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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도원결의’, 사실일까?

기사입력 2017-07-25 14:25

우리가 재미있게 읽는 <삼국지(三國志)>는 사실상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라는 소설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중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소설 <삼국지>는 황건적 난에 만난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도원(桃園)에서 의형제로 결의를 하는 데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그리고 이들 세 명은 그야말로 천신만고를 겪으면서도 이 결의를 지켜낸다. 소설 후반부에서는, 오(吳)-촉(蜀) 동맹을 어기고 오나라가 형주를 지키던 관우를 공격해 죽이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자 장비는 연일 폭음을 하고 부하들을 두들겨 팼다. 급기야 장비까지 부하들에게 살해되고, 이에 대노(大怒)한 유비는 제갈공명의 만류를 뿌리치고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오나라를 공격한다. 하지만 이릉대전(夷陵大戰)에서 대패한 후 백마성(白馬城)에서 생애를 마감하면서 이들 세 사람의 의형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출발점인 ‘도원결의(桃園結義)’는 과연 사실일까? 역사적 사실을 알아보려면 먼저 삼국시대 역사서인 정사(正史) <삼국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정사 <삼국지>에는 도원결의가 나올까? 유감스럽게도 그런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먼저 촉서(蜀書) 관우전(關羽傳)을 보면, “선주(先主, 유비)는 관우, 장비와 잠을 잘 때도 같은 침대에서 자는 등 서로 아끼기를 형제와 같이 하였다. 관우, 장비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을 때는 선주 뒤에 시립해 하루 종일 있었으며, 선주를 따라 천하를 다니며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나온 ‘은약형제(恩若兄弟)’라는 단어에서 나중에 나관중이 ‘도원결의’를 상상해낸 듯한데 실제 관계는 위에서 보듯 형제라기보다는 군신관계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또한 촉서 관우전의 다른 부분에는 서주를 잃고 관우가 붙잡혔을 때 조조가 그를 극진히 대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조가 장료(張遼)를 통해 자기를 위해 일하지 않겠냐고 관우의 의중을 떠보자 관우는 탄식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조공(曹公)이 베푼 극진한 은혜를 잘 아오. 하지만 나는 유 장군의 두터운 은혜를 받아서 함께 죽기로 맹서했고, 그러므로 그를 배신할 수 없소.” 즉 관우는 유비와 ‘함께 죽기로 맹서한’ 주군과 신하의 관계라고 말할 뿐, 의형제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한편 위서(魏書) 유엽전(劉曄傳)에도 이를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 있다. 관우가 오(吳)에 의해 피살된 후 위문제 조비(曹丕)가 여러 신하들에게 과연 유비가 병사를 일으켜 오를 칠 것인가, 관우를 위해 복수를 해줄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시중(侍中)인 유엽(劉曄)은 “유비와 관우는 의리상으로는 군신이나, 은혜상으로는 부자와 같습니다. 관우가 살해되었는데, 유비가 만일 그를 위해 복수해주지 않는다면, 관우의 은의에 대해 시종일관하지 못하는 것이 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도 관우와 유비는 의리상으로는 군신, 은혜상으로는 부자관계로 묘사되고 있을 뿐 의형제로는 묘사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촉서(蜀書) 장비전(張飛傳)에도 “어릴 적부터 관우와 함께 선주(유비)를 모셨는데, 관우의 나이가 몇 살 많아서 장비가 형 대접을 하였다”라는 표현만 나올 뿐, 형제관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하태형(河泰亨)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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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호는 양우養愚.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와 KAIST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경영과학을 전공했다. 미국으로 유학하여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에 교수로 복귀하여 강의하고 있다. 오랜 소망이었던 서예와 한학을 다시 공부하게 됐다. ‘난정서’를 접하게 된 이후 국내외 문헌을 찾아가며 난정서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저서로는 <난정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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