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캠핑, 우리도 함께 가요] PART 01. 시니어 캠퍼 가이드
현대인 대부분은 도시에서 삽니다. 패스트푸드와 공장에서 찍어낸 음식이 가득하고, 매일 국적도 모르겠는 음료수를 마시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삶이 반복되는 그 도시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거대 도시는 스트레스 공장입니다. 이 스트레스를 떨쳐버리려고 산소 공장인 자연을 찾고 캠핑을 합니다.
캠핑(camping)이란 무엇일까요? 수많은 종류의 여가활동이 있지만 캠핑은 특별합니다. 반드시 ‘자연’을 찾아가야 하거든요. 스쳐 지나며 눈에 담기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 속으로 뛰어듭니다. 거기서 자연의 세심한 변화와 숨결,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교감합니다. 그러니까 캠핑은 자연 속에 온전히 함몰되는 아웃도어 활동인 거죠. 이보다 더 근사하게 자연을 누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단언컨대 캠핑은 자연을 만나는 가장 멋진 여행법입니다.
캠핑의 매력은 참 많습니다. 가족을 모이게 합니다. 넉넉하고 싱싱하고 맑고 평화로운 자연의 품속은 더 솔직하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자연은 그 어떤 환경보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묘한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별빛이 쏟아지는 눈부신 밤, 그윽한 달빛 아래 풀벌레 소리 정겨운 가을밤, ‘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는 밤, 빗방울 소리 감미로운 텐트 안에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술잔을 기울이노라면 어떤 철옹성도 무너지고 맙니다. 특급호텔이 주지 못하는, 자연이 가진 힘입니다.
진화하는 캠핑 문화
사실 자연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한데’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니 캠핑을 떠나려면 먼저 자연에 대해 이해하고 친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온갖 풀과 꽃과 나무, 그곳을 터전삼아 사는 곤충과 새, 날씨와 계절의 변화까지. 기본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캠핑은 먹고 자는 데 필요한 모든 짐을 챙겨야 해서 수많은 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또 장비 사용법을 익혀야 하죠. 장비구입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많은 짐을 이동시키기 위해선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 짐을 꾸려야 해서 수납의 압박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도 모든 세팅을 완료하기까지는 평균 한두 시간은 걸리고, 캠핑이 끝난 후 철수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캠핑을 마치고 돌아온 후 장비를 손질하고 다음에 사용하기 편하게 정비하는 데도 힘을 써야 하죠. 참 수고로운 일입니다. 그 수고와 불편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쉽고 편리하게 바뀐 캠핑 문화
그렇다고 부담스러워할 것도 아닙니다. 몇 해 전의 캠핑 열풍은 캠핑 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쉽고 편리하게 바꿔놓았거든요. 먼저 캠핑의 형태와 방식이 크게 발전·변화했습니다. 캠핑장 정보가 풍부해졌고, 열악한 시설의 캠핑장들이 도태되며 전체적인 캠핑 환경이 좋아졌습니다. 모든 시설을 갖추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캠핑카가 흔해졌고, 어떤 이들은 직접 캠핑카를 제작하거나 자신의 차량을 개조하기도 합니다. 차량의 지붕에 텐트를 올리거나 짐칸에 맞춤한 텐트를 설치해 숙박을 하는 ‘차박’도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 모든 시설이 갖춰진 곳에 먹을거리만 챙겨가서 캠핑을 즐기는 ‘글램핑’ 전문 캠핑장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캠핑이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게 가깝고 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장비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예전엔 텐트와 취사도구, 침낭이 장비의 모든 것이었죠. 요즘엔 캠퍼들이 캠핑을 하다가 필요성을 느껴 직접 개발한 수많은 장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모든 장비들은 더 가볍고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져 캠핑을 점점 쾌적하게 해주고, 수고도 덜어줍니다.
텐트 안에 서서 움직일 수 있는 대형 텐트인 리빙쉘에 커다란 타프를 설치하고, 그 속을 온갖 장비들로 가득 채워서 즐기는 캠핑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최소한의 장비를 준비해 떠나는 ‘미니멀 캠핑’을 즐깁니다. 여기에 맞춰 소형 승용차 트렁크에 모두 싣고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의 작고 튼튼한 텐트와 타프, 부피가 작고 가벼운 장비가 많이 출시되었습니다. 요즘은 편리함에 더해 감성 캠핑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좀 더 분위기 좋은 재료와 모양, 기능을 갖춘 장비가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예전엔 접근이 쉽지 않은 전문 분야에 속하던 캠핑 방법이 다양해지고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간단한 기본 지식만 익히면 푸른 언덕, 맑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별을 헤며, 소쩍새 소리에 취하는 하룻밤 한뎃잠을 즐길 수 있습니다.
노년, 캠핑을 즐기기에 최적
얼마 전에 본 백발의 부부 캠퍼를 잊을 수 없습니다. 함께 텐트를 세우고 장비를 펼친 후 장작을 피우고,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무척 다정스럽고 귀해 보였습니다. 평생 자녀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을 텐데, 이제는 까맣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진 나이가 되어 함께 오순도순 소꿉장난하듯 캠핑을 즐기시더군요. 젊은이들이 장비 자랑하며 하는 캠핑에서는 볼 수 없는 안정되고 편안하며, 아름다운 풍광이었습니다. 캠핑이 노년의 삶에 그리 잘 어울리는 것인 줄 그때 알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백세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80~90은 어르신의 기본 나이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60~70만 되면 철마다 관광버스를 타고 전국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획일적인 ‘효도관광’을 즐겼지만 그런 구태의연한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해외 유명 트레킹을 떠나고, 배낭을 꾸려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며,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가 하면 캠핑카로 전국을 유랑하는 시니어를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건강하고 즐거우니 무엇인들 못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