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아이가 잘못했을 때 매를 들지 않는 훈육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어왔다. 잠깐 당황했다. 오늘의 시니어 세대는 체벌을 당하면서 성장 시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벌은 신체적 고통이 있는 체벌이 가장 간편하고 확실하다고 믿어왔다. 부모의 기분에 따라 체벌의 종류나 강도가 들쭉날쭉하기보다는 “거짓말하면 손바닥 몇 대를 맞는다”라고 정해놓은 집이 민주화된 좋은 집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훈육 체벌은 당연했다.
“내 새끼 내가 때리는데 무슨 참견이야!” 하는 부모의 ‘자녀징계권이’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었고 법률적으로도 보호받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유지된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왔다. 그만큼 부모라는 지위는 아이에게는 거의 절대적 존재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아야 한다. 매에 저항할 수 없는 성장기에 아이들이 매를 맞게 되면 아픔의 공포가 트라우마로 남는다. 매 맞는 아이는 기가 죽어 어깨가 축 처져 있다. 혹시 대답을 잘못하면 손찌검이 날아올까봐 발표력이 저하되고 눈치를 보게 되고 말을 더듬는다.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면 육체적인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매 맞으며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면 또 매를 들게 된다. 즉 매의 대물림이 지속된다.
문제는 아동학대가 주로 부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전체 피해 건수 중 75.6%(2만2700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대 행위가 발생한 장소 역시 피해 아동의 거주지가 79.5%(2만3883건)로 가장 많았다.
과거 대가족 시대는 부모의 매를 감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었고 동네 어른들도 감시하고 참견도 했다. 현대의 핵가족 시대는 부모로부터 매 맞는 아이를 보호해줄 아무런 방패막이가 없다. 통계에서도 아동학대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2014년 1만27건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3만45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 2만2367건으로 첫 2만 건을 기록한 지 2년 만에 3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가정 내 체벌에 익숙해져 있던 세대의 부모가 체벌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러 단체들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력으로 부모의 ‘자녀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늦어도 내년 초부터 자녀 체벌이 원칙적으로 금지될 예정이라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아동학대 예방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이 확실하지만 매를 들지 않는 자녀 훈육 방법에 대한 부모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체벌 없이도 아이들이 자기통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훈육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구체적 사례집이 빨리 발간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