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있을 만큼 떡볶이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다. 궁중의 격식 있는 명절 요리에서 서민의 음식이 되기까지 변화의 뼈대에는 서민의 삶과 문화가 함께했다. 대한민국과 더불어 산전수전을 겪으며 변화하고, 더 나아가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K떡볶이. 떡볶이의 역사와 함께한 시니어들의 추억을 따라 K떡볶이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2000년대 중반부터 떡볶이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돼 지금은 수많은 떡볶이 가게가 존재한다. 바야흐로 떡볶이 전성시대다. 한 음식 메뉴가 프랜차이즈화하며 크게 확장됐다는 사실은 시장성과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평가됐음을 의미한다.
2010년대 초반 등장한 배달 서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배달 앱에서 상위 메뉴에 항상 떡볶이가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떡볶이 수요는 2020년에 2019년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변화 덕에 골목 안쪽에 속속 숨어있던 떡볶이 가게들이 이제는 대로변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작은 동네에 있는 영세 가게에서 거대한 비즈니스로 성장한 셈이다.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요즘 떡볶이’
떡볶이가 간식에서 요리로 거듭나고 있다. 고추장뿐 아니라 크림과 로제, 마라 같은 다양한 소스로 맛을 내고, 풍성한 재료와 식감을 살려주는 사이드 메뉴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로제 열풍’이 불면서 떡볶이 프랜차이즈들이 앞다퉈 로제 떡볶이를 출시했다.
로제소스는 토마토소스에 크림을 섞은 것으로, 분홍빛을 띠고 있어 프랑스어로 '핑크빛'을 뜻하는 ‘로제(Rose)’라는 이름이 붙었다.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 두 가지 맛이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로제 소스에 토마토 대신 고추장을 넣는다.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국식 로제’인 셈이다. 로제 떡볶이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까지 사로잡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로제 떡볶이에서 시작된 로제 열풍은 로제 찜닭, 로제 닭발, 로제 돈가스처럼 다양한 파생 메뉴를 탄생시켰고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SNS(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서는 로제 시리즈 ‘먹방(먹는 방송)’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떡볶이로 시작한 ‘K로제’, 인기 비결은?
로제의 유행은 지난 1~2년간 식품업계를 휩쓴 중국식 매운맛 ‘마라(麻辣)’의 연장선에 있다. 맵고 짠 맛에 익숙해진 요즘 세대는 더 자극적인 맛을 찾고 있다. 하지만 마라 맛은 호불호가 갈린다. 특유의 이국적인 향 때문에 아예 못 먹는 사람도 있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는 “한국식 로제 소스의 기본 바탕은 고추장이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한국식 로제는 비교적 호불호가 적다. 크림의 유지방이 고추장·고춧가루의 매운맛을 완화해 주지만 그렇다고 너무 느끼하지도 않아서다. 하얀 크림소스보다는 한국인의 대중적인 입맛에 더 잘 맞는다.
53세 A 씨는 “딸이 요즘 유행하는 떡볶이라며 하도 같이 먹자고 해서 먹어봤다. 화사한 장밋빛이라 일단 눈이 즐거웠다. 고추장의 매콤한 맛에 우유와 생크림의 고소함이 더해져 살짝 달콤한 맛도 느껴졌다. 마치 서양 요리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 중 하나다. 떡볶이처럼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한식에 사용할 수 있다. SNS에서는 농심 신라면을 활용한 ‘로제 신라면 레시피’가 화제다. 신라면에 우유나 생크림, 고추장을 살짝 넣어서 끓이는 조리법이다. 일반 가정 집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한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떡볶이를 시작으로 유행한 로제 소스는 여러 음식에 활용되며 세대를 뛰어넘고 있다. 떡볶이가 새로운 음식 유행마저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떡볶이가 국민 음식을 넘어 최근 한류 인기를 타고 세계적인 음식으로도 발돋움하고 있다. 더 다양한 맛과 식감으로 해외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