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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인생

기사입력 2020-08-10 09:11

오랜만에 꽃기타 모임에 나갔다. 꽃기타란 꽃피는 기타의 줄임말이다. 중년 이후를 즐겁게 보내자는 의미로 결성된 모임인데 구성원 중 기타를 잘 치는 분이 거의 무보수로 가르쳐준다. 처음엔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기타를 배우는 게 어렸을 때 꿈이라 참여했는데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열 명 넘는 인원이 기타를 치려면 꽤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방음이 잘되는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공간을 이용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확산되고 캠퍼스 문이 닫히면서 우리는 기타를 메고 만나는 일이 없어졌다. 가끔 번개처럼 일정을 잡아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지냈다.

살아온 시간들이 있어 이야기는 늘 풍부하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연명치료 같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 "우리 꽃피는 만물상 어때요?" 하면 모두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한다. 별로 웃기지도 않은데 왁자지껄 깔깔대는 나이. 확실히 중년을 지나는 중이다.

오늘은 인문학 특강을 듣기로 했다. 이 역시 지난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다. 기타가 없어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모였다고 할까? 강사는 서평가로 나를 포함한 몇은 서로 아는 사이다. 애초에 편한 내용으로 부탁을 해서인지 두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흘렀다. 우리를 위한 맞춤 특강이었다. 65세는 청년이라는 말에 딱 그 기준에 걸리는 회원 한 분이 자신은 이제 겨우 청년이라며 엄청나게 즐거워했다.

사실 인문학은 그 특성상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강사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서평 잘 쓰는 법뿐 아니라 일상에서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나열하고 퀴즈를 푸는 시간을 군데군데 넣는 센스를 발휘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이따 봬요”가 있는데 회원 일곱 사람 중 세 사람이나 “이따 뵈요”로 잘못 사용하고 있었다. '봬요'가 맞는데 '뵈요'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선지 오히려 ‘봬요’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 한 분은 자신은 제대로 사용하는데 한 번씩 맞춤법 지적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요즘은 편하게 ‘뵈어요'라고 쓴다고 했다. 지혜로운 사람이다.

모임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지난번 꽃피는 만물상 운운하던 분이 툭 던지듯 말한다. "우리 오늘은 인문학과 함께한 꽃피는 인생 아니에요?" 다시 와르르 나이 든 사람들 특유의 걸걸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참 싱겁기도 하다.

아무렴 어떤가. 인문학이든 만물상이든 꽃피는 인생이니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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