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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쉽지 않은 입양… 가족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법적 문턱은?

기사입력 2024-10-28 08:03

[법률 가이드] 감호・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갖춰야

가족을 이루는 방법은 혈연관계가 대표적이지만, 입양 역시 가족이 되는 하나의 방법이다. 친자관계는 혈연이 있는 친자관계와, 혈연은 없지만 입양과 같이 법률에 따라 인정되는 친자관계로 구분된다. 9월호에서는 혈연이 있는 친자관계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번 호에서는 입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법정 친자관계(입양) 성립 기준

입양은 출생과 무관하게 법률에 정한 절차를 따라서 원래 부모와 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래 입양은 가계 계승을 위한 제도로 기능해왔으나, 최근에는 자녀를 위한 입양으로서 양자가 될 사람의 복리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그 이념이 변화돼 왔다.

입양이 법률상 유효하려면 여러 요건이 필요하다. 단지 각별하게 지내면서 마음으로 친아버지, 친어머니, 친아들, 친딸처럼 생각하며 교류해 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컨대 드라마 ‘일타스캔들’처럼 이모(전도연 분)와 조카(노윤서 분)가 서로를 엄마와 딸이라고 부르면서 같이 살고 있더라도 그 자체로 양모, 양녀가 될 수는 없다. 양부모와 양자가 될 당사자 사이에 입양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 양자가 될 사람의 법정대리인의 동의나 승낙이 있어야 하는 것, 양부모가 성년자여야 하고,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공동으로 입양해야 하는 것, 미성년자 입양에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 존속이나 연장자를 입양할 수 없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입양 요건이다.

법적인 신분관계가 창설됨에 따라 상속・부양 등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가 직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법적 친자관계 설정을 위해 여러 요건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친자 아닌데 허위 출생신고 시

친생자가 아닌 아이를 친생자인 것처럼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친생자로 허위 출생신고를 한 것은 입양하려는 의사였다고 보아 유효하게 입양이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이때 입양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민법에서 정한 입양 무효 사유가 없어야 함은 물론이고 ‘감호・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 관계’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양부모와 양자로 삼겠다고 서로 약속했더라도, 실제 그러한 생활 관계가 전혀 없다면 입양의 효력이 없다.

한편 친생자 출생신고가 이루어질 당시에는 입양 의사가 없었더라도, 그 이후 동거나 감호·양육 등으로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을 갖추었다면 무효인 친생자 출생신고는 소급하여 입양 신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 결국 부모-자녀라는 신분관계를 법적으로 창설하기 위해서는 그 명칭에 걸맞은 실질이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사례 1]

남편은 아내가 있음에도 혼외자를 낳고 아내 몰래 혼외자를 자신의 자녀로 호적에 등재하면서, 혼외자의 생모를 혼외자의 어머니(母)로 기재했다. 이 사실을 안 아내가 남편과 다투었다가 화해하면서 생모와 혼외자를 상대로 친생자 관련 재판을 청구했다. 아내는 그 사건에서 ‘혼외자가 자신의 친생자’라고 진술하고 생모 역시 이를 다투지 않아 ‘생모와 혼외자 사이에는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법원 심판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 후 아내는 혼외자의 호적에 기재된 어머니 성명을 혼외자의 생모에서 자신으로 고치는 내용의 호적정정 신청까지 마쳤다. 한편 혼외자는 생모가 양육했고, 아내는 혼외자를 양육하지 않았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혼외자가 생모에 의해 양육되었고, 아내와 혼외자 사이에는 감호나 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 사실이 수반되지 않았으므로 호적정정 신고는 입양의 실질을 갖추지 못했고, 따라서 그 호적정정 신고는 입양 신고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사례 2]

생모가 어느 부부에게 자녀를 맡겼으며, 양아버지는 자녀를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들 부부는 자녀를 함께 양육하다가 5년 후 이혼했고, 이혼 후 양아버지가 자녀를 혼자 양육했다. 양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자녀는 양어머니와 더 이상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녀의 바람에 따라 양아버지의 어머니(자녀의 할머니)가 자녀를 양어머니에게 데려다주었고, 양어머니와 자녀는 재회 이후 15년 동안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왕래했다. 구체적으로 자녀는 양어머니에게 자신의 출산 소식을 알리고 양어머니를 돌잔치에 초대하는 등 왕래를 계속했다.


