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은퇴를 앞둔 50대 남성들의 고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들과 함께 사는 50대 여성들의 심경은 어떨까 취재해봤다.
직장밖에 모르던 남편이 은퇴하면 둘이서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을까? 현실은 거의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남편과 똑같이 자녀의 대학 등록금, 결혼자금 마련 등의 고민을 공유하는데 더해서 가사를 전담하다시피 하는 부인으로서 또 다른 걱정이 있다.
은퇴자 10명 중 4명이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발행 “머니in라이프” 52호). 당연히 가장 큰 걱정거리가 부모의 인지 저하나 치매다. 돌보는 일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특히 그런 부모를 돌보는 일의 대부분이 부인의 몫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노부모의 의료비 지출도 걱정거리다. 요즘엔 인지 저하나 치매를 앓으면 요양 시설로 모시는 풍속이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간병비 부담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노인 1인당 간병비는 월평균 180만 원(공동간병인 이용 75만 원)으로 나타났다. 수명 연장으로 시설 이용 기간도 늘고 있어 부담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하여 자녀들의 늦어진 취업과 결혼으로 자녀부양까지 떠맡는 샌드위치 처지인 셈이다.
국민연금 수령액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 된다. 통계청의 조사(2019년)에 따르면 55세에서 79세까지 사람들의 월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61만 원이다. 전업주부로 생활해온 여성은 국민연금에 대부분 가입하지 않아 남편의 연금에 의존함으로써 연금 수령액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신들의 노후생활비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녀와 노부모 부양책임까지 떠맡으니 주부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그렇다고 부모나 자녀들을 외면해버릴 수도 없고 은퇴한 남편을 창업이나 재취업 현장으로 내몰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자신들이 생업현장에 뛰어들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부족한 노후준비 상황부터 다시 찬찬히 점검해보고 차선책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노후 무대책’의 유산을 물려줄 수야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