시장의 존재도 확인했고, 발전 가능성이 많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필요에 의해 시작한 스터디 모임

첫 번째 도전이 덜컹거리자 그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시니어 비즈니스는 기존 시장과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러나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았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금 시니어퓨처의 전신 ‘시니어 이슈 스터디’를 시작했다.

그가 모임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매달 새 기수마다 2배 이상의 회원을 모집해내겠다는 약속이다. 이 ‘호언장담’은 간신히 모집한 회원들이 빠져나갈까 봐 내뱉은 ‘허풍’에 가까웠지만, 약속은 지켜졌다. 3명이던 회원은 7명으로, 이어 14명, 30명, 60명으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회원 구성도 서울대 학생 중심에서 졸업생, 타교 학생, 관련 업계 직장인, 창업 준비자 등 다양해졌다. 가입 희망자가 많아서 심사도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순수한 학술적 목적의 학생 중심 단체라 할지라도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더욱이 빠른 확장은 성장통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성장 속도에 비해 준비가 부족했죠. 창업 동아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 동아리처럼 기수제를 기반으로 운영했는데, 모임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부작용도 많아 장기적으로 현재의 구조가 맞는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열정을 가진 회원도 많지만, 정보만 빼가려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또 회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정동호 시니어퓨처 대표(이준호 기자)
▲정동호 시니어퓨처 대표(이준호 기자)

시니어퓨처의 미래는 ‘느슨한 연대’

그가 꿈꾸는 시니어 퓨처의 미래 핵심 키워드는 ‘느슨한 연대’다. 여기에 최근 시니어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는 독서 모임 ‘트레바리’는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다.

“시니어 비즈니스에 진심인 사람들을 모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기존보다 장벽을 조금 더 낮춰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단순히 ‘공부’나 ‘네트워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취업이나 창업 등 회원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죠. 공모전처럼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들고,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정동호 대표는 이런 포부를 이전부터 조금씩 실행해왔다. 주말마다 진행되는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시니어 비즈니스 분야의 숙제를 회원들과 함께 고민했고, 그 성과가 휘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분야도 다양하다.

“그동안 회원들이 700여 건의 연구를 진행했고, 보고서로 남은 경우도 있어요. 이 가운데 일부는 기관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이어졌어요. 노인복지관 이용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선 같은 행정적인 부분부터, 기업의 요청으로 시니어 대상의 서비스 마케팅이나 UI·UX 개발 분야의 협력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시니어 퓨처는 단순한 모임의 형태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러한 협력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을 개선해서 시니어 퓨처의 매출, 회원들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장의 핵심 채널로 성장하길

정동호 대표는 아직 경험은 부족할 수 있어도,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 관한 고민은 누구보다 깊은 인물이다. 시니어퓨처 창립 이후 매주 이 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해왔다. 업계에서 그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그가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시니어 시장은 분명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분야입니다. 외부에서는 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솔루션이 부족해 제품 홍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한 부의 상당 부분이 시니어 세대에 집중돼 있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 구매력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현실적인 장애 요인입니다. 더불어 일부 제품군에서는 사용자인 노인과 구매자인 자녀가 분리되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B2C보다 B2B 구조를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마케팅 페르소나(가상의 고객상)’를 세울 때 더 다양하게 세분화해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대표가 지적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부족한 ‘도전자’와 이들의 성장을 돕는 지원책의 부재다.

“시니어 비즈니스에 도전하려는 사람이나 기업이 너무 적습니다. ‘혁신의 숲’이라는 스타트업 플랫폼에서 시니어 분야로 검색하면 80여 개의 기업이 나와요. 작년과 다름없는 숫자입니다. ‘시니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선입견과 전혀 다른 결과죠. 사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이 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아요. 창업 관련 모임에서 살펴보면 전체 참가자 중 70% 정도는 시니어 관련 아이템을 들고 고민해요.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창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시장이 너무 어려워서예요. 잘 되는 성공 기업도 많지 않아 벤치마킹도 쉽지 않고, 사회보험 제도, 돌봄 정책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행정적 구조를 이해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 더 쉬운 길이나 아이템을 찾아 포기하게 되죠.”

정 대표의 이러한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 실제 창업자, 도전자로서 싸워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현장의 많은 기업인이 토로하는 고충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래서 그는 ‘시니어퓨처’가 많은 도전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성공에 이르도록 도울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

“시니어퓨처가 도전자들이 시니어 비즈니스 진입을 위해 꼭 지나야 하는 채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고민하는 기업과 젊은 인재들이 만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하고 싶어요. 앞으로 시니어퓨처가 시니어 비즈니스 분야 발전의 핵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뉴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뉴스

  • 맞춤형 강좌로 ‘배움의 피서’
  • 도전과 취향, 시니어 사로잡은 원데이 클래스
  • 고령자 심장 위협하는 뜨거운 여름, 온열질환 예방법
  • 가난한 이에게 더 가혹한 여름

브라보 추천뉴스

브라보 테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