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손과 머리를 써야 하고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한다. 마술의 한 장면을 보여주려면 사전에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간단한 마술이라 해도 종이를 접고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이는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머플러를 말거나 로프로 여러 개의 매듭을 만들기도 한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학예회를 위해 소품을 준비하는 것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 공연에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연습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마술을 배우고 익힐 때는 집중을 하고 손을 사용하면서 뇌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렇게 익힌 마술을 사람들 앞에서 선을 보이고 즐거움을 주면 만족감도 얻는다. 설령 실수를 한다 해도 다음에 잘하겠다는 도전의식과 긍정적인 마음도 생긴다.
마술동호회 활동을 같이하는 멤버는 60대 초인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60대 중후반, 70대 중후반이다. 그중 제일 선배 되시는 분이 79세인데 69세 때 마술을 시작해서 올해로 10년이 된다고 한다. 내가 몇 달 전 마술을 배우기 시작할 때 “당신 나이쯤에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 당신은 지금 시작하길 잘했다. 늦지 않았다”면서 용기를 북돋워줬다. 이분은 팔십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러 행사에 초빙되어 약간의 출연료를 받으며 공연도 하고 예술봉사단에 소속되어 마술쇼 봉사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호회 후배들에게는 “마술을 재산으로 젊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좋다. 아무개 사장님으로 불렸던 때보다 단장님, 마술사님으로 불리며 나이 들어서도 사람들에게 대우받는 요즘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마술 연습 게을리하지 마라” 하고 조언하기도 한다.
마술의 기원은 약 5000년 전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마술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는 설도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마술이 오랜 옛날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마술에 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환술, 환술사라는 표현으로 실려 있다. 당시 모든 대중예술이 그러했듯 마술도 천시를 받기는 했지만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 것 같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가장 무서운 질병은 치매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책을 읽고 대화를 많이 나누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사람, 긍정적인 인지습관을 가진 사람은 치매가 늦게 온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4대 예방법, 즉 읽고, 쓰고, 말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손을 자주 사용하고 두뇌를 많이 쓰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마술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술은 카드나 동전, 풍선, 로프, 스카프 등 각종 도구를 다루고 신문이나 종이를 접거나 오리고 가위로 자르는 등 손도 많이 사용한다. 또 이 도구들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쓸 수밖에 없다. 마술처럼 손과 머리를 동시에 쓰게 하는 활동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어 좋고, 치매 예방 활동이 아니라 해도 마술은 자기만족감을 갖게 하고 가족, 지인들과 원만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손색이 없는 매개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