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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이 말하는 부모로서의 권한과 권리 제한은?

기사입력 2024-11-29 09:09

[법률 가이드] ‘부모 노릇’ 없었다면 상속권 상실할 수도

보통 부모와 자녀의 관계만큼 근원적이고 당연한 관계는 없다고 여긴다. 이러한 관계는 기본적으로 법으로 규정하거나 설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사회 인식이 변화하면서 제도가 친자관계를 규정짓고 개입하려는 영역이 늘어나게 됐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친권의 의미

부모의 자녀에 대한 권리와 의무, 즉 친권에 관한 우리 민법의 대표적인 규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민법]

제913조(보호, 교양의 권리의무)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

제914조(거소지정권) 자는 친권자의 지정한 장소에 거주하여야 한다.

제916조(자의 특유재산과 그 관리) 자가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하고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이를 관리한다.

920조(자의 재산에 관한 친권자의 대리권)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는 자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그 자를 대리한다. 그러나 그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할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친권자인 부모는 자녀가 거주할 장소를 지정하고, 자녀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징계권이 민법에 규정되어 있기도 했다. 친권에 따르는 사람은 미성년인 자녀다. 따라서 성년인 자녀는 친권에 따르지 않고, 미성년자라도 혼인을 하면 역시 친권에 따르지 않는다.

부모의 친권 행사는 대부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겠지만, 모든 사회현상이 그렇듯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자녀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가진 부모가 친권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우리 민법은 친권에 ‘의무’라는 요소가 있음을 분명히 규정했다.(민법 제913조)

우리 대법원 역시 친권은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과 감호 및 재산관리를 적절히 함으로써 그의 복리를 확보하기 위한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시했다. 친권이 부적절하게 행사됐거나, 된 경우 그 친권은 여러 모습으로 제한을 받게 된다.


부모의 대리권 제한

부모는 자녀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고, 그에 관한 법률행위를 대리한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별개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 공정한 친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겠지만, 친권을 따르는 자녀들 사이에 이해가 대립하는 경우에도 부모의 공정한 역할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관여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민법은 이러한 경우, 자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친권자의 법정대리권을 제한하고 친권자가 가정법원에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자녀 소유의 부동산을 부모에게 매도하거나 증여하도록 자녀의 법률행위를 대리하는 것은 이해상반 행위로 허용되지 않는다. 판례가 이해상반으로 인정한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친권자가 자기의 채무에 관해 자녀를 대리하여 채무 인수계약을 한 행위

· 친권자가 자기의 채무에 관해 자녀를 연대 채무자로 한 행위

· 친권자가 자녀를 대리해 자녀의 채권을 포기하고 채무자의 친권자에 대한 채권을 면제시킨 행위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할 때는 친권자가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민법 제921조)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를 특별대리인에 의하지 않고 친권자가 스스로 대리한 경우에는 무권대리 행위로 무효다.


부모의 대리권, 재산관리권 상실

자녀 재산과 관련된 부모의 대리권, 관리권을 아예 상실시킬 수 있는 제도도 있다. 친권자가 부적당한 관리로 인해 자녀의 재산을 위태롭게 한 경우에는 자녀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친권자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 상실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925조)

친권자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자녀의 재산을 소비하거나, 자녀의 재산으로 투기를 하는 경우 등이 그 예다. 적극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 소극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녀의 재산을 멸실 또는 감소시켰거나 그러한 위험이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

이 제도는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친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산관리에 대해서만 상실시킴으로써 친권자와 자녀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즉 대리권, 재산관리권 상실 심판의 확정으로 친권자는 법률행위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상실하지만, 자녀의 신분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친권자의 신분을 유지하므로 여전히 자녀를 보호·교양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어도비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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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의 상실, 일시 정지 및 일부 제한

친자관계는 자연적인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성립하고, 친권은 천부적 자연권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친권은 부모 스스로 포기하거나 영구적으로 박탈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 법은 일정한 경우에는 친권을 일시 정지하거나 일부를 제한할 수 있고, 급기야 상실시킬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가정법원은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자녀, 자녀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해 그 친권의 상실 또는 일시 정지를 선고할 수 있다.(민법 제924조) 신체적·정신적 학대,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 거부, 자녀의 취학 거부, 자녀를 범죄나 성매매 등으로 유도하는 행위, 자녀의 재산을 친권자의 이익만을 위해 처분하는 행위 등이 이러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 대법원은 자녀의 재산 처분 행위를 친권상실 사유로 보는 데 엄격하다. 결국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해야 하므로, 친권상실이 결과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되는지도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모를 대신할 만한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잘 구비되어 있는지도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대법원 1993. 3. 4. 자 93스3 결정]

설사 친권자에게 간통 등 어떠한 비행이 있어 그것이 자녀들의 정서나 교육 등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친권의 대상인 자녀의 나이나 건강상태를 비롯해 관계인들이 처해 있는 여러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비행을 저지른 친권자를 대신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친권을 행사하거나 후견을 하게 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보다 낫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섣불리 친권상실을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법뿐만 아니라 아동복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특별법에서도 친권상실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검사는 아동의 친권자가 그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그 밖에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것을 발견한 경우 아동의 복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법원에 친권 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의 선고를 청구해야 한다.(아동복지법 제18조) 또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는 그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 아동·청소년의 친권자나 후견인인 경우에 법원에 민법 제924조의 친권상실 선고 또는 같은 법 제940조의 후견인 변경 결정을 청구해야 한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3조)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때 또는 상습적으로 아동학대를 한 경우, 검사는 그 사건의 아동학대 행위자가 피해 아동의 친권자라면 법원에 친권상실의 선고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


부모의 상속권 상실

부모는 자녀 사망 시 2순위 상속인이다.(민법 제100조 제1항 제2호) 그러나 부모가 고의로 자녀(그 배우자, 직계존속 포함)를 살해하거나 혹은 살해하려 했거나,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였거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한 경우에는 상속에서 배제된다.(민법 제1004조) 상속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상속 자격을 상실하여 상속인이 되지 못하고, 이러한 결격의 효과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며 법원의 재판이 필요하지 않다.

그외 사정,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지 않았다고 상속 결격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연예인의 사망, 각종 재난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에서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재산상속을 주장하여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경우 자녀를 방기한 부모의 상속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에 민법은 최근 상속권 상실 제도를 도입했다.

피상속인(자녀, 손자녀 등)은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이 다음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

·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이러한 피상속인의 유언이 있는 경우, 유언 집행자는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한다.

피상속인의 유언이 없었던 경우라면, 공동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위 사유에 해당한다면 그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및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1항, 제3항, 제4항의 규정에 따른 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상속권 상실의 선고가 확정된 경우 그 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한다. 다만 이로써 해당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 개정 민법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나,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도 확대 적용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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