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옷차림으로 편한 운동화를 신고 집 근처로 슬슬 걸어 나가 음식점 창가에 앉아 한낮의 햇살을 바라보며 주문한 음식을 조용히 혼자 먹는 상상을 해본다. 약속이 없어도 누군가가 차려주는 점심상 앞에 앉아 있고 싶다. 물론 가정식 백반과 같은 메뉴는 원하지 않는다.
지난해 그런 곳을 발견했다. 필자가 사는 지역 중심가의 번쩍거리는 빌딩 거리가 아닌 한 블록쯤 들어간 뒷골목의 도로변에 작은 이탈리아 음식점이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실내가 넓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주방과 홀을 씩씩하게 오가는 젊은 청춘들이 이 음식점의 셰프들이었다. 요리를 공부한 가까운 친구들 넷이 의기투합해 이 음식점을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파스타의 값이 고급 레스토랑의 절반 가격인 데다 맛도 꽤 좋았다(평일 점심에는 가격이 더 저렴하다). 그래서 파스타나 피자가 생각날 때면 가까운 친구나 이웃들과 편한 마음으로 몇 번 가봤다.
며칠 전에도 그곳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다. 점심 무렵이라서 몇몇 팀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 달 만에 만난 그분과 회포를 풀면서 바라보는 창밖 거리는 어느덧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있었다. 반팔 차림의 젊은이들이 오가는 활기찬 풍경을 우리는 가만히 앉아 바라보았다.
함께 세월을 보내며 지금껏 이어져온 이웃이 있어서 이럴 때 좋다. 식전 빵과 커피 서비스도 이어진다. 일명 혼밥이 유행하는 요즘 동네 골목에서 친구나 이웃을 만나 유쾌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것도 활력소가 된다. 그 자그마한 공간에서 몇 시간 편안히 즐거울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선 맛집의 첫째 조건으로 손색없이 맛있었고,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도 될 만큼 저렴한 가격대가 마음에 든다. 동네라서 편안했던 그 집이 가까운 데 있어서 다행이었고. 물론 그래서 조용히 혼밥도 가능할 만큼 거리낌이 없어서 또한 좋다.
몇 달 만에 찾아갔던 날도 문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셰프복을 입고 서빙하는 젊은 청춘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온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오면서 혹시 이 집이 없어졌을까봐 걱정했어요." 했더니 "하하하, 네. 잘 버티고 있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다. 그 목소리가 우렁차고 건강해서 기분이 좋다. 젊은 청춘들의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누구라도 가끔씩 찾아와 가볍게 한낮의 식사를 만끽할 수 있도록 이 집이 쭈~욱 번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