이 사안에서 2심은 양어머니와 자녀의 양친자로서의 생활 관계가 중간에 단절되었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그러한 단절은 양아버지와 양어머니의 이혼이라는 외부 상황의 변화에 기인한 것일 뿐 자녀가 양어머니와의 관계를 절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자신의 의사로 왕래를 재개했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양어머니와 자녀 사이에는 입양 의사의 합치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했다. 감호・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 관계라는 것은 결국 부모와 자식 사이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징표이고, 부모와 자식으로서의 생활 관계가 현실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마련인 점까지 감안하면, 위 대법원 판결은 입양 관계, 부모-자녀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좀 더 고려한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도비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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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부부 자녀, 재혼 배우자의 양육

예전에 비해 이혼과 재혼이 많아지면서 이혼한 부부 사이의 자녀를 이혼한 부모 중 일방과 재혼한 새 배우자가 양육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새 배우자가 그 자녀를 양육한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새 배우자와 해당 자녀 사이에 입양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법적으로는 단지 배우자의 자녀일 뿐이다) 그러하기에 재혼한 배우자가 자신이 양육하는 전 배우자의 자녀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때 해당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친생부모(이혼하면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와 해당 자녀의 관계는 현실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친생부모 일방이 자녀와 지속적으로 원만하게 교류하면서 여전히 정서적 유대관계를 가지는 경우부터, 아예 사실상 연을 끊고 사는 경우까지. 전자와 후자는 여러모로 다른 상황임이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 민법은 이혼한 부모 일방이 입양에 대한 동의권을 가지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한 부모로서 자녀를 현재 양육하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부모의 동의가 없다면 입양을 유효하게 할 수 없다. 다만 이때에도 예외가 있다. 부모가 친권상실을 선고받았거나 소재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는 동의가 필요하지 않고, 나아가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학대나 유기, 그밖에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 등에는 부모가 동의를 거부하더라도 법원이 부모를 심문한 다음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

친족 간 입양도 가능할까?

친족 간 입양은 사회적으로 어느 범위에서 허용될 수 있을까.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사안으로, 외조부모가 미성년인 외손자를 아들로 입양할 수 있는지에 관한 사건이 있었다.


[사례 3]

외손자의 친생모(1996년생)는 친생부와의 사이에 사건 본인을 임신했고, 2014년 10월경 혼인신고 후 사건 본인을 낳았다. 사건 본인이 생후 7개월 되었을 무렵 친생모는 사건 본인을 자신의 부모 집에 두고 갔고, 그때부터 외조부모가 외손자를 양육해 왔다. 친생모와 친생부는 그 후 협의이혼을 했다. 외조부모는 외손자가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자신들을 부모로 알고 성장했으며, 친척들도 외조부모를 외손자의 부모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친생부모는 외조부모의 입양에 동의했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민법 규정상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은 점, 이러한 형태의 입양이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되지 않는 점(가족 질서 관념이 엄격한 조선시대에도 외손자를 입양하거나 손자 항렬의 혈족을 입양했다고 한다), 비교법적으로도 현대적인 입양 법제를 갖춘 미국이나 독일에서 조부모 등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는 점, 입양이 손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는 점 등을 들어, 그러한 청구를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 입양 의사와 목적, 친생부모의 입양 동의, 입양되는 자녀의 의견, 양육 상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스러운 사항을 비교하여 개별적으로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어도비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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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사회 관념의 변화

가족에 대한 인식과 관념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다. 사회적인 인식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관계는 지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제도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가문의 일원이라거나 가계의 계승, 효의 관념 등을 좀 더 중시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개별 가족 구성원의 행복과 복리 등의 가치가 더 중시되고 있다.(현행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가족관계의 관념이나 형태는 시나브로 변화했고, 또 앞으로도 변화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러한 변화의 근저에 가족 간의 사랑과 이해라는 가치가 한결같이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도 불변의 가치를 조화롭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족관계에 관련된 여러 법률과 판결 등이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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